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성화주간 특집] 교회와 1인 가구

혼자 사는 게 좋다는 사람이 있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지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기는 이들. 해마다 늘어나는 1인 가구에 대한 사목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회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볼까.

가정성화주간(2016년 12월 30일-2017년 1월 5일)을 맞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혼자 사는 이들과 교회가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지 짚어 보려 한다.

이방인 씨(가명, 30대 중반, 스테파노)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의 리듬에 맞춰 일과를 보내는 것에 만족한다. 20대 초반에 독립해 선배와 같이 지내다 혼자 산 지 10여 년. 그는 공동주거 형태를 경험한 이들이 처음에는 집에 반겨줄 누군가가 있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이유로 불편해진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주변 신경쓰지 않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잠드는 게 좋다.

이애향 씨(40대 중반)는 혼자 살면서 부딪히는 감정적, 물리적 어려움을 꼭 가정을 이뤄서 배우자나 자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도 서로 돕고, 위안을 받으며 살 수 있으며, 결혼해서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시선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혼자 산 지 10년쯤 되었는데, 혼자 살아서 느끼는 불편함은 없다고 말했다.

김호준 씨(가명, 30대 초반)는 함께 살면 행복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고려하겠지만, 굳이 주변 시선이나 분위기 때문에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또 사람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기에 결혼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사안이라고 본다. 

▲ (이미지 출처 =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교회는 혼자 사는 이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크다
교황 "혼인을 옹호하는 일 멈출 수 없어...."

천주교는 매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부터 한 주일을 가정성화주간으로 보낸다.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가정을 ‘모범’으로 여기는데, 이번 가정성화주간 담화문에서도 부부 간의 대화, 자녀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가정기도를 통해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고, 다른 이들에게도 성가정의 행복을 전”하길 권고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리스도인 가정이 인간 사회의 기초로서 강력한 지지대가 된다”고 본다.

혼자 사는 이들에 대한 교회의 시각은 어떨까? 비교적 최근에 나온 가정에 관한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에는 결혼하는 이들이 줄고, “혼자 살거나 가정을 이루지 않고 동거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혼인을 옹호하는 일을 멈출 수 없”으며, “혼인과 가정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와 동기를 제시하는 데에 더욱 커다란 책임을 느끼며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여전히 혼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톨릭교회는 주교 시노드에서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두 번이나 다뤘을 정도로 가정 문제를 중요하고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사랑의 기쁨”은 이 시노드를 반영한 문서인데, 가정의 여러 어려움에 대해 판단보다는 사목적 배려가 필요함을 촉구했다.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도 2016년 성탄 메시지에서 1인 가구에 대해 “독거노인과 1인 가정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홀로 남겨진 이들을 위하여 다시 촛불 하나를 밝혀 들어야 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것은 어둠”이라고 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가구 유형이다. 총 520만 가구로 27.2퍼센트에 해당한다. 1990년 1인 가구 비율은 9.0퍼센트였으며, 25년간 18.2퍼센트포인트(418만 가구) 증가했다. 다음으로 많은 가구 유형은 2인 가구이며 499만 가구(26.1퍼센트), 3인 가구(21.5퍼센트), 4인 가구(18.8퍼센트) 순이다.

연령 별로 보면 30대가 1인 가구의 18.3퍼센트로 가장 많다. 70살 이상이 17.5퍼센트, 20대가 17퍼센트다.

독거노인에 대해 돌봄과 복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이들에 대한 교회의 인식은 “남겨진 이들”, 성가정으로 이끌어야 하는 존재인 듯하다.

1인 가구에 대한 교회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11월 천주교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가 연 “사랑의 기쁨”에 관한 세미나에서 박은미 여성소위 총무는 20년 뒤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4.3퍼센트에 달할 것이라며, “1인 가구 증가를 비롯해 형태와 역할 면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가족 공동체를 보살피기 위해 가톨릭교회가 한 발 앞서 대처하기는 힘들더라도 비슷한 속도로나마 대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현재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가구 형태며, 크게 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통계청, 2015 인구주택총조사 중)

주거문제, 사회인식 등 1인 가구에 대한 차별 폭넓어
교회가 혼자 사는 이들의 연대의 장이 되어 주길....

혼자 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교회는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을까?

김호준 씨는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정도 나이 든 사람이 홀로 사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견에 가득 차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것이 곧 불행이라는 관점으로 결혼을 강요한다”고 했다.

그는 “가정을 이뤄야 한다고 보는 이들은 출산율이 떨어지고 1인 가구가 많아지는 것을 사회의 위기라고 여기지만, 인구가 계속 증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옹호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는 수많은 노동예비자들을 전제로 하며, 실업률이 최고치를 유지할 정도로 일하려는 사람이 많아야 임금이 낮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머지않아 인구의 절대 수가 감소할 날이 오겠지만, 그렇더라도 사회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있겠지만, 실업률은 떨어지고 노동자는 제대로 임금을 받을 것이며, 사람의 가치는 높아지고, 개인의 삶과 행복에 대한 고민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호준 씨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이들이 선택할 주거의 폭이 너무 좁다는 지적도 했다. 특히 아파트는 작은 평수가 거의 없다. 그는 작고 열악한 원룸이나 불필요하게 넓은 주택 중에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애향 씨도 전세자금 대출 지원 등 1인 가구를 위한 혜택이 없어 집을 마련할 때 어려웠다. 게다가 여자 혼자 살기에 안전이 중요한데, 빌라나 다가구주택은 불안해 작고 쾌적하면서도 안전이 보장되는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서민 아파트가 별로 없다. 그는 결국 자신의 재정 여건에 비해 주거에 투자를 너무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나 주택공급사업에서 신혼부부나 가족구성원이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우선권을 주는 것에 대해 김 씨는 “독신자에 대한 폭넓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보험도 가족으로 묶여야 더 싸고, 사회 전반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결국 복지 예산이 비혼자나 1인 가구를 차별해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 결혼은 선택 사안이고,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들과 교회는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배선영 기자

이방인 씨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이 사는 지역 안에 혼자 사는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허브 역할을 해 줄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애향 씨도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혹은 순수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길 바랐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관계는 보통 학연, 지연, 스펙 등을 위주로 형성되고 확장돼 좋은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인천 민중의 집에서는 이같이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한 ‘금요 밥상’같은 프로그램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남녀관계나 부모자식관계도 좋지만 세대 별, 성 별로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관계들이 많아지길 기대하고, 종교가 이런 만남의 좋은 장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종교 안에서도 결혼 유무, 직업, 학연을 기반으로 관계가 이어지는 걸 보기도 한다. 그는 각자의 방과 부엌, 작은 도서관 등 함께 쓰는 공간이 있는 공동주거에 관심이 많은데, 신앙이나 사람에 대한 믿음, 관심사 등으로 만나 서로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것이 기반이 돼야 공동 주거도 완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40대 장은진 씨(가명)는 성당에서 ‘공동 부엌’을 제공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평일 저녁 등 공간이 빌 때 혼자 사는 이들이 성당에서 같이 밥을 해 먹으면 연대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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