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파시즘부터 극복할 것"

광주대교구 가톨릭 사회운동 단체들이 새로운 시민사회단체 ‘가톨릭공동선연대’를 창립했다.

지난 2월 창립식을 한 ‘가톨릭공동선연대’는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가톨릭농민회, 가톨릭노동청년회, 가톨릭대학생연합회와 청년연합회 등에서 활동해 왔던 회원들이 주축을 이뤘지만, ‘시민사회단체’로서 활동을 희망하는 일반 본당 신자들과 비신자와도 함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가톨릭농민회, 학생회 등의 이름으로 활동해 왔던 이들은 그동안 각 교회 안팎의 단체나 소모임, 동지회 등의 이름으로 그 인연과 삶의 맥락을 이어 왔다. 그러다 새로운 NGO의 창립 제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백남기 농민 사건과 촛불 집회였다.

약 6개월, 비교적 짧은 준비 시간을 거쳤지만, 이들은 지난날 천주교 사회운동이 놓쳤던 점을 되풀이하지 않고, 시대적 변화를 담기 위해 고민했다. 이를테면, 과거 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했던 이들만을 위한 ‘동지회’가 되어서는 안 되며, 현재성과 확장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교회쇄신과 사회복음화의 두 축을 계승한다는 것과 단체 내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단체 내 민주주의를 지키고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것과 함께 단체 내부 논의 구조와 리더십이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정작 교회 문제를 비판하고 사회 불의를 비판하면서 우리 안의 파시즘과 같은 모순을 그대로 사는 것에서 천주교 사회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과연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 사회교리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를 항상 성찰해야 합니다.”

▲ 광주대교구 정평위 사회교리 공부 모임. 두 개의 그룹 중 하나를 이끌고 있는 김인환 대표는 "사회교리를 더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하고 풍부하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광주정평위)

지난 3월 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만난 가톨릭공동선연대 대표 김인환 씨(루카)는 "사회변혁과 교회 쇄신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일반 시민사회단체보다 폐쇄적이고, 덜 민주적일 것이라면 새로운 이들을 품을 수도 없고, 그들이 굳이 천주교사회운동에 들어올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사회운동이 정체된 이유 중 하나인 연령에 따른 서열화를 파격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가진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여러 모로 실험정신을 가지고 도전해 볼 것이라고 했다.

신앙 여부, 과거 단체 활동 여부와 상관 없는 더 큰 그릇으로서 ‘가톨릭 시민사회운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전에 천주교 사회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동력을 만들지만, 그 이후에는 분명 개별 회원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다.

운영 형태와 더불어 또 하나의 고민은 활동 내용이다. 그는 “과거에 교회 쇄신과 사회민주화라는 두 목표가 분명했는데, 여전히 그것이 유효한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이 두 과제는 가톨릭사회운동의 ‘숙명’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제도교회를 적이 아닌 파트너, 소통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쇄신과 사회민주화를 함께 이루기 위해서, 그는 “교회가 한국 사회와 이 세상의 진보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종교의 역할은 이 세상이 ‘하느님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신자들의 경제적, 시간적 에너지를 교회 안에 묶어 놓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가톨릭공동선연대’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신앙으로부터 배우고 얻은 힘을 다른 사회의 영역에서 공동선을 위해 표출하고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선 선택한 것이 사회교리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광주대교구 정평위 사회교리공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는, “교회가 해석한 대로 알아듣기만 하는 사회교리가 아니라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해석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더 풍부하게 삶으로 스며들고 실천하도록 만드는 사회교리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단체의 지침이 사회교리가 되기 위해서는 비판적 접근을 시도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공부’가 필요하다며, “교리를 다각적으로 충분히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다른 이들에게 요구할 수 없다. 그것은 신자도, 제도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 지난 2월 25일 '가톨릭공동선연대'가 출범식을 했다. (사진 제공 = 최강은)

‘가톨릭공동선연대’ 창립 총회에서 참가자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의, 평화, 인권 등 공동선의 가치를 구현하고, 천주교 사회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며,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공부모임과 여성소모임을 우선 꾸리고, 오는 6월에는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당시 천주교의 역할 특히 광주대교구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고, 오늘의 신앙인 몫을 고민할 예정이다.

김인환 회장은 “이 활동이 광주에서 시작하지만, 광주에서 머물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가톨릭, 공동선, 연대라는 이름에 맞도록, 스스로 가톨릭이라는 ‘보편의’ 가르침에 맞도록 우리 스스로가 민주적으로 공동의 선을 구현하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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