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평위 세미나

“‘북핵 없으면 사드 없다’는 논리에 맞설 논리는 무엇일까? 상대방이 무기를 드는데,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자는 주장이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10월 25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제22차 정기세미나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다시 반전, 반핵, 통일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반전반핵 평화운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중요함을 다시 확인하고, 그 사이에서 교회의 역할,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노동권 문제 등을 살폈다.

구갑우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는 1953년 한반도에 정전체제가 수립된 뒤부터 남북한 평화협정들과 그 의미를 짚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남북 평화체제 문제는 실종된 상태다.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한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교환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거론되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동시에 이뤄질 것인지,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북한은 사드배치가 결정된 7월 8일 이틀 전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 “남조선에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고,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폐하고 세계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 교수는 이렇듯 우리가 이야기하는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는 다르며, “비핵화 협상은 결국 한미동맹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판도라의 상자”라고 말했다.

사드에 관해서도 그는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운용상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한미 군사동맹의 네트워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견제용 측면이 강하다. 이 흐름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 구갑우 교수 ⓒ배선영 기자

그는 “평화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더 이상 서로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 모두 내부적으로 바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리적 장벽을 이야기하며, ‘북핵 없으면 사드 없다’는 구호에 맞서는 우리의 구호는 무엇인지 물었다. 상대방이 힘을 보강한다는데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자는 말로 어떻게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는 이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평화에 이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의 이런 심리적 전환을 위해 중요한 것이 반전반핵 평화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배치 반대가 이런 반전반핵 운동으로 심화되길 기대했다. 특히 종교는 상대방이 힘을 주장할 때 우리도 반드시 힘으로 대응해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그것이 진정한 평화의 길임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종교의 강점이라고 했다.

김성경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남한으로 이주한 북한 주민이 편견과 차별로 인해 다시 남한을 떠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해외 북한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단 이래 남한에 온 북한 주민은 3만여 명이 넘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탈북자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잠재적 간첩, 인신매매를 당하고 극단의 상황까지 간 피해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합동신문센터의 기본적 목적은 간첩을 가려내는 것”이라며 그곳에서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쓰며 간첩이 아님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자가 분명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을 얻지만, 실제적으로는 이 원리가 지켜지지 않고 그들은 이등시민에 머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에서 탈북자를 자극적 방식으로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근 탈북한 북한 여성 13명의 사진이 그대로 방송에 나왔고, 이들이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종편을 중심으로 북한 출신 여성의 탈북 과정을 세세하게 보도하고, 이 과정에서 성폭행 등 폭력에 대한 끔찍한 경험을 자극적 방식으로 보도해 온 것은 오래된 일”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탈북자들은 다시 남한을 떠나고 싶어 한다. 남한을 떠나는 탈북자는 대략 2000-5000명으로 보는데, 김 교수는 이들이 남한의 사회복지제도를 버리고 다른 나라를 찾아 떠난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냐며,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존엄성과 환경은 단순히 경제적 환경이나 폭력으로부터의 안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김성경 교수 ⓒ배선영 기자

계속된 경제난과 대북제재의 대응으로 북한은 북한 주민의 노동력을 중국, 러시아, 중동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핵실험과 군사 도발을 막기 위한 경제제재의 타깃으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줄 즉 북한노동력 수출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런 문제제기가 북한이 얻는 경제적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주민은 뇌물을 주고서라도 해외에서 일을 하려 하고, 나라에 상납하는 비용을 빼고서라도 돈을 모아 가족을 부양하거나 이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경제활동을 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단순히 해외이주노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이런 제재는 그나마 가족을 부양할 방법을 없애고, 노동할 권리는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정권의 끊임없는 감시와 집단생활, 노동 강도에 비해 부족한 임금 등 해외북한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말하며, 국제사회는 이들의 노동권과 정당한 노동 환경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이어 강주석 신부(가톨릭 동북아평화연구소장)가 공산주의를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공산주의 세력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서 냉전이 형성되고 고착되는 데 기여한 혐의를 받는 가톨릭교회와 냉전의 역사를 짚고, 교회의 사명은 평화를 위한 성사임을 확고히 했다.

양운기 수사(한국 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양심적 병역거부, 약자들과 공동체로 살기, 비폭력으로 꾸준히 저항하기 등을 통해 그리스도의 평화 영성을 사회와 연결돼 성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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