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수사 않는 검찰 대신 특검 요청

9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백남기 농민 사건이 일어난 지 304일 만에 청문회가 열린다.

청문회는 9월 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유재중 위원장과 여야 3당 간사 합의에 따라 결정됐으며, 안행위 차원 청문회로 진행된다. 증인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해 현장 진압, 살수차 운용과 관계된 경찰과 의견, 백남기 씨를 응급 이송한 구급요원 등 11명, 참고인은 백남기 농민 가족과 주치의 등 10명을 요청했다.

청문회를 위해 백남기대책위는 지난달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청문회 준비를 진행하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안행위 소속위원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또 엠네스티 한국지부는 청문회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중요한 질문으로 6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은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불법으로 단정 짓지 않았는가”, “백남기 사건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예고된 사태가 아닌가”, “물대포는 적법하게 사용됐나”, “경찰은 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나”, “누구의 책임인가 그리고 왜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질문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기 위해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8월 30일, 경찰의 살수차 운용 실태 점검과 안전성 강화 등 근본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며, 피해의 심각성, 유사 사례 재발 가능성에 따라 “현재와 같은 살수차 운용 관행을 유지할 수 없으며, 경찰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과 검찰의 신속한 수사 촉구”를 요구했다.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사건 발생 300일 째인 현재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참가자 1000여 명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를 지금까지 진행하고, 이 가운데 500여 명은 사법처리, 20여 명은 구속시켰지만, 정작 백남기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지난 8월 25일 청문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했던 여성농민들이 농성 마지막 날인 8월 25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정현진 기자

청문회의 가장 큰 목적, 국민들에게 진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

백남기대책위에 참여해 온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손영준 사무총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대책위에서 청문회를 진행할 자료는 각 개별 증인에 대한 질의 내용을 비롯해 수백 페이지를 모두 의원들에게 제공했다”며, “이제 공은 의원들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손 총장은 이번 청문회의 중점은 먼저 책임자 사과를 받는 것이고, 살수차 운용 사용 금지 또는 엄격한 제한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짚었다. 그는 300일이 넘도록 검찰 수사는커녕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은 상당히 정치적이고 고의적인 것이라면서, “검찰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특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청문회의 가장 큰 목적은 국민들에게 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면서, “경찰 공권력이 사실상 국민을 살해한 사건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후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청문회가 그런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쌀은 생명이다" 서울대병원 앞 천막농성장에 걸린 플래카드. 백남기 농민이 11월 14일 서울에 올라온 이유. ⓒ정현진 기자

백남기 농민 쓰러진 지 300일.... “우리 삶의 근본 되돌아보는 계기”

한편 9월 8일로 백남기 농민 사건이 일어난 지 300일을 맞았다.

지난 300일 간 백남기 농민 가족,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백남기 농민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 전국 순례, 기자회견,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 14만 명의 서명운동 등을 진행했다. 또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사건 다음 날부터 서울대병원 앞 천막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했으며, 매주 목요일에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그동안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비는 미사’를 진행해 온 우리농 전국본부장 이영선 신부(광주대교구)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생각한 것은, 우리들 안의 관계, 공동체가 깨졌고, 서로 소중히 여기지 않으며, 친구가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이 사건과 지난 300일의 시간이 의미가 있다면, 우리에게 식량과 농민의 의미, 우리 삶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최소한 새마을운동 이후로 한국 사회는 농촌을 희생한 대가로 재벌을 양성하고 식량을 싼 것, 하찮은 것이라는 인식을 당연시했으며, 농민을 위해 세금 쓰는 것을 해서는 안 되는 일처럼 만들어 왔다”며, “미래, 아니 지금 당장을 위해 너무나 소중한 우리 삶의 뿌리, 공동체성, 관계성에 대해 다시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런 맥락에서 청문회에서 “11월 14일에 모인 이들은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다. 노동자, 농민, 도시의 그늘진 곳에서 사는 이들 없이 과연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가, 그들을 개, 돼지 취급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9월 12일 청문회는 오전 10시 국회 본관 안행위 회의실에서 열리고, 국회방송, 국민TV, Go발뉴스, 오마이TV 등을 통해 생중계 될 예정이며, 서울대병원 앞 천막농성장에서도 시민과 함께 시청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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