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시노드 여정” 시작, 주교와 평신도 대등하게 대화

(리너도 슐러겔밀치)

독일 교회가 곧 시작할 시노드적 토론의 논제에는 모든 것이 다 올라 있다고 보인다. 성애와 성학대 위기의 문제, 여성의 서품, 심지어 (사제) 독신 문제까지. 독일의 주교들과 평신도들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고, 지금의 형세를 보면 어쩌면 교회를 바꿀 일이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논의에 끼어들 필요를 느꼈기에 이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앞으로의 대화가 일정한 선을 넘지 않기를 권하는 듯한 편지를 먼저 독일 교회 앞으로 보냈다.

하지만 분명히 해 두지만, 독일 가톨릭 신자들이 걸어가려는 이 여정은 정식 “시노드”(대의원회의)가 아니다. 시노드는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교황청이 만든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독일 가톨릭인들은 곧 “시노드 여정”이라 불리는 것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그 길은 울퉁불퉁한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톨릭교회가 보통 피하는 주제들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왜 여성은 부제나 사제로 서품되도록 허용되지 않는가? 의무독신제가 21세기에 사는 한 사제의 삶의 방식으로 최선인가? 독일 교회는 성학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독일 주교회의가 제시한 의제들에 따르면, 이 모든 주제들, 그리고 추가 주제들도 이 여정의 일부가 될 것이다.

시노드적(공동합의적) 여정, 즉 독일 주교들과 평신도 간의 대화라는 이 형식에 따라 주교들과 평신도들은 서로 대등한 지위에 서게 되는데, 독일 평신도 지도자들에 따르면 이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독일 평신도는 평신도들의 최고 조직인 “독일 가톨릭인 중앙위원회”(ZdK)가 대표하게 된다. Zdk 의장이자 평신도 대표단장인 토마스 슈테른버그에 따르면 앞으로 이 대화에서 결정되는 모든 사항은 주교들과 평신도 양측이 각기 발언권을 가진 상태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결정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독일 교회는 어떻게 해서 이런 급진적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하게 됐는가?

근래 독일에서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 보면 시청자들은 가톨릭교회에 특별히 좋은 인상을 받지 않는다. 거의 날마다 새로운 추문이 폭로된다. 지난해 가을에는 지난 수십 년간 독일에서 3000건이 넘은 성학대 사례가 있었다고 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리아 2.0” 운동에는 독일 전역의 가톨릭 여성이 참여해 미사를 빠졌는데, 이는 교회 안의 성차별주의와 여성을 사제직에서 배제하는 것에 항의하는 “파업”이었다.

부정적 뉴스가 거의 날마다 잇따르는 가운데,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수가 놀랄 정도로 늘고 있다고 주교회의가 낸 한 연례보고서는 밝혔다. 독일에서는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등록한 이들이 내는 “교회세”를 정부가 거둬서 교회에 준다. “떠나는 이들” 가운데는 자기가 교회와 분리하게(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등록한 것을 철회하는 행정 절차) 된 이유에는 세금 부담도 포함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는 더 이상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 2018년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가톨릭교회에 대한 소속관계를 공식 정리했는데, 이는 제2차 대전 뒤로 2번째로 많다.

독일 주교들은 나쁜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고 신자들이 대규모로 나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회 문제들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

슈테른버그는 “어찌 보자면 민주주의는 늘 교회생활의 일부였다. 추기경들은 심지어 교황을 (투표로) 선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정치인이었기에 민주적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익숙하며, 이는 그가 교회에서도 적용되기를 바라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곧 주교들과 함께 걸을 시노드적 여정에 대해 희망적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얘기하고, 토론할 수 있다.” “오직 하나 중요시해야 할 점은 바로 그 토론이 얼마나 깊이 있게 잘 되느냐이다.”

이 시노드적 여정은 오는 대림시기 첫 주일에 시작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실무 그룹이 구성되어 이번 여름 내내 앞으로 할 토론의 틀을 짰다. 이 작업은 9월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3월 11일, 링겐에서 열린 독일 춘계 주교회의 밖에서 시위자들이 서 있다. (사진 출처 = .americamagazine.org)

한 그룹은 교회 안의 권력에 초점을 둔다. 이 권력이 어떻게 이용되거나 오용되었는지. 다른 그룹은 사제 삶에서 독신제의 역할을 토론한다. 21세기에 독신제가 여전히 적절한 장치인지도 묻는다. 또 다른 그룹은 성(sexuality)과 가톨릭교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여러 조사들을 보면 독일 신자들은 교회의 관점에 별 신경쓰지 않는데, 예를 들자면 혼성 성교나 동성애 문제에 대해 그렇다.

주교회의와 평신도중앙위원회가 함께 낸 한 문서에서는 교회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관점을 바꿔야 하는가를 공개적으로 묻는다. 주교회의 의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지난 3월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대중에게 이야기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교회는 성이 각 개인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이해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신학이나 인문과학이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들 가운데 하나는 교회 안의 여성 문제다. 독일 전역의 가톨릭 여성들은 지난 5월 마리아 2.0 파업에 참여해서 한 주 동안 미사에 참석하기를 거부하고 각자의 본당에서 자원봉사하는 것도 거부했다.

주교들은 응답하려 시도했다. 주교들 대부분은 여성을 부제나 사제로 서품하는 것은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교회 안에서 권한을 가진 지위를 맡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러 교구에서는 여성과 평신도에게도 열려 있는 총대리나 재무국장직을 새로 만들고 있다. 주교회의는 지난 여러 해 동안 (주교회의) 지도부 지위의 33퍼센트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고용쿼터제를 잘 지켜 왔다.

앞으로 있을 시노드적 절차에서는 여성의 서품 문제가 가장 큰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평신도중앙위원회는 여성 서품을 공개적으로 밀고 있다. 슈테른버그 위원장은 “우리는 여성 부제를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부제와 달리) 여성의 사제 서품 문제는 교황청 수준에서 다뤄져야 할 것 같다면서도, 독일에서의 여성 부제 서품은 지금이라도 될 수 있을 것이며, 여기에는 어떠한 교의적, 신학적 장애도 없다고 말했다.

독일인들에게는 여성 부제를 두자는 요구는 전혀 새롭지 않다. 1971년에 독일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의 정신을 실행하려는 사실상의 시노드를 시작했었다. 이미 그 당시에도 독일 주교들은 여성 부제 문제를 토론했고, “비리 프로바티(viri probati)”, 즉 사제로 서품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신앙과 덕성을 지닌 기혼 남성의 문제도 토의했다. 이러한 시노드의 건의 사항들은 교황청에 보내졌지만 아무런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슈테른버그 위원장은 회고한다.

(편집자 주: viri probati. “검증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인류의 빛), 20항에 처음 나왔으며, 한국어판에는 “훌륭한 사람들”로 번역돼 있다. 현 교회에서는 “덕성이 있는 기혼 남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쓰이며, 기혼자의 사제 서품을 둘러싼 토론에서 서품 후보자로 거론된다.)

바티칸은 곧 시작될 이번 독일 교회의 비공식 시노드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프란치스코 교황은 독일 교회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그는 이 편지를 주교들이 아닌 “독일의 모든 하느님의 백성” 앞으로 보냈는데, 앞으로 진행될 절차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했다.

슈테른버그는 이번 교황의 개입이 “센세이션”이라고 했다. 그는 제2차 대전 뒤로는 교황이 (지역교회에) 이런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 안에서 시노드를 진행하라고 말한다”면서, 자기가 보기에는 이것이 바로 독일 신자들이 하려는 바라고 했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 내용은 해석이 다를 수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화를 칭찬했지만 또한 권고하기를 독일 신자들은 이번 시노드에서 가장 먼저 복음을 따르고 독일 외의 다른 가톨릭 세계와 분리되지 말라고 했다.

일부 독일 신자들은 이번 시노드에서 사제 독신제나 여성사제 서품 문제가 토론 주제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쾰른 대교구의 라이너 마리아 뵐키 추기경은 교황 편지가 공개된 직후 “교회는 예수님을 따라야지 시대정신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레겐스부르크 교구 총대리인 미하엘 푹스 신부는 이번 시노드 여정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교황은 편지에서 독일 교회가 시노드 여정을 “계획대로 수행”하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교회는 다른 종류의 절차를 찾아야만 하며, 이는 복음에 더 가까운 방식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편지에서, 이번 시노드 여정 중에 주교들과 평신도들이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든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야 될 필요는 없지만 가톨릭 가르침을 따라야만 한다고 권고했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이번 시노드 여정의 결과들은 교회법적으로 구속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노드 결정 사항의 실행에 관해서는, 이는 각 교구와 각 주교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슈테른버그 위원장은 말했다. 그런 결과야말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간 바라오던 바, 개별 지역교회가 모든 개별 결정을 할 때마다 교황청에 의존하지 않는 “시노드적(공동합의적) 교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하나는 분명하다. 지난 몇 달 동안 독일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 즉 파업하는 여성 신자들, 성학대 추문 때문에 교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것, 그리고 전례 없이 교황이 편지를 보낸 일과 더불어, 독일 모든 곳의 가톨릭 신자들은 이 특별한 여정을 눈을 크게 뜨고 볼 것이다. 어떤 신자들에게는 이번 여정이 교회가 그간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마지막 기회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독일 교회가 예수가 세웠던 교회로부터 분리되어 현대의 흐름에 항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기사 원문: https://www.americamagazine.org/faith/2019/08/07/will-germanys-synodal-journey-change-catholic-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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