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2

아프리카 대륙에 첫발을 내디뎠던 날을 잊지 못한다. 나는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2018년 8월 26일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공동체가 있는 프로테리아(Proteria)로 가는 차에서 본 선홍빛 노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남아프리카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다 짐바브웨로 향했다. 비공식 사목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에 있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을 만났고 아프리카와도 만나게 되었다. 나의 두 번째 아프리카 방문은 코로나가 세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할 무렵인 2020년 2월 말에서 3월 초에 이뤄졌다. 이 두 번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에 사는 형제자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삶도 체험할 수 있었다.

총원장 버너뎃(Bernadette Fitzgerald LCM) 수녀와 퍼트리샤(Patricia Mary Bell LCM) 수녀가 2018년 11월 28일 로마에서 열린 ‘남수단과의 연대’ 10주년 모임에 참석한 뒤, 이들의 보고를 통해 나는 남수단과의 연대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다.

'남수단과의 연대' 관련 그림. (이미지 출처 = 남수단과의 연대 프로젝트 자료)
'남수단과의 연대' 관련 그림. (이미지 출처 = 남수단과의 연대 프로젝트 자료)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수단 주교회의 요청으로 시작되었다. 세계 여자 장상 연합회(UISG)와 세계 남자 장상 연합회(USG)가 이 요청에 응답했다. 핵심어는 '연대'이고 대상은 '남수단'에 초점을 맞추었다. 현재 남수단 프로젝트 회원은 19명이다. 13개국에서 온 수도자, 평신도가 4개 공동체를 형성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이 프로젝트에 투여하고 있다. 이 공동체에 참여한 수도자들은 14개 수도회에서 파견되었다. 개인 후원이나 국제기관을 통해 후원하는 이들을 포함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도회는 총 260개다. 이들은 자금, 인력, 전문 지식을 후원하고, 남수단 지역 교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교사양성대학, 보건교육기관과 지속 가능한 농장을 운영하고 사목적인 봉사도 하고 있다.(www.solidarityssudan.org)

퍼트리샤 메리 수녀 보고에서 내가 강하게 동의하고 계속 생각하게 된 것은 다음의 말이었다. “남수단과의 연대 프로젝트는 수도회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다. 이는 화합, 협력,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며 미래 희망과 평화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모델이다.” 그 이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후원을 통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나는 2019년 11월 27일 로마에서 열린 남수단과의 연대 총회에 퍼트리샤 수녀와 함께 참석했다. 매년 여는 총회에서는 한 해 재정, 활동 보고, 회장단 선출을 하였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남녀 수도자들이 공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쏟는 열정이었다. 세상의 고통 앞에 수도회 각자는 무력하고 연약하지만 함께하는 힘과 열정은 세상 어느 한 부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총회 휴식 시간에 회의에 참석한 수녀, 사제들과 나눈 짧은 대화를 통해서도 나는 이것이 현재 우리 가운데 활동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로마 회의에서. ©박미영
로마 회의에서. ©박미영

지난 2013년 4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서는 총회를 열었다.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은 “선교 사명을 위한 청지기 직분”에 관해 성찰하였다. 나는 특히 이 정의가 가슴에 와닿았다. "청지기직은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임무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자원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주님의 영광과 주님 피조물의 개선을 위해서다."

총회 준비위원회는 선교 사명을 위한 청지기 직분을 함께 숙고하는 총회 자리에 ‘남수단과의 연대’ 임원을 초대하기로 했다. 준비위원회 한 사람으로서 나는 총회 대의원들이 이 프로젝트를 청지기 직분 차원으로 더 깊이 이해하여 앞으로 6년간 수도회 방향을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데이비드(David Gentry) 신부와 마거릿(Margaret Scott, Sisters of Our Lady of the Missions) 수녀가 총회에 와서 이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와 자신의 체험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는 특히 이들이 보여 준 비디오에 나오는 한 필리핀 수녀님의 이야기가 감명 깊었다. 이 수녀는 흐느끼며 남수단에서 조산원 교육을 담당하며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는지 특히 여성들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지 체험을 나누어 주었다. 수녀이기 이전에 한 선교사, 그리스도인으로서 많은 도전을 받지만 그곳에 현존하면서 자신의 수도생활에 참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 수녀님을 지지해 주는 수도회에 대한 자긍심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거릿 수녀님과 대화하며 어쩌면 이러한 모델이 수도회가 추구해야 하는 미래의 미션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수도회 경계를 넘어 나라 경계를 넘어 하나로 연대하여 세상의 가장 고통스런 자리에 현존할 수 있는 것이, 그리고 그곳과 연대하는 것이 우리를 미래로 이끄시는 성령의 움직임이지 않을까 한다.

박미영(수산나)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 메리포터 호스피스 영성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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