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마르코스 독재의 망령

9월 21일, 독재자였던 마르코스가 계엄령을 선포한 44주년을 맞아, 필리핀 교회지도자들은 당시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교회의 의장인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는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의 교훈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4년에 대통령이 된 뒤 1972년에 공산반군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독재정치를 시작했다. 한국의 박정희도 그해 “통일 준비”를 명분으로 유신 쿠데타를 일으키고 독재정치를 시작했다. 계엄령 자체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문하기 한 달 전인 1981년 1월 17일에 해제되었지만 독재정치는 계속되었고, 1986년 2월 혁명으로 마르코스는 물러나 미국 하와이로 망명해 그곳에서 죽었다.

계엄령 기간 중에 약 12만 명이 투옥되었다.

또한 산카를로스 교구의 제라르도 알미나자 주교는 “사회적 치매를 앓지 말자. 과거의 잘못을 다시 또 다시 저지르지 말자”고 했다.

그는 1985년 9월 20일에 네그로스 옥시덴탈 주에서 농부들이 학살당한 사건 추모식을 주례하면서, 필리핀인들은 과거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화 행사들은 기억을 이어가는 데 좋다. 많은 우리 젊은이들은 계엄령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한편, 빌레가스 대주교는 사람들이 계엄령 시기의 경험에서 배워야 하는 것 하나는 “옳은 것을 위해 일어서야 한다는 교훈”이라고 했다.

▲ 마르코스가 계엄령을 선포한 44주년을 맞아 인권운동가들이 마닐라를 행진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 UCANEWS)

독재의 유산들

9월 21일, 인권운동가들은 전국의 여러 주요도시에서 행진하면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인권 침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단체 카라파탄의 지그스 클레이머는 지금도 정치범이 있다는 것은 “계엄령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현재 필리핀에는 적어도 525명의 정치범이 투옥돼 있다.

클레이머는 정부의 “반 소요 활동”은 마르코스 독재시절부터 이름만 바뀐 채 그대로이며, “그 결과 심대한 인권 침해를 낳고 있다”고 했다.

"계엄령 시기에 있었던 대규모 소요의 근본 원인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반란에 참여해 체제를 바꾸려 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과제는 빈곤과 사회복지의 부재, 부패 등을 우선 해결함으로써 “계엄령 시기의 흔적들을 지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한 지 세 달도 안 되었지만 공산반군의 50년 가까운 반란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평화협상을 시작했다.

다시는 말자

9월 21일의 거리 시위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에는 학생운동가들도 있었다. 이들은 강의실을 나와 “무상 교육, 인권 보호, 그리고 정의롭고 지속되는 평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마약상과 사용 용의자들의 “광범위한 살해는 필리핀이 다시금 서서히 계엄령의 마수에 붙잡히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두테르테의 불법 마약에 대한 전면전으로 이미 약 3000명이 죽었다.

학생들은 또한 마르코스 시절의 대학생 의무적 군사훈련이 부활되는 것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 계엄령 선포 기념일 전날 9월 20일에 신학생들이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 밖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UCANEWS)

아직도 갚고 있는 마르코스 실정의 대가

“빚탈출연합”은 “필리핀의 경제 문제의 씨앗은 마르코스 독재 시절에 뿌려졌다”고 지적한다.

빚탈출연합의 에두아르도 타뎀 회장은 “마르코스는 필리핀 역사뿐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최악의 약탈자에 속한다.”고 했다.

마르코스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필리핀의 외채는 10억 달러도 되지 않았지만, 그가 1986년에 하야할 때는 264억 달러나 되었다.

마르코스가 숨긴 재산 가운데 80-100억 달러로 추산되는 액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올해의 계엄령 기념행사는 마르코스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있었다.

타뎀 회장은 “이런 논란이 일어난다는 자체가 우리나라 역사의 끔찍했던 한 시기의 교훈을 더 충실히 배워야 한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 준다”고 했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bishops-urge-filipinos-to-remember-martial-law-lessons/77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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