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윤태호] "모세오경", 윤성희, 바오로딸, 2017

오랜만에 잠깐의 여유가 생겨 책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구양성경의 첫 다섯 권인 '모세오경'(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을 다룬다. 내용은 크게 ‘입문’, ‘1부 이스라엘 원역사’, ‘2부 이스라엘 성조사’, ‘3부 이집트 탈출’, ‘4부 시나이에서’, ‘5부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 마지막으로 ‘6부 모세가 남긴 말’의 순서로 되어 있고, ‘입문’ 편을 제외하면 1부에서 6부는 각각 ‘둘러보기’, ‘주요 본문 읽기’, ‘메시지’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구성

▲ "모세오경", 윤성희, 바오로딸, 2017. (표지 제공 = 바오로딸)
‘입문’에서는 ‘모세오경’의 개략 설명과 오경 각 권의 내용 요약, 그리고 문헌사적 연구 성과를 언급하고 있는데, 문헌사적 연구는 전문 연구자가 아닌 독자들에게 그간의 연구 성과를 요약해서 전달하고 현대 우리말 번역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모세오경’이 결코 단행본의 책이 아니고 모세 사후에도 다양한 저자들이 이 책을 기록해 왔음을 설명해 주고 있으며, 앞으로 설명할 1부에서 6부까지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해 준다.

이 책은 성경 본문에 충실한 설명으로 독창적이거나 참신한 해석을 피하고 독자가 ‘모세오경’을 스스로 학습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본문에 충실하게 설명해 나가지만 반드시 ‘모세오경’의 순서에만 따르지 않는다. ‘4부 시나이에서’, ‘5부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은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를 함께 다루어서 구약의 율법 성립과정과 각각의 법규 내용을 페이지를 뒤적이지 않더라도 한눈에 쉽게 이해하도록 해 주고 있다.

주요 메시지

모세오경 나아가 성경 전체는 ‘인간이 하느님을 알아가는 과정’임을 보여 준다. 성경을 깊이 읽는 현대의 독자들은 구약의 ‘질투하는 신’이 신약에서 자애로운 신으로 갑작스럽게(?) 변신한 것에 대하여 어리둥절해 한다. 과부의 동전 한 닢에도 감탄하고 인간에게 모든 것을(심지어 외아들까지) 내어주는 신약의 하느님과 인간에게 복잡한 경신예물과 율법을 부과하고 심지어는 반항하는 인간들을 사정없이 벌하는 구약의 하느님의 차이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구약시대 인간의 하느님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구약시대의 인간들의 하느님 인식 내지 신에 대한 관념이라고 본다. 저자는 곳곳에서 신약성경 구절을 인용해 가며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하느님이 같은 존재임을 말한다. 인간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명하신 길을 가는 순례자이고 때때로 불의하고 불평등한 현실 속에서 하느님이 주신 정당한 몫을 찾기 위해 투쟁해야 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늘 하느님을 찾고 인식해야 한다.

비판

1. 소돔 사람들은 동성 강간을 시도했는가?

하느님이 롯을 구하기 위해 보낸 천사가 남자의 모습이라는 설명은 없다. 천사가 여성의 모습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소돔 사람들이 천사에게 가하려고 했던 위해의 실제 사례는 판관기(19장 25절)에 있는 레위인의 소실에 대한 윤간이다. 저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전통적 해석을 그대로 수용해서 ‘동성강간’이라고 판단해 버리고 있다.

2. 과연 가나안 사람들만 악했던 것일까?

저자는 이스라엘을 억압하는 이집트인들에게는 모세를 입양해 기른 이집트 공주의 예를 들면서 ‘다양한’ 이집트인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가나안인들에게는 어떠한 변호도 없이 전통 해석대로 ‘악한’ 사람들이라고 판단한다. 마치 20세기의 전체주의가 연상된다. 이 점이 현대 그리스도인 독자들에게 때때로 저자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게 한다.

마지막

이 책은 전문 연구자가 아니지만 성경을 좀 더 깊이 있게 읽고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표지에서 말하는 대로 구약 중급 교재로 적당하다. 앞으로 이와 같은 저작이 성경 전 부분에 차례로 출간되어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널리 읽고 공부할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끝으로 한 가지 더 이야기 한다면 지금은 절판되고 없지만 ‘일과놀이’에서 간행한 ‘해설판 성서’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윤태호(다니엘)
1972년 부산 출생
건국대 글로벌캠퍼스 법학과 졸업
한양대 사회교육원 건축공학과 졸업
창업 정신으로 사회적 기업에 7년째 근무
특기는 새롭게 일 벌이기, 취미는 잡식성 독서(주로 경제, 군사, 역사, 건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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