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급과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수입 물량 확대’. 이같은 정책으로 최근 직격탄을 맞은 것은 마늘 농가였다.

지난 8월 10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특히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 개방을 언급하고 윤 대통령 역시 이를 주문했다. 올해 초 문재인 정부에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절차를 진행하면서 농민들의 반발과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는 더욱 큰 저항을 불러올 조짐이다.

12일, 가톨릭농민회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성명을 내고,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가농은 “43년 만에 쌀값이 최저로 하락하고, 아무 이익도 없는 CPTPP 가입 추진으로 농민들이 분노하는 이때, 농식품부가 기획재정부나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 세계가 기후위기, 식량위기에 대비해 자국의 곳간을 잠그고 농업과 농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국제 정세인데도, 한국만 농산물 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며, 말로만 식량주권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농어민 생존권 쟁취! 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7월 12일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안동교구 가톨릭농민 회원들. (사진 제공 = 가톨릭농민회)

‘CPTPP’는 태평양 주변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다자간 FTA(자유무역협정)다. FTA의 농산물 관세 철폐를 핵심으로 하면서 CPTPP의 동식물 위생 검역 조치를 따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각종 비관세장벽을 없애야 한다. 따라서 과수와 축산 농가의 피해가 더욱 크다.

CPTPP에 가입한 11개국 가운데 한국은 이미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9개국과 FTA를 맺었다. 또 CPTPP에 따른 시장 개방 조건은 물론, 11개국의 요구사항을 전부 수용해야 한다면, 기존 9개국과의 FTA 체결 조건은 의미가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CPTPP 회원국 평균 관세 철폐율은 96.3퍼센트, 발표 즉시 철폐되는 관세는 약 81퍼센트다.

예상되는 문제는 관세 철폐 외에 위생·식물검역 조치(SPS)의 무력화다. 한국은 그동안 사과, 배 등 과수 품목은 세계무역기구 위생·식물검역 조치를 통해 수입을 막아왔지만 CPTPP가 체결되면 이 장벽이 붕괴한다. 또 일본의 수산물 역시 막을 방법이 없다.

농작물 병해충과 가축 전염병 발생의 경우, CPTPP 협정문에 따르면 특정 국가에서 가축 전염병이나 농작물 병해충이 발생하더라도 이전처럼 수입을 전면 차단할 수 없다.

농민단체들은 아무리 농업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해도 현재 상황에서 CPTPP에 가입한다면 모든 것이 의미 없다면서, 당장 정부가 계산한 손해액 가운데 빠진 것이 훨씬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 동맹 확보, 식량안보 차원에서 CPTPP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CPTPP를 통해 약 98퍼센트의 농산물 관세가 철폐되면 농업 분야에서만 매년 44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농민들은 무엇보다 이 모든 절차에 농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서, 더 큰 저항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