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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죽음 - 죽어야 산다[몽글이의 과학다반사]

오늘부터 매달 셋째 주 화요일에 '몽글이의 과학다반사'가 연재됩니다. 교회와 신자가 알아야 할 과학 사실과 흐름, 그 이유와 의미를 설명하고, 과학의 눈으로 세상과 신앙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려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몽글이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아포토시스(Apoptosis)는 세포 스스로 죽는다는 뜻이다. 인간을 포함한 다세포 생명체는 하나의 세포가 아닌 여러 개의 세포가 모여 생명활동을 하고 있다. 다세포 생명체란 단순히 세포의 수가 많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 세포들이 필요한 곳에 존재하며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약 100조 개의 세포가 모여 구성되어 있다. 세포 하나씩 살펴보면 세포가 만들어지고 계속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순간에는 계획된 죽음을 맞게 된다. 세포 하나는 죽음이지만 세포가 모인 생명체는 역설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한 조건이 된다.

세포 하나만 보면 죽음을 맞이하는 슬픈 일이지만 다세포 생명체가 가능한 오랫동안 생명활동을 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다. 일정 기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더 이상 기능하기 힘든 세포들은 죽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세포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인간의 경우 위장 세포는 2-3시간, 혈액 안 백혈구는 48시간, 적혈구는 120시간 정도가 평균 수명이다. 뇌세포는 60년으로 비교적 수명이 길다. 세포의 수명이 다 되지 않아도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 필요한 순간에는 그 죽음이 앞당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돼 세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세포는 계획보다 더 빨리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모든 경우 세포의 자살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아포토시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세포의 수명이 다 되어서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 계속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다.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새로운 세포들이 기능할 수 없게 될 때 암세포라 부른다. 예를 들어 간세포가 만들어져 간세포의 해독이나 대사물질 합성 등 기능을 해야 하는데 간암 세포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사라지지 않는다면 간의 기능이 점점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세포가 필요할 때 죽지 않아 오히려 전체 생명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암세포가 있다는 것만으로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암세포가 존재하지만 더 이상 커지지 않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암세포를 지니고도 전체 생명체는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있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생명의 유지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전략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의 죽음이다.

   
▲ 세포는 일정 기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더 이상 기능하기 힘들 때 죽어서 새 세포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이미지 출처 = publicdomainpictures.net)

다세포 생명체가 가지는 이 원리를 사회 공동체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포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형태와 역할을 달리한다. 사회 구성원들은 같은 인성을 가지고 공동체에 살아가지만 모두가 다른 모습을 가지고 모두가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사회 공동체는 모두가 똑같은 목적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없다. 각자의 역할이 존중받고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세포들이 뇌세포를 선호한다고 해서 모두가 뇌세포가 되려고 하거나 뇌의 위치에 있지 않은데 뇌세포가 되려고 한다면 생명활동을 위해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과 세포가 다르다면 인간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 생명체나 사회 공동체 모두 구성원의 다양성이 중요하고 그 다양성은 각자가 존재하는 위치와 역할을 수행해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개별 세포들은 죽음을 맞지만 생명체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져도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유전정보라 부른다. 세포는 분열을 통해서 새로운 세포들을 만들지만 세포핵 안에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형태와 기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사회 공동체도 비슷하다. 비록 한 세대가 죽고 다음 세대가 새로 태어나지만 사회 안에서 문화와 전통이란 정보는 사회가 안정되게 지속되는 데 필요하다. 이처럼 한 세대가 죽음을 맞이해도 모든 순간 무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사회가 가지고 발전된 정보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의 마지막 역할은 일정 기간이 지나 죽는 것이다. 그러나 죽지도 않고 자신의 역할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분열만 한다면 그것을 암세포라 했다. 사회 공동체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암세포는 왕성한 활동을 위해서 많은 영양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정상 세포에 비해 더 많은 혈관을 만들어 영양과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는 덜 소비하게 된다. 사회 공동체에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이상의 자원을 소비하고 때로는 축적하는 탐욕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부를 쌓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자본주의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소수의 세포가 영양과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생명 활동의 방해가 된다. 암세포는 대표적인 예다. 소수가 누리는 부가 사회 공동체가 가진 부의 전부라면 다수는 궁핍할 수밖에 없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사도 4,34-35)

   
 
몽글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컴퓨터를 통해 통찰하고 싶은
과학을 사랑하는

곰 닮은 과학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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