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앞의 단어는 페루의 지식인 마벨 사마요아의 글(2020.8.1.)에서 표현된 것으로 현재 페루의 위기에 처한 좌파를 풍자한다. 뒤의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조국사태’ 이후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굳이 언급이 불필요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급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문제는 현재의 집권세력에게 매우 불안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경실련 등의 비판과 폭로로 더욱 그렇다. 경실련은 현재의 정부가 말로는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몇 년 전부터 시행된 임대사업자에 대한 광범한 세금 특혜 등 말과 행동이 다른 ‘애매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필자도 어느 유튜브에서 ‘공공임대’(국민임대와 영구임대)에 대한 과거 정부와 현재 정부의 정책을 비교한 정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 정보가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이 정보에 의하면 국민임대 아파트의 공급은 이명박 정부에서 아주 높았고 현재의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낮다. 그리고 영구임대는 현재의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대신 임대아파트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시장의 일반아파트로 전환시키는 ‘분양전환’ 아파트는 이명박 정부보다 박근혜정부가 높았고 이를 현재의 정부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디서 ‘촛불정부’의 개혁의 성격을 찾을 수 있는지 당황스럽다. 현재 정부는 ‘공공임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페루의 경우를 보면, 1990년에 후지모리 정부가 집권한다. 그 이전 70, 80년대의 페루의 좌파는 트로츠키주의, 무정부주의, 게바라주의, 마오주의 등 혼란스러웠는데 국가의 억압 앞에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과격 좌파들을 사라지게 만든 정부가 후지모리 정부다. 이후 후지모리는 겉으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부패하고 비민주주의 정부임을 드러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페루는 가난한 원주민, 농민들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서민을 지지한다고 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 후지모리 이후 현재까지 집권해 오고 있는 페루의 온건(?) 좌파는 거의 모두(?) 부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페루의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2018-)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현재의 페루 정부는 비스카라(Vizcarra) 정부다. 집권자의 측근 그룹에 의해 다양한 민간 콘소시움의 투자를 통한 부패가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현대적 좌파', '21세기 좌파', '진보세력'으로 부르고 있다. 좌파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므로 일반 시민을 배신하고 있는 것인데 우파는 이들을 “캐비아 좌파”라고 공격하고 있다. 좌파 우파의 차이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우파는 원래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니까, 오히려 캐비아 좌파가 우파에게는 유리하고 좋다. 페루의 경우, 최근 전경련 대표가 이들 캐비아 좌파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아예 좌와 우가 연립정부를 만들자고 한다. 전반적으로 약세인 우파로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페루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세 번째 부패한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마저 실패하고 있어 만성적 경제위기에 더해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복합적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면 정치세력이 중장기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마벨에 의하면 현재 페루 좌파의 정치적 특징은 중장기 비전과 계획이 없다. 이들 좌파 스스로 드는 이유는 마르크스주의가 사라졌으므로 이념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극복하는 프로그램 자체가 장기 계획인데 이를 외면하는 좌파가 애매하게 ‘기회주의적’이 되고 있다. 집권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시기와 집권 이후의 맥락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지그재그를 한다. 좌파들이 선거운동 시기에는 ‘말’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해야 하지만 집권 후에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가난한 서민이냐 기업의 이익이냐를 두고 ‘애매하거나’ 또는 ‘기회주의적’이 된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기업과 시장을 우선하면서 이미 깊숙이 진행되어 경제 사회적으로 양극화를 많이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영역에서는 많은 수의 가난한 대중의 표는 계속해서 중요하므로 정치가들이 애매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1990년대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가 더욱 가속화되는 시기였다면 우리의 경우 약 2015년부터(2014년 12월에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됨) 그 시기에 들어간 것 같다. 그럼에도 페루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민의 신뢰를 잃어 더욱 위기에 빠지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그런 맥락의 핵심은 바로 ‘신자유주의’에 있다는 것이 위의 페루의 사회소통 전문가의 지적이다. 라틴아메리카는 1980년대 초반에 우리는 1990년대 후반에 신자유주의가 시작되었지만 이것이 단순히 경제정책의 변화(민영화, 노동자 구조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히 좌파세력이 해체 내지는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게 만든 것은 1990넌대 초반의 소련의 붕괴로 상징되는 마르크스주의의 실패다.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국가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좌파의 집권(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이 유지되거나 또는 대중이 주체가 되는 사회운동세력이 신자유주의에 저항하고 있다.(예를 들어, 칠레, 콜롬비아 등) 그러나 페루는 그렇지 못한 나라들 중의 하나다. 이런 나라들과 우리가 비슷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특징은 좌파 엘리트들이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에서 시간이 갈수록 가난한 서민들과 그들의 일상적 삶의 방식 또는 기질(에토스)이 너무 많이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캐비아’와 ‘강남’으로 상징되듯이 ‘부패’하기 쉬운 것이다.

그동안 ‘촛불정부‘의 정책들이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라틴아메리카와 비교하면 왜 ‘좌파’가 애매한지 이해되었다.

안태환(토마스)
한국외대, 대학원 스페인어과 
스페인 국립마드리드대 사회학과, 콜롬비아 하베리아나대 중남미 문학박사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교수,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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