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수도자들, 노동존중 사회 기원

파인텍 문제 해결을 감사하고 노동존중 사회를 기원하는 생명평화미사가 14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남녀 수도자와 평신도 등 1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봉헌됐다. 이날 미사에는 파인텍지회 김옥배, 조정기 조합원도 함께했다.

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가 마련한 이 미사는 예수회 박상훈 신부 주례로 사제 9명이 공동 집전했다.

박상훈 신부는 파인텍 노동자들이 “단지 복직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가 온전하고 참답게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노동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 사랑이 깊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 미사를 봉헌한다”고 말했다.

강론을 맡은 예수회 김정대 신부는 이 미사가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됐을 때를 위해 준비된 것이었으나, 지난 11일 합의를 이뤄 미사의 지향을 감사 미사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신부는 “수도자이자 사목자로서 우리에게 고통 앞에 중립이란 있을 수 없기에 약자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며 “그 억울함은 75미터라는 굴뚝의 높이가, 사회와 자본의 잔인함은 426일이라는 기간이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녀, 신자, 시민들의 따뜻한 연대 덕분으로 굴뚝의 두 노동자가 내려오고 연대 단식자들의 단식이 풀릴 수 있었다며 특히 “수녀님들의 존재로 우리 사회는 좀 더 따뜻해졌다”고 감사해 했다.

김 신부는 “그러나 아직도 사람의 온기를 빼앗긴 이들이 너무 많고 특히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온기뿐만 아니라 미래의 희망마저 빼앗겼다”면서 이들과의 연대를 당부했다.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된 '파인텍 고공농성 426일을 마치며' 미사에 참여한 수도자들. ⓒ김수나 기자

이어진 보편지향기도에서는 파인텍 노동자들의 건강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 연대자에 대한 감사와 척박한 노동환경의 개선을 위해 기도했다.

미사에 함께한 파인텍지회 김옥배 조합원은 굴뚝에서 내려온 홍기탁, 박준호 씨와 단식을 푼 차광호 씨가 현재 녹색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다섯 명이 할 수 있었던 게 별로 없다. 그래서 고공농성과 단식을 했다”며 “수녀님들, 함께 단식한 나승구 신부님, 박승렬 목사, 박래군 소장, 송경동 시인, 김우 동지 및 이름을 밝히지 않은 많은 동지들이 있었기에 김세권 대표가 책임지는 합의를 이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 합의가 100퍼센트 맘에 들고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본은 민중과 노동자를 아주 하찮게 종으로 여기는 생각이 아직까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1월 19일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보고와 추모제가 있으며, 1월 28일에는 세월호 광장에서 ‘세월호 아픔을 기억하는 열세 번째 월례미사’에서 김 씨를 추모하는 지향을 담아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파인텍지회 김옥배 조합원이 고공 농성 중단 뒤 상황을 설명하며 그간의 천주교 연대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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