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태환경위 입장 발표....소수 지식인의 정책결정 넘어서야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핵발전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고, 공론화위원회의 공정하고 투명한 활동을 촉구했다.

강 주교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고리 5, 6호기 중단 여부와 공론화를 둘러싼 논란에 “핵 사고는 결정권을 가진 개인이나 국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책임질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핵발전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는 한편, 공론화위원회에 “공론화 과정의 투명하고 공정한 개방, 국민들과의 충분한 소통 확보, 핵발전의 기술적, 경제적 측면은 물론 윤리적, 사회적 차원의 문제를 명확히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강 주교는 입장문에서 국민 모두와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을 그동안 소수 전문가 집단의 판단과 결정에 의존해 왔으며, 특히 핵발전은 관련 정보가 극히 소수의 관계자들에게만 제공되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긍정적 측면만 일방적으로 홍보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국민 참여의 기회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소수 전문가의 논리에 따라 이뤄진 산아제한정책과 모자보건법 도입, 4대강 사업의 예를 들며, “그 결과 지난 10년간 100조 원을 투입하고도 최저출산율 시대를 막지 못했고, 4대강은 거대한 녹조 호수가 됐다. 이는 정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옹호한 학자들의 판단과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주교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참여 산업체나 관련 기업들의 집단 이기주의와 이해관계가 예외 없이 작동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며, “국책 사업 결정 과정에는 자본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제3자의 참여가 필수다. 윤리적 성찰과 식별을 할 수 있는 양식 있는 이들의 참여와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특히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국민과 기업의 경제적 부담, 고용된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경제적 손실, 전기생산원가 상승 등 반대 근거에 대해, “경제적 부담이 아무리 크더라도 핵발전 공사중단 여부의 선택은 결코 경제적 시각에서만 다뤄져서는 안 되며, 더 숭고한 가치 즉, 미래 세대와 생태계 전체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강 주교는 핵발전소 지역민들의 일자리와 생계 대안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핵발전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보조금이나 여러 혜택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을 핵발전소에 예속되는 구조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며, “일자리와 생계 문제는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공사가 중단되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현진 기자

이어진 공론화위원회의 권한과 한수원 등의 반발에 관한 질문에 강 주교는, “핵발전소 건설중단 여부와 핵발전정책 결정은 정부 차원의 문제고 정부의 책임이지 한수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국민들의 충분한 인식,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시민들의 소리를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며, 소수 전문가의 결정에 따른 시행착오와 피해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핵발전소 건설 중단, 탈핵에 대한 공론화와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교회가 모든 몫을 할 수는 없다. 또 교회 내 의견부터 수렴하고 나서야 밖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맞지 않다”면서도, “다만 교회 내 신자들부터 객관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의식 교육이나 운동을 펼쳐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교회의 공식적 가르침, 프란치스코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씀을 최고 권위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인다면 취해야 할 태도는 자명하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한편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7월 24일 위원장 김지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를 비롯해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등 분야별 전문가 2인씩 총 9명이 임명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기한은 3개월이며 10월 중 결과를 낼 예정이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최종 결과를 적극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설계와 의제 설정, 소통 촉진부터 구체적으로 배심원단 구성과 운영,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실시할 계획이며, 설계를 위한 첫 회의를 8월 1일 연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과 한수원 등은 공론화위원회에 위법 요소가 있고,  구성 위원의 전문성이 없다는 등의 문제를 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정부는 사회적으로 국민들의 관심 높아져 합의와 협의가 필요할 때는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위원들은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을 선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 외 한수원 노조와 울주군 핵발전소 건설중단 반대 대책위, 카이스트 성풍현 교수와 서울대 주한규 교수 등도 1일 공론화위원회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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