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집중 투쟁 벌여

인천성모병원 앞이 지난 20일 오후부터 난데없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경찰과 용역들이 즐비한 가운데, 전국에서 올라온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400여 명이 '단체협약 일방해지 통보 철회! 노조탄압 분쇄!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집중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천성모병원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인정하고, 법원에서조차 합법임을 판결한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학노 병원장 신부의 책임있는 대화를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의 집회가 예정된 상태에서 성모병원 측은 군용 철조망을 병원 담벼락마다 설치하고, 60여명이 넘는 용역을 불러서 병원 문을 봉쇄했으며, 병원 곳곳마다 전투경찰이 배수진을 쳤다. 1백여명에 가까운 중간관리자들도 나와서 노조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전국에서 인천으로 찾아온 조합원들은 오후 2시 인천성모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며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오후 5시에는 보건의료노조 집중투쟁 출정식이 열렸다. 출정식에서 인천성모병원지부 박용희 지부장은 “병원은 돈벌이로 나날이 커져가고 있지만, 그 속에 일하는 직원들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 채 하루 하루 시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병원장 신부는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말고, 제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위원장은 “인천성모병원이 시도한 단체협약 일방해지는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한 극악한 탄압이다. 세종병원, 영남대의료원, 삼육재활센터에서 시도했다가 산별노조의 강력한 투쟁으로 좌초된 바 있다. 인천성모병원도 예외일 수 없다.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은 오늘이 시작일 뿐이다. 이학노병원장이 대화를 거부한 채 노조탄압에만 혈안이 된다면 우리는 6월 10일 2천여명의 간부들이 상경하는 대대적인 집회를 통해 또 한번 병원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 박용희 인천성모병원 지부장

인천지역본부 전재환 본부장은 “대화를 해결하자는데 군용철조망까지 설치하고 폭력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투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29일 지역노동자대회를 열고 인천성모병원의 민주노조를 지키는데 적극 나설 것”을 밝혔다. 이후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이용규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대전충남지역본부 본부장, 인천지역본부 유숙경 본부장의 연대사와 격려사가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지부는 2009년 1월 1일부로 단체협약 해지통보, 노조탈퇴 강요로 240명의 조합원이 40명으로 축소되었으며, 병원측은 ‘50명당 1명의 전임인정’이라는 단체협약을 근거로 지부장 전임해지 통보, 노조선전활동 봉쇄 등으로 노조를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노사간 교섭에는 사측 대표인 의무원장이 불참하고, 병원장은 단 한차례도 노동조합의 면담이 응하지 않으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인천성모병원 사태를 지켜보고 나서, 오후 5시에 서울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열린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오체투지 순례단 환영미사에 참석한 황상근 신부(제물포성당)는 <지금여기>에 "병원 책임자들이 노조와 화해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회칙에 대해 돌아볼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교도권 차원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 병원측은 담장에 철조망을 쳐 놓았다. 

▲ 병원측에서 동원한 용역들이 노조의 집회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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