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종종 표현하는 “힘들 때”는 언제일까요.

몸이 힘들어도 재미있는 일이 있고, 마음이 힘들어도 뿌듯한 일이 있습니다.

내가 보기엔 힘들어 보이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힘들다”라는 표현은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러 다른 상황을 같은 단어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힘들다”라는 표현은 인간의 공통된 상태를 표현하는 것인가 봅니다.

“힘들다”라는 것을 보편적으로 정의해 본다면, 마음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질 때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음이 산란하다”라고 표현합니다.

 

산란해지는 마음은 불어나는 거짓말과 같습니다. 미약한 시작이 창대한 결과로 돌아옵니다.

처음엔 당장 느껴지는 작은 불편감을 해소하고자 다른 이유를 찾습니다.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죄책감이 덜합니다.

혹자는 “남 탓은 나의 힘!”이라고도 표현하더군요. 나를 둘러싼 외부적 요인은 삶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부정할 수 없지요.

내 주변의 사람들, 상황들이 나의 마음을 여러 갈래로 갈라놓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것은 온전히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일까요?

 

산란해진 마음은 단순한 삶을 살기 원하는 우리를 방해합니다.

산란해진 마음은 긍정적인 생각을 방해합니다.

산란해진 마음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들이 배를 저어 갈 때에 예수님께서는 잠이 드셨다.
그때에 돌풍이 호수로 내리 몰아치면서 물이 차 들어와 그들이 위태롭게 되었다.
제자들이 다가가 예수님을 깨우며,
“스승님,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과 물결을 꾸짖으시니, 곧 잠잠해지며 고요해졌다."
(루카 8,23-24)

 

내 생각을 여러 갈래로 나누는 일 때문에 한동안 마음이 산란했습니다. 마치 심한 풍랑 한가운데 떠 있는 배를 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도 중 배 안에 잠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주님 제가 죽게 되었습니다. 숨조차 쉬어지지 않는데 뭐하고 계신 겁니까! 이 난리 통에 지금 잠이 온단 말입니까!!”

조용히 눈을 뜨신 예수님께서 속삭이십니다. “쉿. 조용히 하여라. 너도 와서 한숨 자거라.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의 믿음은 어디에 있느냐?” 하셨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놀라워하며 서로 말하였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물에게 명령하시고 또 그것들이 이분께 복종하는가?”"
(루카 8,25)

 

다시 눈을 감아 버리신 예수님 옆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나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여러 갈래 갈라진 나의 마음은 상처투성이, 혼돈 그 자체 그리고 화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너무나 갈라져 버린 마음들이 저의 눈을 가려 버렸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어디로 가고 있을까?” 매번 똑같은 질문을 반복합니다. 지겹지만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쯤 되었으면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하느님만 바라보며 굳은 믿음으로 항구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현실은 잠든 예수님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세상 다 잃은 표정이네요.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는 제게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어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느냐?”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무시하며 살 수 없습니다. 가끔 그것들은 나를 흔들어 놓기도 하고 오해와 의혹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균열이 일어나고 혼돈 속에 빠질 때,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어 몸부림을 칩니다. 그것이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모르고, 말이죠. 혹여 내 마음이 여러 갈래가 되어 나를 압도해 버리진 않았나요?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는 단 한 가지이지요.

당신의 마음이 산란해지도록 허락하지 마세요. 그것은 하느님의 초대가 아닙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요한 14,1)

이지현

성심수녀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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