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16개 단체, “강동구청 적극 해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조속 입법” 촉구

지난 9월 28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노동자 두 명이 추락해 숨졌다.

이에 7일 강동노동인권센터, 서울일반노동조합, 들꽃향린교회 등 지역 시민, 사회, 종교 단체와 정당 등 모두 16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동구에 촉구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11시 20분께, 지하 2층, 지상 16층 규모로 신축 중인 한 오피스텔 공사장 11층에서 노동자 박모 씨(61살) 등 모두 두 명이 지하 2층으로 떨어져 숨졌다. 두 사람은 오피스텔 건물과 연결된 주차타워 꼭대기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이었다.

강동노동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함께 일했던 목격자는 경찰 조사에서 “작업자들이 딛고 있던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고 진술했다.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서 신축 중인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9월 28일 노동자 두 명이 작업 중 떨어져 숨졌다. ⓒ김수나 기자

이날 강동노동인권센터 등은 “‘노동 존중 강동구’를 표방하는 강동구가 직접 나서 노동자 산재 사망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면서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은 오늘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강동구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더는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이번 산재 사망에 강동구가 직접 나서 철저히 조사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건설사는 사망 원인 규명 및 이후 배상에 대한 입장을 주민들에게 공개할 것”, “강동구청은 강동경찰서, 강동구 노동권익센터와 함께 사망 원인을 수사하고 그 결과를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강동구에 “산업재해 재발 방지를 위해 강동구 내 건설사(시공사) 및 고위험군 건설 신축 사업장 등에 대한 안전수칙 점검, 산업재해 관리 감독 강화, 산업재해 안전망을 촘촘히 마련해 주민들에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지역사회도 함께 책임”
“남의 일 아니야.... 돈이 먼저 아닌 사람 중심 세상에 살고 싶다”

강동노동인권센터 최형숙 센터장에 따르면, 두 노동자의 사망 소식은 일부 언론에서 잠깐 다뤄졌을 뿐 주민 대부분이 몰랐던 가운데 사고 다음 날인 29일 한 주민이 온라인 지역 소통 방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최형숙 센터장은 “명절 동안 이번 사안을 단지 지역 내 산재 사망으로 넘길 수는 없다는 의견이 지역 사회에 모아졌다”면서 “사건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유족들은 이미 합의하고 장례를 치른 상태지만, 강동구에 현재 많은 건설 현장이 있는 만큼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 지역에서도 대안을 마련하고 강동구청도 함께 책임지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동구 주민 김영호 씨는 “추락 사건을 접하며 많이 불안하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이 더는 희생돼서는 안 된다. ‘사람이 아름다운 강동, 더불어 행복한 강동’이라는 구의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도록 돈이 먼저가 아닌 사람이 중심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들꽃향린교회 박재형 목사는 “노동자들의 피로 만들어 낸 도시의 혜택을 누리면서 여전히 그들의 피를 잊고 우리 살만 찌우고 사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면서 “그리스도교에서는 인간을 하느님의 형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모두 평등하고 고귀한 존재라는 고백이다. 그 고백 앞에서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동 지역 시민사회 단체 등은 강동구청이 사고 조사와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수나 기자

“반복되는 참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급”
“두 분의 목숨 값은 얼마일까 참담....”

이번 산재 사망에 연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먼저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정호민 강동구지부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꼭 통과돼야만 사람의 목숨이 더 소중히 여겨지고 보호될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구청도 노력하겠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1년에 2000명이 일하다 무참하게 쓰러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늦어진 것도 그 원인의 하나다. 20대 국회에서라도 통과됐다면 작년과 올해 모든 건설 현장에서 기업이 긴장하고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국회의 직무유기와 무능, 행정부의 무관심과 방조는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 “기업의 선의와 담당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기업이 징벌적 손해배상과 처벌이 무서워서라도 산재 예방을 노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일반노조 하치원 지방공기업분과장은 “얼마 전 강북구에서 청소 노동자가 숨진 소식이 가시기 전에 또 인명 사고다. 노동의 가치는 인간의 존엄에서 시작되고 인명과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생명을 지키는 안전 일터가 공공기관부터 자리 잡도록 모든 국민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김지나 노무사는 “중대 재해는 보통 사업주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발생한다. 이번에는 또 얼마일까, 두 분의 목숨 값으로 매겨질 숫자에 참담하다. 책임자 없는 사건, 사고가 얼마나 반복됐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에 또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것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현장 소장 등 관계자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사고 경위를 계속 조사하고 있으며, 강동노동인권센터 등은 앞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법률적 검토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뒤 참가자들은 숨진 노동자 두 사람의 명복을 빌었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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