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신부의 심장이 다시 뜨겁게 고동치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가는 이 길은 이명박 정권의 진퇴여부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거기서 끝나지도 않습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은 이명박 정권 이후에도, 또 그 이후 이후에도 닦고 구하고 넓혀가야 하는 길입니다. 허나 미래는 바로 지금 여기 현재를 통과해야 도달합니다. (...중략...)

연대합시다. 외롭지 않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사랑과 연민을 실천합시다. 그 자체로 거룩하고 위대한 삶입니다. 타인은 섬기고 자신은 낮춥시다. 진실로 강해지는 길입니다. 욕심은 줄이고 나눔은 키웁시다. 평화롭고 행복해집니다. 양심과 진실함에 귀 기울이고 행동합시다. 우리 모두 존엄하고 강해집니다.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우리 역사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각자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영혼은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용산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면서 한때 함박꽃처럼 웃는 문규현 신부와 문정현 신부

지난 6월, 소걸음으로 오체투지 기도순례를 마치면서 당신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 날 신부님께서는 지리산에서 임진각 망배단까지 천리 길을 124일 동안을 오체투지로 넘어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말입니다.

그날 신부님은 "그보다 낮은 자세는 무덤 속밖에 없을 터, ‘순례길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떠난 길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생과 죽음을 밀착시키고 정지한 듯 움직이며, 가는 듯 마냥 제 자리인 자벌레처럼 기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모두 살아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런 당신께서 동트기도 먼 아주 이른 꼭두새벽에 맥없이 쓰러지셨습니다.
당신의 심장이 잠시 쉬고 싶다 투정하는 것이겠지요.
당신의 육신이 악몽도 없이 편안한 한 때를 잠 속에서 지키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저 딱 하루만 당신의 영혼이 그분 하느님 품에 잠겨 있으려 하심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살아서' 다시 일어나실 요량이시겠지요.

분단의 장벽을 두 발로 넘으셨던 당신입니다.
가장 여린 생명을 보듬어 안아 철조망을 꺾어버리던 당신입니다.
개펄을 묻으려고 덤비던 포크레인을 막아서던 당신입니다.
땅에 기는 것들과 하늘에 나는 것들도 귀하게 여기던 당신입니다.
핵폐기장 안 된다 나라의 온갖 뭇매도 마다하지 않은 당신입니다.
군사기지 아니다 평화의 깃발을 꽂으셨던 당신입니다.

용산의 가엾은 영령을 눈시울 젖어가며 아파하던 당신입니다.
내 몸을 굶겨 세상에 밥을 먹이시려던 당신입니다.

영원한 혁명처럼 영원한 젊음으로 늘 곁에 서 계시던 당신입니다.
하느님 앞에 머리 조아리며 사람의 나라를 갈망하던 당신입니다.

자기 몸에 못을 박은 위대한 목수 예수님처럼
욕심은 줄이고 나눔은 키우자던 당신입니다.

아마 잠시 싶었던 당신이시지요.
다시 힘 얻어 더 멀리 도움닫기하려는 당신이지요.

기다리지요, 잠시 잠깐
기도 안에 거룩한 영이 당신에게 불 붙일 때까지
그렇게 생생한 기운을 다시 부어 주실 때까지

그러나 신부님, 저희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세요.
딱 하루만 기다리게 해주세요.
하루가 천년 같은 아귀의 세상, 당신이 아직 필요합니다.
당신의 손끝이 희망이 되는 사람들, 당신 얼굴 다시 보자 원하고 원합니다.

당신이 곁에만 계셔도 외롭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살아만 계셔도 두렵지 않습니다.

모든 길을 돌아 새 길로 접어드는 우리들
함께 걷고 싶습니다.
더불어 담소하고 든든하게 끌어안고 싶습니다.

신부님, 당신의 선홍색 손을 당장이라도 잡아보고 싶습니다.
일어나세요, 이제, 하품 한 번 크게 하시고.

일어나세요, 이제, 늘 하시던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당신을 힘차게 부릅니다
"힘 내세요, 문규현 신부님!!!!!!!"

 

▲새만금 개발 반대 삼보일배하시던 문규현 신부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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