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Franciscan Missionaries of Mary, FMM)

오늘부터 매달 두 번째 화요일에 '희망의 빛'을 한 해 동안 연재합니다. 수도생활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수도회, 수도자의 모습을 직접 소개하면서, 쇠퇴기에 접어든 한국 수도회에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집필해 주신 각 수도회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1877년 창립한 국제선교수녀회(총원: 로마)

우리 수녀회는 특이하게도 당시 인도에서 선교하던 프랑스 출생 마리 드 라 빠시옹이 1877년 교황청 포교성성(현재 복음화부)의 인가를 받고 인도에서 시작된 선교수녀회다. 그 후 로마로 총원을 옮겼다. FMM의 소명은 마리아의 순응성과 프란치스코의 단순함과 형제애로 전 세계의 복음화에 자신을 봉헌하는 삶이다. 따라서 회원 각자는 본국에서 활동하거나, 해외선교에 파견되었거나 상관없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선교사의 정신으로 살아간다. 우리의 우선적 선택은 ‘복음이 알려지지 않은 가장 가난한 장소’다. 설립 이후 우리를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회원들을 파견했고, 마침내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1만 1086명(1966-68년) 회원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국제적 여성 공동체로서 면모를 갖추면서 ‘모든 민족이 종족과 문화, 언어의 다름을 초월하여 ‘다양함 안에 일치의 증거‘를 통해 하느님을 온 세상에 드러내는 새로운 소명을 갖게 되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수녀회 쇄신.... 그러나 계속되는 성소 감소와 노령화

공의회 정신에 따라 1970-80년 회헌을 다시 작성했고, 수녀회 관습과 일과표가 변화되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1) 시노드적 수도 공동체로 거듭남, 즉 회원들의 의견 수렴과 회원들이 대표가 참석한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향후 선교 방향이 결정되었다. 2) 수도복 간소화(흰색과 회색의 검소하고 단정한 복장. 혹은 지역 특성에 맞는 복장). 3) 수녀회 안에 존재하던 두 계급이 폐지되고 모두를 수녀 혹은 자매라고 부르기로 결정. 4) 수녀원 중심의 사도직 활동 반경이 외부로 확대됨 등이다.

80년대 이후 총회의 방향은 전체적으로 창립자의 정신으로 돌아가 세상 변화에 귀 기울이며 복음을 살고 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인 모토들은 ‘여정 중에 있는 FMM’(1984),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 성체적 삶’(1990), ‘보편 선교에 봉사하기 위한 일치’(1996), ‘우리의 정체성: 그리스도의 여성 제자’(2002), ‘프란치스칸 원천으로 돌아가기’(2008), ‘바람이 부는 곳으로’(2012), ‘고통받는 세상 안에서 연대하기’(2018), ‘계속되는 변모의 여정에서’(2022)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도 특히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성소 감소와 노령화가 지속되었다. FMM 통계표에 따르면, 최절정에 약 1만 2000여 명에서 1983년-9091명, 1989년-8855명, 1995년-8276명, 2001년-7593명, 2007년-7074명, 2011년-6966명, 2017년-5840명, 2021년-5265명(79개국: 아시아 2712명, 유럽 1149명, 아프리카 912명, 아메리카 492명, 총 50개 관구)이다. 앞으로도 회원 감소는 계속될 것이다. 비록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성소가 있으나, 예전만 못하고,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는 전혀 성소가 없고, 노령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아짐’-‘사라짐’에 대한 당혹감과 두려움을 넘어서 예언적 소명 살기

회원 감소 초기에는 성소 회복을 위해 우리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성소 계발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2008년 총회 이후로는 우리의 노력으로 상황을 되돌리는 것은 역부족이란 것을 인정했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삶을 살았던 FMM의 일부와 교도권에 늘 순명하면서 수도생활의 전통을 지키려한 FMM 역시도 성소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수녀회의 위기를 피할 수 없는 걸 보았던 것이다. 이는 교황청 발행 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서 말한 바와 같다. “오늘날 수도생활은 특별하게 그 변화가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교회나 전통에 대한 충실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에서 기인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50년 동안 370개 수도회가 사라졌다. 개별 수도회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19-20세기에 설립된 활동 수도회의 모델 양식이 사라진 것이다.”

그 뒤 수녀회는 하느님께서 창립자에게 맡기신 그 사명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그 방법에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구조 조정’(이 용어는 후에 세상의 용어와 차별화하기 위해 ‘구조 재정비’에서 마침내 '변모'라는 용어로 대체된다)과 '젊은 회원들의 목소리 듣기'라는 대략 두 가지 방향이 나왔다. 회원 감소 이전의 방만했던 수녀회 행정구조의 재정비는 여기서 얻게 될 인적 자원과 재정을 이 시대에 필요한 선교적 요청에 투신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은 한편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 영적 준비와 전 회원이 함께하는 참여하는 식별 과정을 거쳤다. 이를 위해 ‘U-프로세스’와 ‘생성적 대화Generative Speaking’라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이는 10여 년이 넘는 장기간의 시노달리타스(함께걷기)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즉 총회에서 결정된 재조직 방향과 노선이 나오면, 모든 회원이 이를 숙고하고 그 결과를 총본부에 보내고, 총본부는 모든 자매의 숙고 결과를 분석한 뒤 다시 회원들에게 보내기를 반복하면서 회원들의 동의와 합의를 이끌었다. 긴 시간을 요구하였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50개 관구 중 하나였던 한국 관구의 체험을 조금 나누고자 한다.

아직 독립적으로 충만한 삶이 가능한 한국 관구, 그러나 자신을 내어놓음....

6.25전쟁 이후 전쟁 복구라는 긴급한 필요 때문에 1958년 한국 설립이 결정되었고, 부산에 첫 공동체가 시작되었다. 이후 필리핀-일본 관구에서 준관구로 분리되고(1972), 6년 후 관구로 승격(1978)되었다. 한국 설립 후 바로 공의회 정신에 따라 수도생활 쇄신의 시기를 보냈다. 이어지는 총회의 결정 사항들은 한국관구에 다음과 같이 내면화 되었다. ‘복음적인 공동체 삶의 증거’, ‘사회정의와 인권 회복에 관심, JPIC운동 참여’, ‘토착화와 타종교와 대화에 관심’, ‘관상적이고 선교적인 공동체로 거듭나기’. 한국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가야 하는 곳은 도시 주변 혹은 시골 본당(성당) 그리고 사제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장소, 노동자, 노인, 청소년과 어린이’ 등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 회원수도 200여 명에 이르게 되었고, 1993년 마침내 한국 자매들을 해외선교에 파견하기 시작할 때 그 숫자가 50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 회원들은 이렇게 순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았지만, 2010년에 들어서면서 한국에도 성소 감소와 노령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은 독립된 관구로 충만한 삶을 계속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포기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2022년 47개 관구(94개국)가 16개 지구로 재편성되는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되었고, 네 개의 공용어(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영어) 중에서 영어가 단독 공용어로 결정되었다. 긴 우여곡절 끝에 한국관구는 다섯 관구(홍콩-마카오, 타이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가 모인 지구로 편입되었고, 올 11월 초 한국관구로서의 삶이 막을 내렸다.

한국 설립후 필리핀-일본관구에서 분리된 지가 어제 같은데, 65년 그간의 생을 마치고 이제 다시 다섯 나라 500여 명이 모인 지구의 여정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는 한국에 살아도 영어가 필수며, 그간 익숙했던 행정체계도 새롭게 변하고 있다. 되돌아보며 긴 준비의 시간을 가졌음에도 그 변화가 막상 현실로 다가왔을 때, 한국 수녀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불안과 희망의 교차로에 서 있다. 이제까지 우리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섭리에 우리 자신을 맡기며 우리의 사명을 계속하기 위해 길 떠나는 성모님처럼 앞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는다.

'길 떠나는 성모님',&nbsp;마리아 콴 갈렌 FMM, 1994. (이미지 제공 =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길 떠나는 성모님', 마리아 콴 갈렌 FMM, 1994. (이미지 제공 =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이현숙 수녀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 선교학-종교간대화로 박사학위 수여,

선교학 강의와 연구(복음화, 토착화), 그리스도인 일치와 종교간 대화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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