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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김희중 대주교 등 백남기 위령미사

“정부 당국자들은 울고 있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십시오. 그게 할 일입니다. 이 눈물은 손수건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써 닦을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이기헌 주교, 유흥식 주교, 옥현진 보좌주교가 광주대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 사제단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 씨를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10월 11일 오후 7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한 주교단은 백남기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한 뒤 신자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집전했다.

   
▲ 김희중 대주교는 이날 미사에서 "정직하게 땀 흘려 길러 낸 먹거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그 외침이 이렇게 죽어야 할 정도로 부당한 요구였는가"라고 물었다. ⓒ정현진 기자

“백남기 형제가 우리 곁을 떠났다기 보다는 우리가 임마누엘 형제를 떠나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검경의 부검 요구와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 유가족 음해 등에 대해,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가족들이 슬퍼할 겨를도 없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과 진행되고 있는 꼴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참담한 모습을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한없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300일이 넘는 날 동안 미사로 백남기 씨를 지키고, 장례식장에서 봉사하고 연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한편, 백남기 씨가 쓰러진 지 350일이 넘도록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질타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정직하게 땀 흘려 길러 낸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그 외침이 이렇게 죽어야 할 정도로 부당한 요구였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이렇게 해도 되는가"라고 물으며, "국민들을 이렇게 비상상태로 살게 하는 일은 나쁜 일이다. 하루라도 서둘러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이들의 분노가 하늘에 닿기 전에 해결하라”고 말했다. 

   
▲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에 분노하고 지쳤던 사람들은 이 미사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정현진 기자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나쁜 사람들,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나쁜 정부”

정평위원장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는 백남기 씨의 죽음에 사과하지 않는 책임자와 정부에 대해 “정부, 책임을 가진 이들은 어려운 이들의 눈물을 씻어 줘야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생명까지 앗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주교는 쌀값을 보장해 주지 않는 정책에 대해서도, 땀흘려 일한 이들이 그 대가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쌀이 남는다면, 사료로 쓸 것이 아니라 굶주리는 북의 형제들을 도와야 할 것이라면서, “백남기 형제의 삶이 우리에게 남긴 일은 이웃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분명히 이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나가자”고 말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는 해마다 농업 인구가 줄어들고,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임마누엘 형제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 사건을 계기로) 농업과 농민을 존중하는 마음들이 싹트기를 바라며 함께 일하자”고 당부했다. 

미사를 마친 주교단과 사제단은 장례식장에서 밥차 운영 등으로 봉사하는 이들을 찾아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주교회의 추계 총회가 열리는 중곡동 주교회의로 돌아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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