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주일 특집] 가농 두물머리 분회장 최요왕 농민

4대강 사업으로 땅을 잃고 대체농지로 옮겨 간 양평 두물머리 농민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당시 농민들은 지자체가 제안한 사유지를 임대하거나 경기도가 빌려준 돈으로 땅을 샀다. 9년이 지난 지금, 농지의 임대기간은 2년밖에 남지 않았다. 빚을 내 땅을 산 농민들은 매달 높은 이자를 물어 왔다. 조만간 이자에 더해 원금까지 돌려줘야 해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 4대강 사업만 아니었어도 임대기간에 쫓기거나 빚더미에 앉을 이유는 없었다.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을 했던 최요왕 씨(요한)는 당시 빚을 얻어 농지를 샀고 일 년에 1000만 원 가량의 이자를 계속 내 왔다. 4-5년 뒤부터는 이자를 포함해 원금까지 갚아야 한다. 이자도 벅찬데 원금까지 더해지면 감당할 수 없다고 농민들은 말한다.

“(부채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인 대책이 없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박근혜 정부 때 농림부에 부탁했어요. 원래는 조건이 3년 거치 17년 분할상환이었는데 10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해 주겠대서 한숨 돌렸죠. 먼저 나갔던 분들은 우리보다 상환시기가 2년 빨라요. 우리는 4-5년 후부터 원금을 갚아야 되요. 우리야 조금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그분들은 당장 지금부터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죠.”

농민들은 지자체가 나서서 임대기한을 연장해 주거나 정부가 땅을 사서 농민들에게 임대하는 방식도 생각해 보지만 정부는 아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선해 준 대체부지가 사유지라 임대료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최요왕 씨는 당시 땅값이 비쌌지만 농사를 지어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5년 동안 이자만 내는 것도 버거웠다. 원금을 생각하면 더 막막하다. 그 사이 파산해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도 생겼고, 현재 농사를 짓는 이들도 농사를 계속 짓기 어렵고 나아질 가능성도 없다고 최 씨는 말했다.

가톨릭농민회 두물머리분회장 최요왕 씨(요한). ⓒ김수나 기자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지금 가톨릭농민회 두물머리 분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농사가 “제일로 명분 있는 일”이라 생각해 농민이 되었다. 그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세상일은 “다 속임수 같고” 무슨 일이든 “속임수가 조금씩 섞일 수밖에” 없지만 농사만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농사가 좋았다. 힘든 농사를 왜 계속 짓는가 하는 물음에 그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팥을 수확하면 마당에 가빠를 깔아 놓고 터는데 팥이 튀어서 가빠 바깥으로 떨어지는 게 있어요. 그럼 제가 주웠어요. 팥을 손에 쥐고 보면 그게 그렇게 예뻐요. 또 목화는 수확하면 말리는데 목화에 애벌레가 있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벌레 잡으라고 나한테 시켜요. 들여다보면 연분홍색 애벌레들이 기어 나오는데 진짜 예쁘거든요. 예뻐서 갖고 놀다가 죽이기는 미안하니까 닭한테 주면 닭이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몰라요. 뿌듯했죠.”

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는 없다.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을 거듭해도 뾰족한 답이 안 나온다. 땅을 얻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농사로 세상을 사는 게 점점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농사가 어려운 건 힘들어서 힘든 게 아니고 힘든 만큼 대가가 없으니까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가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지금은 무엇을 하든 “그래 봤자다”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그에게는 미래가 불투명한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는 한두 가지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좋겠는데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다며 안다면 가르쳐 달라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우리농, 생협도 근본 해결에는 한계

최요왕 씨는 생협이나 우리농을 통해 유기농산물이 유통, 소비되는 방식이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나 위기에 처한 농업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농에서 어느 지역에서 힘드니까 뭐 사 주자 그런 건 참 잘해요. 그런데 이것은 일종의 진통제예요. 아파 죽겠는데 진통제라도 주면 참 고맙긴 하죠. 우리농을 원망하거나 탓하는 건 아니지만 냉철하게 보면 농업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근본적으로 농업문제를 바꿀 가능성은 없어 보여요. 농민들은 그게 힘든 거죠.”

그는 무엇보다 현재 우리농, 생협 운동이 정부에 농업을 살리는 정책을 제안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데 힘을 쏟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농업은 철저하게 소외당했다.

최 씨는 경제가 성장해도 농업에 돌아오는 이익은 아무것도 없었고, 농업은 다른 산업을 위해 희생한 만큼의 대가조차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농업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이제 농민은 현실적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으며 정부는 산업 간 이익을 재분배하고 농업을 살리는 데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점점 없어요. 우리 세대만 해도 농업에 대한 정서가 있었어요. 이제 시골에서 살고 농업을 경험한 세대들이 늙어가고 있어요.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전략적 접근이 절실합니다. 우리나라 지도층한테는 농업에 대한 생각이 없어 보여요. 아니면 생각은 있어도 중요하지 않다, 민원이나 해결해 주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농업은 철저하게 소외당했어요.”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있는 최요왕 씨의 농장. ⓒ최요왕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국가 차원의 농지정책 절실

최요왕 씨에 따르면, 2009년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두물머리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의 꿈을 안고 귀농한 이들이었다. 가진 땅이 없어도 그들이 귀농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땅을 빌려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전국에 있는 강변 농지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최 씨는 국가적 농지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농지 확보에 큰 영향을 미쳐 갈수록 땅이 없는 사람은 농사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한다)의 철학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농지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두물머리 유기농지 피해를 해결하는 과정이 국가의 농지정책을 새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지난 1월 두물머리 농민들은 청와대에 유기농지, 피해농민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을 넣었다. 농민들은 정부의 생태학습장 조성 약속 이행,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융자금 문제에 대한 대책, 소송비용 청구 취소와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땅이 없는 농민도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지를 임대해 주는 정책이 없으니 정부도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최 씨는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까? 여기서 계속 농사지을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해요. (빚을 갚기 위해) 지금 땅을 팔고 다시 빌려서 농사를 지을 수도 있겠지만, 농민이 유목민은 아니잖아요? 옮겨 다니면서 할 것도 아니고요. 요즘에는 땅을 빌려주면 금방 나가라고 그래요. 특히 양수리는 땅값이 높아 부동산 흐름이 거세요. 임대농을 하기에도 안정적이지 않아요. 다른 데도 그렇지만 여기는 특히 더 심하죠. 우리나라 임대농이 많이 힘들어요.”

한편, 두물머리 농민들의 피해 대책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는 “인수위 농정분과 관계자들이 7월 10일 두물머리를 방문해 주민 의견을 들었으며, 4대강 사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인수위의 현장방문은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본 광주, 남양주, 여주, 양평 지역 농민들과 인수위 관계자들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최요왕 씨와 함께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을 했던 서규섭 씨(욥, 가농 두물머리 분회)는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당시 집단 이주농가의 농지 임대 기한이 2년 남아 생계가 위협 받고, 땅을 샀던 농민들은 매년 평균 4000-5000만 원씩 갚아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4대강 사업 두물머리 지구는 경기도가 진행한 사업이므로 경기도가 앞장서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러한 지적에 인수위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했지만,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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