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 토론회

14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가 노동과 언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김선태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전주교구장)는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가 노동을 혐오하는 문화로 향하고 있으며, 언론의 책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일부 정치권과 기업 그리고 언론에서는 ‘노동 혐오’를 조장하고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 활동을 조직폭력배의 범법행위로 취급할 뿐 아니라, 공권력을 남용해 일어나지 말아야 할 노동자의 죽음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뿐 아니라 “언론 소비자인 우리 자신의 성찰”도 강조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공동선을 파괴하는 언론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탁종렬 소장(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은 노동 혐오 보도 사례를 들며, 어떻게 언론이 “노동을 지우”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2021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2021 불평등보고서’에서 한국은 “불평등을 강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역할에 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혼란스러운 인식’을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탁 소장은 이 ‘혼란스러운 인식’을 부른 대표적 왜곡 보도 사례로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을 들었다. 당시 보수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공공기관의 인건비가 올랐고, 이로 인해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했으며, 결과적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 청년 취업 기회가 박탈됐다고 집중 보도했다.

당시 정부는 “정규직 전환 직종은 대부분 청소, 경비, 시설 관리 등 청년층이 희망하는 직종과 차이가 있고, 상시,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종사자의 고용상 지위를 변경하는 것이므로 신규 채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탁 소장은 “그러나 이를 바로잡은 보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서울신문>이 실시한 조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57퍼센트가 찬성했지만, 이후 2020년 <YTN> 조사에서는 45퍼센트가 보류해야 한다고 답했고, 20대는 56퍼센트가 정규직 전환을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을 시행했을 때도, 보수 신문은 ‘공무원 공화국’, ‘공무원의 나라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그러나 “2020년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는 10.2퍼센트로, OECD(2017년 기준 17.7퍼센트)에서 꼴찌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노동 혐오 보도는 노동조합에 대한 것이다. 그는 “보수 신문이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경제 위기를 강조하며, ‘불법’으로 몰아가던 기존의 노동 보도 관행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의 강경 대응을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14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가 노동과 언론,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배선영 기자<br>
14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가 노동과 언론,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배선영 기자

탁종렬 소장은 “보수 신문이 한국 여론 시장에서 90퍼센트 점유율을 보이며 여론과 정부 정책 방향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보다 여론의 균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영 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다. 그는 보수 신문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우려하는 내용을 보도할 때, 공영 방송은 산재사고에 관한 뉴스를 내서 여론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정책 의제에 대한 팩트체크와 미디어 비평을 강화하고, 노동조합과 시민은 좋은 언론 매체를 후원하는 것으로 노동 혐오 보도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올해 대표적인 노동 혐오 보도는 건설노조 관련일 것이다.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전국건설노동조합)은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유례없는 대대적인 탄압”에 언론이 어떻게 가세했는지 이야기했다.

김 국장은 건설 현장 불법 행위를 수사한다는 정부의 보도자료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썼고, 반면에 노조의 반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월 28일 <미디어 오늘>에는 “윤석열 ‘건폭’ 435건 VS 건설노조 5건, 받아쓰기조차 기울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는 건설 현장에 수많은 노조가 있는데도, 언론이 각 노조 이름 대신 전부 ‘건설노조’라고 쓰는 바람에 건설 관련 노조 사건들이 마치 전부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가리키는 것처럼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에 조직 명칭을 정확하게 써 달라고 요청했으나 일부만 답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5월 1일 양희동 열사(미카엘)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언론에서 노조 쪽 입장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경찰이 양회동 지대장의 노조 활동에 대해 ‘업무방해 및 공갈 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그는 유서에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라고 남기고, 분신했다.

10월 현재 건설노조는 20차례 압수수색을 받았고, 35명이 구속됐으며, 1900여 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국장은 언론과 대중의 노동 혐오가 정확히는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인 것 같다며, 노조에 관한 보도는 집회 관련이 가장 비중이 크고, “다수의 기성 언론은 오래전부터 집회에 대한 불편함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기관이나 사측의 입장에 관한 보도에 비해, 노조 입장을 다루는 보도는 상당히 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 관련 보도 개선을 위해 ‘노동 전문 기사’가 많이 필요하고, 노조의 잘못한 점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지만, 취재 없이 악의적인 기사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가 노동과 언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왼쪽부터)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전국건설노동조합), 탁종렬 소장(노동인건저널리즘센터), 정현진 기사(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배선영 기자
14일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가 노동과 언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왼쪽부터)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전국건설노동조합), 탁종렬 소장(노동인건저널리즘센터), 정현진 기사(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배선영 기자

이어서 정현진 기자(<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회 언론의 노동 보도와 한계를 발표했다.

교계 매체는 노동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과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교회가 연대하는 곳, 즉 수도자들이 찾아가고, 사제들이 미사를 봉헌한 곳”을 주로 보도한다. 그는 교회가 연대하는 곳 위주로 보도한 것을 첫 번째 한계점으로 짚으며, “더 가난하고, 더 어렵고 외롭게 싸우는 현장을 보도해서 연대의 장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매체의 역할”이라고 반성했다.

정 기자는 또 다른 한계점으로 교회 내 노동 현실에 대한 보도가 부재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관해 교회 기관에 노동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고, 취재가 어려운 현실적인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계 매체는 노조, 노동자, 노동이라는 말과 가치를 왜곡, 폄하하고 자본의 입장에서 말하는 여론을 바로잡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제도, 법률 등을 해설하는 기사를 써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언론의 책임에 더해, 교회가 그렇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계 언론은 “교회의 언어와 세상의 삶이 같은 맥락에서 만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 역할”을 해야 하며, 그러려면 언론을 소비하는 수용자가 무조건 비판 또는 수용을 넘어 언론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교회가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노동은 노동자 주일과 같은 특별한 시기에만 언급되고, 특수한 사건에나 인식되며, 노동사목위원회나 정의평화위원회의 연대, 활동으로만 드러난다.” 이러한 노동은 일상이 아니라 특별한 계층, 계급을 부르는 말 또는 특별한 사건을 겪는 이들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일반 언론이 노동을 소외시킨다는 평가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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