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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무질서 - '상식'과 다른 열역학의 시선[몽글이의 과학다반사]

과학 법칙인 열역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한다. 이에 결국 언제인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모두 사라진다는 세상 종말론의 근거로 이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제시하는 이들이 있다. 생각해 본다.

열역학(thermodynamics)은 열 혹은 에너지가 일이나 운동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열역학이 연구되기 시작한 때에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열이었고 열을 통해서 원하는 일을 얻기 위해 발전해 왔다. 예를 들어 물을 끓여 높은 열을 가지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원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다양한 연구와 관찰을 통해서 열역학은 몇 가지 법칙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법칙은 아직까지 예외없이 세상의 자연 현상을 잘 설명하는 보편 타당성을 가지게 되었다. 열역학에 대한 물리학 설명은 많은 곳에서 설명하고 있으니 열역학이 가지는 좀 더 다양한 의미를 생각해 보자.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 불린다. 단순히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다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쉽게 말해 에너지 없이는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의미로 어떤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원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노트북을 쓰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고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수력, 화력 혹은 원자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를 만든다. 원하는 작업이 곡물을 빻는 것이라면 맷돌을 직접 돌리거나 물레방아를 이용해도 가능하다. 즉, 에너지의 형태는 다양하고 원하는 일을 위한 모든 것을 보통 기계라 부른다.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다. 유물론적 입장에서 인간은 가장 기본적 기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에너지의 효율에 대한 법칙이다. 쉽게 말해 아무리 애를 써도 에너지는 100퍼센트 효율로 쓸 수 없다. 다른 의미로, 일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면 일부 에너지가 손실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필요한 일을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 중에는 원하는 일로 전환되는 에너지도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시 말해 쓸 수 없는 에너지도 생긴다는 뜻이다. 고온의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고속으로 돌려 전기를 만들어 내지만 회전 운동에서도 마찰이 발생하고 회전 운동이 전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도 저항이 발생하는데 여기에도 다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의 경우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운동 에너지로 만드는데 약 29퍼센트만 바퀴를 돌리는 데 쓰이고 나머지 71퍼센트는 낭비된다. 여기에 엔진에서 만들어진 운동 에너지를 바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손실이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전기 자동차도 결국 어딘가에서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화력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면 내연기관보다 더 효율이 높을지 어떨지 알 수 없다.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은 각각 인간의 삶에서 무엇인가 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가 일을 하는 동안 손실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모든 기술은 에너지가 다양한 일을 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영구기관이란 수많은 시도들이 여전히 지속되지만 열역학 법칙을 이해한다면 무모한 시도임을 알게 될 것이다.

열은 항상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이동한다. 이 내용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이를 과학의 한 내용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이 내용은 열역학 0법칙이다. 그런데 차가운 얼음에 존재하는 에너지가 뜨거운 증기로 이동하거나 물에 떨어진 잉크가 확산되어 퍼지는 현상이 아닌, 물에 퍼진 잉크가 서로 모여 잉크가 뭉쳐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열역학 법칙 특히 제2법칙은 이를 엔트로피(entropy)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엔트로피는 간단하게 무질서의 정도라고 해석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던 쓸 수 없는 에너지의 증가라고 생각하면 좋다. 손실이 항상 존재한다는 제2법칙은 다른 의미로 쓸 수 없는 에너지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 잉크가 물에 떨어져 퍼지는 모습. (이미지 출처 = Pixabay)

잉크가 물에 떨어지면 꼭 확산되어야 하는가?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정도라고 표현된다. 잉크가 물에 떨어진 상황을 생각하면 잉크가 한 방울 떨어지고 그 잉크 방울이 물 안에서 그대로 모여 있을 확률은 극히 낮다. 반대로 잉크가 퍼지는 확률은 높다. 확률적으로 높은 정도를 엔트로피라고 생각한다면 엔트로피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소금이 물을 만나면 녹지 않고 분리되어 있을 확률은 낮지만 녹을 확률은 높다. 그러나 물과 기름은 다르다. 물과 기름을 아무리 흔들어도 오히려 더 질서 있게 분리된다. 이런 경우 무질서도가 감소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열역학에서 이야기하는 엔트로피는 조금 다르다. 물 분자가 가지는 극성을 생각하면 극성을 가지지 않는 기름 분자와 섞이는 순간 오히려 물 분자 사이 거리가 멀어지고 그렇게 되면 서로 인력을 가진 물 분자의 극성을 더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는 더 증가하게 되고 이는 오히려 엔트로피가 감소한다.

사회의 상식에서 질서란 정돈된 상태 정도로 생각하고,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항상 쓸 수 없는 에너지보다 더 필요하다 생각하기 쉽다. 그런 사회적 상식과 열역학 법칙을 결합하면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것이 질서가 되기도 하고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법칙을 통해 결국 세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해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으로 발전하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과학적 관찰을 통해 괜찮은 과학 법칙을 만들어 놓았는데 용어의 유사성만으로 왜곡하여 종교적 혹은 신념적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잉크가 확산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미시적 관점에서는 잉크 분자들은 확산하지 않고 종종 뭉치는 경우도 있다. 즉, 열역학은 거시적 현상을 설명하여 자연의 흐름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지 미시적 현상마저 일어나지 않는다고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열역학은 결국 자연스러운 현상은 안정된 상태를 찾아가는 현상을 설명하게 된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은 상태나 잉크가 물에 확산되는 상태가 더 안정된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엔트로피를 통해 자연은 좀 더 안정된 상태로 가려고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있을 때 어떤 관계와 어떤 조합이 공동체에 가장 안정적 상태인지 찾는 지혜를 어쩌면 열역학의 엔트로피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펴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루카 12,27)

   
 
몽글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컴퓨터를 통해 통찰하고 싶은
과학을 사랑하는

곰 닮은 과학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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