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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기 지방의 말로[구티에레스 신부] 6월 9일(성령 강림 대축일) 사도 2,1-11; 1코린 12,3-7.12-13; 요한 20,19-23

성령 강림절에, 우리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인 교회 안에 현존하는 성령을 기념한다.

평화와 용서

예수님의 죽음, 십자가 위의 처형은 그분을 따르던 사람들 사이에 공포를 일으킨다. 모든 복음서들은 이 사건들 뒤 나타난 두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데 네 복음 모두, 특히 요한 복음서가 우리에게 두려움은 믿음의 반대라고 말한다. 믿음을 갖는 것은 신뢰하는 것을 뜻한다. 요한은 제자들이 메시지를 선포하는 대신, 한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었다고 말한다.(요한 20,19) 그러자 주님이 나타나 그들에게 평화, 다시 말하자면 생명, 건강, 온전함을 기원해 준다. 예수님과의 이 새로운 만남에서 제자들은 기쁨을 느낀다. 주님은 그들에게 그분의 사명을 맡긴다. 그들은 그분의 사명을 수행할 것이다. 예수님이 아버지로부터 파견받은 것처럼, 이 보냄은 그들이 제자로서 수행해야 할 책임의 근거가 된다. 보냄의 원천은 아버지로부터 맡겨진 사명에 있으며, 우리는 이 원천에서 항상 새로운 생명수를 발견하기 때문에 항상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님이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위임한 것은 성령의 선물에 의하여 강화된다. “영”은 갑작스레 부는 강풍, 생명의 숨, 힘을 의미한다. 우리는 히브리 식의 표현에 따라, 영을 평화, 샬롬과 연결시켜야 한다. 평화와 생명은 사랑의 거부를 의미하는 죄 때문에 부서진다. 그러기 때문에 용서하는 것은 생명을 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고, 죄에 의해 단절된 하느님과 다른 이들과의 우정관계를(요한 20,23)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의미한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위험을 무릅쓰는 태도가 필요하다. 제자들이 평화의 선물과 성령의 선물을 받기 전에 가졌던 태도와 정반대의 태도다. 용기와 위험을 무릅쓰는 자세가 없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치고 있는 갈등의 상황 한가운데에서 복음을 살아 있게 할 수 없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보잘것없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음을 자주 본다. 교회로서 우리는 집 안에 문을 걸고 앉아 있는 대신 그러한 풍조를 고발해야 한다.(요한 20,19)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 현존하는 성령은 공동체에 심오한 일치를 가져다 준다. (이미지 출처 = Pxhere)

일치와 다양성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 현존하는 성령은 공동체에 심오한 일치를 가져다 준다.(1코린 12,3-4) 그러나 공동체의 각 구성원은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다.(12,12-13) 사도행전도 이 내용을 특별한 방식으로 확인한다. 성령의 힘은 제자들로 하여금, 예수 메시지의 핵심인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도록 인도한다.(사도 2,1-4) 자주 그렇게 이해되는 것과 반대로, 성령 강림 축일은 사람들이 같은 말을 함으로써 서로 이해하게 되는 날이 아니다. 이 축일의 중요성은 그것보다 훨씬 깊은 것이다. 그때 예루살렘에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저마다 자기 지방의 말을 하는 것”(2,6)을 들었다. 사도행전은 사람들이 “자기 지방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2,8) 놀랐다고 되풀이하여 말한다. 각자가 자기 지방의 말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령 강림은 차이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줄일 뿐이다.

하느님에 대한 말은 그리스도교 메시지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그 말은 우리가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방식으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에 대한 말은 구체적 역사의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성령에 거스르는 죄를 짓고 싶지 않다면 복음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존중해야 한다. 강압적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개인의 차원이나 사회적 차원에서 단일한 삶의 방식을 강제로 도입하려는 시도 대신 다양한 복음의 표현과 그에 따르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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