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전 원장 등 24명 사표 제출했지만 천주교재단 수리 안 해 모두 현장 근무...대책위 "퇴진시켜야"

▲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희망원 간부들(2016.10.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립희망원 비리가 사실일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원장, 국장, 팀장 등 간부 24명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지 석 달이 지났지만, 사표가 수리돼 실제 퇴사한 간부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화뉴스>가 11일 희망원과 희망원노조에 확인한 결과, 석 달 전 사표를 제출한 간부 중 사표가 수리된 사람은 0명이었다. 시설 거주인(장애인과 노숙인)에 대한 직원들의 인권침해와 비리가 사실일 경우 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전원 사표를 냈지만 말뿐이었던 것이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해 9월. 희망원 측은 사건을 의혹으로 축소하며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난해 10월 13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원장신부 박모씨 등 원장단 4명과 국장, 팀장급 간부 24명은 "의혹이 사실이면 전원 사표를 내겠다"고 밝혔다. 간부들은 곧바로 사표를 제출하고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 거주인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한 대구시립희망원(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희망원 운영주체인 재단법인 대구대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이사장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 대주교)에서 지금까지 사표를 수리한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인권위가 가혹행위, 거주인 사망자 부당처리, 횡령, 강제노동, 임금체불 등이 사실이었다고 발표했고, 검찰은 6명을 구속, 5명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책임 지겠다던 희망원 간부들은 정작 현장에서 버젓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사표를 낸 간부 중 팀장 한모 씨와 윤모 씨 등 2명은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지만 여전히 사표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원장 1명과 국장 2명, 팀장 1명 등 모두 4명이 지난해 겨우 2개월간 직무정지된 것이 희망원 간부들이 받은 징계의 전부였다. 게다가 이들은 올해 1월자로 모두 현장에 복귀했다.

▲ 조환길 천주교유지재단 이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2017.1.11.계산성당)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노조와 시민사회 모두 반발하고 있다. 황성원 희망원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구시립희망원지회) 지회장은 "비리가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간부들은 그대로다. 2차 가해"라며 "재단이 빨리 사표를 수리해 모두 퇴진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표는 말뿐인 쇼로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한 발 더 나가 조환길 대주교 사퇴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계산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잘못에 책임진다던 이들의 사표 처리는커녕 현장에서 버젓이 근무하는 게 현실"이라며 "재단 이사장 조환길 대주교가 모든 사태 책임자다.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은재식 공동대책위원장은 "사표를 수리하거나 간부에 대한 징계를 내리는 것 모두 결국 재단의 몫이다. 재단이 앞장서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 제휴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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