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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본당 살리는 우리농 이촌동 매장[농민주일 특집] 서울 이촌동 우리농 직매장 6년의 성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우리농 직매장. 주로 본당 안에 자리 잡은 다른 우리농 매장과 달리 조금 새로운 시도로 시작된 이 매장은 2012년 6월 문을 연 뒤, 이제 ‘지역공동체’라는 작고도 탄탄한 열매를 맺고 있다.

‘이촌동 직매장’의 역사는 이렇다. 한강성당 성모회 회원이었던 김정이 씨(엘리사벳)의 제안으로 2002년 성모회 바자회 물품을 우리농산물로 바꾸면서 시작된 우리농 활동은 매 주일 우리농 판매로 이어졌다. 교우들의 호응이 높아갈 즈음, 성당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근처 동작대교 아래에서 농산물 직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당 마당 직거래 장터도, 다리 밑 장터도 한계에 부딪힌 이들은 성모회 회장단 모임을 통해 우리농 직매장 운영을 제안했고, “매출이 너무 많이 나면 어쩌냐”는 걱정 아닌 걱정까지 하며 매장을 열었다. 그리고 5년째인 지난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고, 처음 바람처럼 이촌동 매장은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다.

직매장은 비록 본당 밖에 있지만, 이들은 목적이 단지 농산물 판매가 아니라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운영 원칙도 그대로 따랐고, 모든 물품의 마진은 단 1000원이었다. 그렇게 필요한 만큼만 벌어 이윤이 남으면 최소한의 유지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농촌을 위한 기금으로 돌려보냈다. 매장 운영의 현실적 문제로 얼마 전에야 마진을 2000원으로 고민하며 올릴 정도다.

덕분에 자매결연을 한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온혜 분회에 송아지를 세 마리 입식하고, 이제는 제법 안정적으로 물품을 팔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조합원으로는 활동가 외에 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 온혜 분회도 참여했다. 이촌동 지역 주민들은 조합원은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의 조력자 또는 우리농 활동가가 됐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이촌동 직거래 장터. 직거래 덕분에 지역민들은 농민의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알아보게 된다. (사진 제공 = 김정이)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기본은 본당의 우리농 활성화”

본당 밖의 매장 운영은 의도치 않게 다양한 시도와 상황으로 이어졌다. 처음 3년간은 초기 멤버들의 무임 봉사로 운영됐지만 다른 지역 본당 활동가들도 참여했다. 본당에서 우리농 활동을 했지만 여러 이유로 활동이 중단된 본당 활동가들 몇몇이 이촌동 매장 운영을 돕기로 한 것. 덕분에 현재 활동가 9명 가운데 한강 성당 출신이 5명, 다른 본당 출신이 4명이다. 이들은 “내 인생은 우리농을 만나면서 달라졌다”고 고백할 정도로 열정적 활동을 했었고, 그 실천을 어떤 식으로든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지역민들의 공동체를 이뤘다는 것도 중요한 성과다. 가톨릭 신자 여부와 상관없이 6년이 지난 지금 가족이라고 여기는 고정 고객은 30여 명. 지난달 직거래 장터에는 230여 명이 참여했고, 매출액은 1000만 원에 달했다.

우리농 매장 고객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도 데려와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소개하고, 특정 물품을 생산하는 농민의 이름을 기억한다. 무엇보다 활동가들도 지역민들도 ‘직거래’의 맛을 알아 언제 무엇이 나오는지, 미리 문의해 참여한다. 또 지난해부터는 가을걷이 즈음, 지역 주민들이 온혜 분회 농민들을 만나, 이제는 농민들과도 돈독한 관계가 됐다.

이촌동 매장과 초기부터 자매결연을 한 온혜 분회도 마찬가지다.

적은 양이지만 다양한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때로는 친정 어머니가 자식들을 챙기는 것처럼 상품 외에 먹으려고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 오기도 한다.

초기부터 함께 해 온 온혜 분회 전 분회장 이태식 농민은 온혜분회 생산물이 소량다품종이고 매장에서도 대량소비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른 곳에 대량 출하하기에는 적은 농산물을 규모 있게 소비하고 손두부, 청국장까지 다양하게 책임을 져 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주민과 분회가 교류를 하고 있는데, 주민도 농민도 상당히 좋아한다며, “뭐든지 함께 하면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가톨릭농민회 농산물은 계획 생산과 소비를 하지만 특별히 이촌동 직매장을 위해서는 따로 생산하기도 한다. 일정량을 책임 소비하기 때문에 잉여 농산물을 남기지 않고 팔 수 있고, 무엇보다 농민들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팔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식 씨는 “대도시의 한 곳에 우리 편이 하나 있다는 것이 마음속에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농민의 편, 아니 함께 하는 동지가 된 것”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매월 진행하는 직거래 장터가 끝난 뒤, 온혜분회 농민들과 함께. (사진 제공 = 김정이)

한편, 김정이 씨는 지역 주민들과 공동체를 만든 것, 농산물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것, 그 가운데 생긴 지역의 변화에 감사하면서도, “그럼에도 우리농운동은 본당을 살리고 본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본당 밖에서 하고 있지만, 우리농의 살 길은 본당을 살리는 길이고 그래야만 운동이 될 수 있다”며, “이번에 우리농이 각 교구에서 평신도사도직단체로 등록을 했으니, 그것을 새로운 기반으로 삼아 1차 직거래를 위한 장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 자체가 어렵고 식생활이나 농산물 소비, 생산 구조가 바뀌는 것은 객관적 어려움이지만, 그럼에도 교회의 운동인 만큼 서로 살리기 위해서 농민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 희생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산물 직판은 관계를 맺은 농민과 연계되는데, 본당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책임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안전하게 책임 생산을 할 수도 없다며, “생산을 살리지 못하는 소비 중심의 활동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아니라 생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실천이 되어야 한다는 그는, “최소한 우리농에 물품을 공급하기로 고집하던 농민들이 판로를 바꾸는 일은 막아야 하고, 그 애정 어린 고집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살리자고 작정했다면, 더 적극적 방법을 마련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마치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처럼, 필사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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