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완전월급제,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를 위해510일 고공농성 김재주 씨

전주시청 앞 20미터 조명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해 온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김재주 전북지회장이 농성 510일 만에 내려왔다. 그는 택시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며 2017년 9월 4일 조명탑에 올랐다.

1월 26일 전주시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가 완전월급제에 잠정 합의하면서 김 지회장은 농성을 풀었다. 완전월급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있는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말한다.

전주시는 그동안 사측과 일부 택시노동자가 완전월급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면 도입을 미뤄 왔으나, 이번 합의로 올해 8월 2일까지 완전월급제를 시행하지 않는 업체는 4차 적발 시 택시 감차 처분을 받고, 택시노동자가 원하면 업체는 전액관리를 시행해야 한다.

현재의 ‘사납금제’는 택시기사가 하루 수입 중 일정액을 회사에 내고 남은 돈을 가져가는 제도다. 반면 ‘완전월급제’는 택시기사가 하루 수입금을 모두 회사에 내면, 회사는 기사가 납입한 금액과 관계없이 정해진 월급을 지급한다.

2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전화 인터뷰로 그가 510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던 이유와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방향을 들어 보았다. 그는 26일 조명탑에서 내려와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510일을 어떻게 버텼나?

전주시청 앞 20미터 조명탑 위 고공농성장. (사진 출처 = 김재주 지회장 페이스북)

-처음 올라갈 때 노사정 합의한 것이 있었다. 용역 조사를 통해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한 임금표준안까지 나왔음에도 전주시는 사업주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계속 시간을 끌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올라왔다. 분노의 마음 때문에 견뎠다 생각한다. 그런 분노가 없었다면 이렇게 장시간은 못 견뎠을 것이다.

주변에서 보여 줄 만큼 보여 줬고 할 만큼 했으니까 내려오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냥 내려가면 전액관리제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고공농성으로 정부 여당도 움직였고, 택시노동자에 관심을 갖고 입법도 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것은 성과라고 본다. 그런 부분을 다 생각하다 보니 견딜 수 있었다.

이번 고공농성은 운송수입금 전액을 사업자에게 내야 한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지키라고 시작한 것이다. 택시기사가 손님들한테 불친절하고 승차를 거부하는 일들이 만연했다. 친절하고 안전한 택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을 지켜 사납금제를 없애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또 손님들한테 대우받는 직종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됐든 사납금제도가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했고, 우리도 좀 더 대우 받으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 위에 있을 수 있었다.

사납금제도 왜 문제인가?

-사납금액은 노조와 사측이 정하는데 거의가 흔히 말하는 어용노조와 체결하기 때문에 사납금은 높고 임금은 적다. 사납금은 하루 수입이 적더라도 무조건 내야 한다.

올해 1월 1일부로 전주시 업체들은 사납금을 5000-6000원씩 올렸다. 최저임금이 오르니까 사납금도 매년 오른다. 임금은 안 올린 채로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사납금은 계속 올리는 것이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내가 10시간을 일했다면 이제는 11시간 일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이 강요되는 것이다.

지금 전주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이 100만 원 정도다. 사납금은 매일 13-14만 원이다. 이 사납금을 맞추려면 기본적으로 10시간 이상은 일해야 하는데도 임금은 5시간 임금밖에 안 준다. 10시간을 일해도 17시간을 해도 5시간 일한 만큼 밖에 안 준다. 4시간, 어디는 한두 시간짜리 임금도 있다. 사납금은 사납금대로 내고 급여는 너무 적다 보니까 집에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면 장시간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승차거부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돈이 되는 쪽, 손님이 많은 쪽으로만 가야 하니까. 그래서 불친절하고 과속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사납금의 폐단이다.

이번에 합의한 완전월급제가 도입되면 어떻게 달라지나?

-지금은 실제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을 못 받고 있다. 전액관리제를 안 하면 장시간 노동을 해도 적게는 120만 원에서 많아 봐야 160만 원 선밖에 못 번다. 월급제를 하면 주 40시간 일했을 때 최저임금으로 150만 원이 조금 넘고, 40시간보다 초과하면 그만큼의 임금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임금이 크게 많아지진 않지만 사납금제일 때보다 노동시간은 훨씬 줄어든다.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가 되면 기본적으로 150만 원이라는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거기에다 내가 일을 좀 더 열심히 하면 그 성과에 대한 수당이 있기 때문에 월 200만 원 이상은 될 것이다. 임금 자체가 워낙 낮아 아쉬움도 있지만 사납금 때보다는 나으니까 한 발짝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정안에서 실제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을 받게 하겠다는 내용도 있기 때문에 이제 시작단계라고 생각하고, 더 알려 나가면서 입법투쟁도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급여체계나 노동시간이 좀 더 개선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본다.

510일 동안 고공농성을 한 김재주 씨가 1월 26일 땅에 내려왔다. (사진 출처 = 김재주 지회장 페이스북)

21년 전 도입된 전액관리제가 왜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고 보는가?

-지자체가 지도, 감독, 처벌을 해야 하는데, 눈감아 왔고 그래서 사문화됐다. 현행법도 실은 잘 만들어져 있다. 지난달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법에 실제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 등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이 나와도 지자체장들이 처벌하지 않고 강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실질적으로 정경유착이라고 본다. 법이 있음에도 그 법을 지키지 않고 사납금제를 고수하는 택시 사업주들을 시가 바로 지도, 감독하고 행정처분을 해야 함에도 안 하는 이유는 정경유착밖에 없지 않는가? 이번 교섭에서도 택시사업주가 불쌍하다, 처벌 안 하겠다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정경유착이 뿌리 깊고, 지자체가 사업주들을 비호한다고 생각한다.

각 지역을 보면 흔히 말하는 토호세력 중 한두 명씩은 꼭 택시업계에 들어가 있다. 그들의 입김이 엄청 세다. 전주에도 천억 대 백억 대 자산가들이 택시업을 하고, 택시를 200-300대씩 가진 이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영세업자인가? 그들은 한 달에도 순수입으로 수천만 원씩을 거둬들인다. 전주에서 택시를 약 60-70대 가지고 있는 업체의 한 달 평균 순수입이 약 2천만 원 정도다. 몇 백대씩 가진 업주는 한 달에 얼마를 벌겠는가.

지난 용역 결과를 봐도 14-17퍼센트가 순수익이다. 그것도 사업주들이 낸 자료만 갖고 얘기한 것이다. 거기에 숨어 있는 자료나 제출 안 된 자료를 포함하면 순수익이 20퍼센트 이상이라고 본다. 못해도 한 달에 2000만 원 이상은 남는다. 그런데도 매번 적자라며 죽겠다고 한다.

시민들이 택시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불친절하고 과속하고 승차거부하고 하는 것 때문에 시민들은 택시 기사에 대한 불신이 많다. 그 원인이 사납금제에 있고, 사납금제가 없어지고 월급제가 돼야 시민에게도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무조건 월급제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보더라도 택시 사업주들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월급제를 해도 택시 사업주들은 예전보다는 수익이 줄어들지만 그래도 수익이 남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

어떤 기사에 달린 댓글에 보니 택시 기사들이 월급제하면 차 갖고 나가서 논다 하는데, 지금은 옛날 같지 않고 디지털 미터기가 있어서 일분일초까지 다 기록된다. 택시기사들이 놀 수도 없고, 우리도 열심히 일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전액관리제 시행에 대한 법적 근거 구체화돼야 

한편, 택시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1997년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도입됐으나 현재까지도 사납금제가 유지되는 것을 두고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택시업계가 사납금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액관리제 시행의 법적 근거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대법원도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요령'의 법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전액관리제를 지키지 않는 업체에 과태료 부과 외에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웠다. 

전주시청 관계자는 “현행법에 운송수입금 전액에 대한 수납, 납부 규정만 있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임금체계나 근로조건은 노사합의 사항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어, 노사합의가 없으면 시가 전액관리제를 전면 시행하기 어려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시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액관리제를 하지 않는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고, 4차 적발 때는 감차(택시면허 일부 취소)하는 것인데, 여기에 형사처벌 조항을 넣든가 해서 처벌을 강화해야지 현행대로라면 지자체도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전주시는 지난해 8월과 12월에 전액관리제를 이행하지 않는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이들 업체가 전주시를 상대로 재판을 제기한 상태로 만약 이 재판에서 지면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전액액관리제 이행이 어렵게 된다. 

이와 관련해 2018년 12월 관련 법률개정안 두 개가 발의됐고, 이번 2월 임시국회에 법안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사납금 폐지와 월급제 정착을 위한 구체적 근거를 보완하고 실제 근로시간을 반영한 임금 지급 등을 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