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잡아라’ 이상석 사무총장 인터뷰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도둑이 너무 많은 겁니다. 공공자산을 갉아먹는 부패의 삼각 동맹이 있어요. 주모자는 금력 권력이 그들과 공모하고 그 공모를 시민들이 방조하고 묵인합니다. 그리고 언론과 사법 당국은 그것에 협조하죠.”

1980년대부터 지역 예산과 행정 감시운동을 해 온 ‘세금도둑 잡아라’ 이상석 사무총장의 일침이다. ‘세금도둑 잡아라’가 고발한 대표적인 도둑은 2015년 “국회대책비 남은 돈을 생활비로 모아 두었다”고 말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다.

지역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1981년부터 순천에서 예산, 행정감시 운동을 해 온 그는 2007년부터 광주에서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 사무처장을 맡았고, 2017년부터는 광주대교구 전 정의평화위원장 이영선 신부와 하승수 변호사가 공동대표인 ‘세금도둑 잡아라’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이 광주, 전남을 위주로 활동했다면, ‘세금도둑 잡아라’는 서울지역과 중앙권력을 제외한 전 지역의 권력 감시와 견제로 넓어진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전국 243개 지자체 추경사업 전반 검토, 새마을운동 장학금 사업 분석 등을 하고 있다.

이상석 사무총장은 얼마 전 역시 지역운동을 하는 하승우 녹색당 정책위원장과 함께 지난 그의 활동과 지자체 감시 활동이 얼마나, 왜 중요한지를 담은 책,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를 냈다.

그는 책을 통해 권력을 바꾸고 바로잡는 것은 대통령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끊임없는 일상의 권력 감시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한 활동이 아니라 동사무소, 구청에 “지금 하고 있는 지역 사업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왜 하는 것인가”라고 묻기만 해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거시적 권력에 대한 비판보다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권력을 감시하는 겁니다.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해 보지 않아서 해도 된다는 걸 모르는 거에요. 그리고 이것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원칙과 법을 지키라는 끈질기고 지난한 요구이고 그래서 보수적인 운동입니다. 세금을 함부로 쓴다는 맥락에서 보면 4대강 사업이 곳곳에 있다는 겁니다.”

이상석 사무총장이 지역에서 해내거나 경고장을 보낸 일 몇 가지를 꼽으면, 전남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 과정, 광주 신세계백화점 터미널부지 유용,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 등에 대한 문제제기와 소송이다.

한 예로, 201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 실패 뒤,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진행했다. 2008년에 시작된 소송은 2014년까지 진행됐고, 법원이 광주시 출연금에 대한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음에도 유치추진위가 거부하자 세 차례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상석 사무총장이 승소했다. 이 재판으로 대형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활동비 집행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졌다.

이 지난한 과정에서 이상석 사무총장이 맞부딪쳐야 하는 것은 해당 기관이나 공무원뿐이 아니다. 지역 언론,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인맥을 통해서도 로비나 압박이 들어온다. 이 사무총장은 이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서 한때는 저녁 5시면 휴대전화를 껐다. 하다못해 밥 먹자는 청도 거절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그는 공공의 적이 되기도 했고,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불독’. ‘저격수’, ‘저승사자’라는 별칭도 얻게 됐다.

(왼쪽)이상석 사무총장과 광주대교구 이영선 신부. ⓒ정현진 기자

이렇게 싸우면서 그는 소위 “이상석 판례”, “이상석 모델”을 만들었다.

지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사업유치 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고, 업무추진비 공개와 함께 임대형 민간투자사업(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임대해 쓰는 투자방식) 협약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끌어낸 것이다.

또 예산감시 활동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받고 불법 여부에 따라 고발하며, 요청한 자료를 주지 않으면 소송을 한다는 패턴에 따라 일한다. 제보나 검색을 통해 사안을 설계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자료를 모아 고발하는 것이다. 그는 “서류를 근거로 한 시민운동을 해 보고 싶었고, 이는 정보공개법으로 가능해졌다”며, “내 방식이 완벽한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러나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예산서는 숫자가 아니라 약속한 대로 썼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그 다음은 시민들이 예산을 만드는 참여예산의 단계예요. 예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죠. 이 돈이 정말 필요한 돈인가. 어떤 돈을 어떤 가치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는가. 그런데 그 전에 지금 쓰는 돈을 그곳에 꼭 써야 하는가 자문하는 과정이 없어요.”

그는 “예산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없다. 정치인, 국회의원,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 심지어 회계사조차 지방정부 예산에 대해 모른다”며, “우선 시민들이 돈을 제대로 썼는지 묻고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에 참여예산의 단계로 너무 빨리 갔다”고 지적한다.

그는 무엇보다 지자체 권력 감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바뀌면 수직적 분권은 대통령 의지대로 된다고 해도 수평적 분권, 지역내, 지역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재정문제를 들여다보는 입장에서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지역민에게 자치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바꾼다고 그냥 좋아지지 않는다. 지방정부 내 문제는 똑같다”며, “수장이 아니라 시스템을 먼저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과 시민사회단체는 끊임없이 문제제기 해야 하고, 문제를 받아들인 공무원들은 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각각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1987년에 이장부터 대통령까지 우리 손으로 뽑자고 했지만, 그들이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는 모릅니다. 정치는 민주화가 많이 되었고, 촛불로 한층 근접했다고 하지만, 죽을 때까지 세금을 내면서 그 편성과 집행과정에 누구도 개입을 하지 않고 할 생각도 못합니다.”

이상석 사무총장은 “재정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각 지역에서부터 시민들이 예산과 재정을 감시하는 것은 곧 재정민주주의를 하자는 것, 그것을 확대하고 강화시키려는 하나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지역에서 돈이 어떻게 흘렀는지 알면 지역의 사업과 국책사업, 정책의 본질이 나온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그것을 알 수도 없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석 사무총장은 각 지역 단체에 예산 관련 강의를 다니고 있다. 그는 예산 집행을 하는 사람도 시민들도 너무 모르고 있다고 걱정한다. (사진 제공 = 세금도둑 잡아라)

“정책은 예산 없이 이뤄질 수 없어요. 실제 예산의 흐름, 쓰는 과정, 결산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쓰는가, 정당한가, 효과가 있는가 등을 아무도 묻지 않아요. 모른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거죠. 정당도 예산교육을 하지 않아요. 예산을 누가 만드냐면, 80퍼센트 이상을 담당 공무원이 만들어요. 통제권을 단체장과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데 모르니까 못하죠.”

그는 예산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관행 그 자체고, 관련법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관련법이 있는데, 어겨도 처벌은 미미하다. 국민들 역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그런 불법을 용인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이것을 뒤집지 않으면 세상은 좋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 때 후보가 공약으로 어떤 정책을 이야기하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고 묻는데, 그것은 기존 사업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전제라며, “재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기존 사업이나 정책도 포함해 예산을 재편성하고 우선 써야 할 데에 먼저 쓰면 된다. 질문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예산은 배분, 분배의 문제가 아니며, 먼저 어떻게 세금을 잘 거둬 들이는가, 어떻게 투명성을 확보하는가의 문제라며, “투명성이 없으니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한다. 정부는 쓰는 것보다 어떻게 거둘 것인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의 사무실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예산감시 관련한 무료 교육을 하기도 하고, 각 단체에서 요청이 올 때마다 강의에 응한다. 예산감시가 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인지, 그리고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민들에게, 원하는 세상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절대로 시민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해 주지 않는다며, “내가 만들지 않은 세상은 허상이다. 욕만 해서는 안 된다. 돈을 후원하든 운영에 참여하든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하느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 인간 탐욕은 무한정이고 숫자로 쌓는 재물도 제한이 없다. 그래서 부자는 더 쌓고 권력은 남의 것을 빼앗거나 다른 이를 통제한다. 돈을 인간을 통제하는 데 쓰는 것이다. 돈으로 사람을 부리는 이도, 부려지는 이도 모두 돈의 노예다. 그것은 신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영선 신부도 의견을 보탰다.

이 신부는 “세금도둑 잡아라”를 만들고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신앙에 따른 세상을 위해서”라며, “법에 근거하고, 잘못된 법을 고치면서, 더 많은 돈을 가진 이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정치는 곧 돈이다. 돈을 관리하면 정치가 관리되고, 정치와 경제는 함께 가는 것”이라며, “돈, 예산은 단지 무엇을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라 국가가 집행하는 사업, 정책의 본질이자 이뤄지는 과정이고 결과다. 정치는 결국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바꿔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우리는 늘 정치인들에게 우리를 위해서 일하라고 한다. 남에게 우리의 행복을 위해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요구하지 말고 우리가 해야 한다. ‘해 달라’가 아니라 ‘하겠다’가 되어야 한다. 일상, 생활정치 모든 영역에서 2인칭, 3인칭이 아니라 1인칭 구조로 바뀌기를 바란다. 그것이 시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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