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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촛불대선’에 노동자는 없다노동자 고공단식농성 12일째.... 노동문제를 사회의제로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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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5  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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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노조 설립, 직장폐쇄, 구조 조정, 비정규직 등으로 해고당한 6명의 노동자가 광화문의 한 빌딩에 올라 고공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 개정, 노동3권 완전 쟁취”를 외치며 12일째 ‘살기 위해’ 곡기를 끊고 있다.

공장폐쇄와 노조말살에 맞서 싸우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김혜진, 노조설립을 이유로 문자해고 당한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 오수일, ‘미래 경영상 위기’로 해고돼 10년째 투쟁 중인 콜트콜텍 노동자 이인근, 사측의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판결에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삼표동양시멘트 노동자 김경래, 부당징계와 노조탄압에 맞서 온 세종호텔 노동자 고진수,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싸우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장재영.

각기 다른 이유로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간 노동자로서 행복할 권리,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보장받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에 이은 이른바 ‘촛불 대선’ 즈음에 11층 높이 건물 위에서 단식 농성을 하겠다고 결의한 것은 비단 자신들의 사업장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다. 또 이들의 싸움은 지난해 11월 1일 10개 사업장이 모여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6개월간 이어진 공동투쟁부터 이미 시작됐다.

   
▲ 6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 중인 광화문 세광빌딩. 노동자들은 40미터 높이 전광판 뒤편 아래 좁은 통로에서 비닐과 침낭으로 버티고 있다. ⓒ정현진 기자

“1700여 명이 촛불을 든 자리에도 노동자는 유령과 같았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 해결과 노동3권 쟁취, 대통령이 아닌 시민의 손으로

“노동자, 민중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전국에서 올라와 농성투쟁을 시작했습니다. 늘 맨 앞에서 촛불을 지켰지만, 그 어떤 촛불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한 번의 발언기회도 얻지 못했습니다. 연단에서 노동문제를 이야기하면 시민들의 거부감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그렇게 열린 이 정치 공간, 탄핵 이후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이라는 공간에서도 노동의 문제, 노동자의 목소리는 유령과 같았습니다.” (노동자, 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김혜진 공동대표)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된 시국미사에서 전화로 시민들에게 투쟁의 의미를 설명하던 김혜진 대표는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세월호참사 뒤 3년간 그리고 세월호가 인양되던 시간에도 온 국민을 전쟁으로 내모는 사드배치가 강행되고 노동현장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살이 자본과 권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실에서 또다시 고공으로 오르는 악순환을 선택한 것은 이 끔찍한 상황을 끊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 건물 위 농성장에 있는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장재영 조합원. (사진 제공 = 콜트콜텍 이인근 지회장)
또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노동자와 민중들의 삶의 가치가 자본과 권력의 이해를 우선하는 이들의 가치보다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위한 촛불을 들면서도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야 하고 존중받아야 할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했는가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진 씨는 “대선 시기에 농성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대통령 후보나 새 대통령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20년간 보고 느꼈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금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 시민들이 노동의 문제를 전 사회적 과제로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 모이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라며,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정리해고제, 비정규직법.... 자본가의 곳간을 채워 주는 도구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대선 후보들이 수많은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그 안에 노동자, 민중의 삶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국가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노동자, 민중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도록 힘 합쳐 투쟁합시다.” (콜트콜텍 이인근 지회장)

6명의 노동자가 올라간 세광빌딩 아래 천막을 지키던 차헌호 지회장(아사히비정규직지회)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우리의 요구는 6개 또는 10개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 노동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비정규직법 등이 생긴 20년 전부터 노동자들의 삶은 이미 파탄났고, 더 이상 미루거나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이는 몇몇 사업장이 아니라 청년실업을 포함한 전 국민의 삶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 지회장은 이 농성이 대선 후보가 아닌 시민들에게 기대는 것이라면서도 현재 대선 후보들의 노동 공약, 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비정규직 차별금지, 비정규직 임금인상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바뀔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은 아니다. 오히려 공약 자체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었다”며, “공약을 하지만 실질적 근거가 없다. 노동문제를 체감하는 온도가 노동 현장과 정치권 사이에 격차가 너무 크다. 절박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역시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쉽게 철폐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이 문제가 전 사회적 의제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 투쟁으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더 큰 힘이 되기를, 2017년에는 이 문제가 전면적 투쟁의 판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건물 아래에는 10개 공동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밤낮으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정현진 기자

현재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세광빌딩 앞은 지난해 11월부터 정부정사 앞 농성에 참여했던 10개 사업장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다. 농성 첫날부터 4일간은 비닐 한 장을 치기 위해서 경찰과 싸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3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현재는 충돌은 없다. 다만 농성장 불법점거, 전광판 업무 방해로 출석 요구서가 날아와 손배소 등이 예상된다.

물과 소금만 먹으며 침낭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6명의 노동자들도 의료진 검진 결과에 따르면 모두 기력이 쇠약해졌고, 몇 명은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다.

차헌호 지회장은 이런 상황에 걱정을 하면서도, “농성은 무기한”이라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결단이 나오기 전까지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모든 것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공동투쟁위원회는 이 문제에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하며 4월 30일까지 시민들의 한끼 단식 참여 캠페인을 진행하고, 노동절 전날인 4월 30일에는 광화문에서 투쟁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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