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청문회.... 불법 시위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고집

“시위대에 직접 살수하는 장면, 어떻게 생각하나?” “합법적으로 보인다”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현장의 과잉진압에 대해 “과잉진압은 불법시위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사과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도 “인간적으로는 사과하겠지만, 법적인 판단에 따라 정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 직수에 쓰러진 지 304일 만인 9월 12일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연 이번 청문회에는 안행위 위원 21명이 참석했으며,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당시 살수차 운영자 한석진, 최윤석(충남9호 탑승자)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 15명이 증인으로, 가족, 경찰행정 전문가, 살수차 관련 엔지니어 등 15명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의 쟁점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의 사과,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사전에 불법으로 간주한 사실과 이에 따른 과잉 진압, 물대포 사용 적법성 등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 9월 12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304일 만에 국회 안행위 주관 청문회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경찰, 자체 청문조사결과서 제출 거부
여당 의원에게 "제출하면 영향받는 증인 있다" 메시지 전달

그러나 이날 청문회는 당시 민중총궐기에 약 10만 명이 모인 원인인 노동개악, 밥쌀용 쌀 수입, 최저임금 등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히 당일 시위의 불법성과 폭력성, 과잉 진압 여부에 공방만 오갔으며,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몇 차례의 사과 요구에도 “폭력 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으며,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할 수 없다. 법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거부했다.

이날 청문회 중에는 백남기 사건이 일어난 지난 해 11월 14일부터 경찰 내부에서 이뤄진 청문조사 결과보고서 제출을 경찰이 거부한 것에 대한 논란이 벌어져, 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 의해 청문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경찰의 청문조사결과보고서 제출 거부에 대해 안행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가장 기본적인 조사 내용이고 최초 진술로서 가장 사실에 가까운 조사 보고서임에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을 숨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들은 “진술서 몇 장이 있을 뿐이며, 그마저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문조사결과보고서와 관련,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경찰청 경비국장은, SNS로 "이 자리에 청문보고서 제출로 영향을 받는 사람이 다수 있다. (여당)간사께 제출(전달) 바람"이라는 내용을 공유한 것이 더민주당 박주민 의원에게 발각돼, 비판을 받았다.

▲ 당시 백남기 농민을 쏜 살수차를 운용한 한석진, 최윤석 경장은 가림막 뒤에서 진술했다. ⓒ정현진 기자

경찰,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진술만 반복
살수차 운용 규정에 살수 횟수나 직수 여부에 대한 규정도 없어

청문회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살수차 운용의 불법성과 위해성’이었다.

당시 백남기 농민을 향해 직수 살포한 이들은 살수차 충남9호를 운용한 한석진, 최윤석 경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가림막 뒤에서 증언했다.

살수차 운용과 관련해 이날 확인된 사실은, 당일 직수를 2-3회 했다는 경찰의 답변과 달리 7차례 직수 살포 됐다는 것,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으며, 실전에 적용될 수 있는 충분한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다.

살수차 위험성은 제작업체의 사용 매뉴얼에서도 확인된다. 살수차 매뉴얼에는 “사람에게 직접 쏠 경우 심각한 부상과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문이 있다. 그러나 경찰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부터 사람에게 직접 쏘도록 규정을 바꿨으며, 그나마 가슴 이하의 부위에 쏘도록 되어 있다는 규정을 위한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이 당시 운용한 충남9호의 조정관은 조정을 하다가 손을 떼면 그 상태에서 직수가 되도록 조작할 수 있다. 또 한석진 경장과 함께 탑승해 살수 방향을 조절했던 최윤석 경장은 당시 현장에는 처음 투입됐으며, 이들은 현장에서 운용하던 살수차 호스가 절단돼, 긴급히 대체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백남기 농민을 쏜 살수차를 운용한 한석진, 최윤석 경장은, “충분한 훈련을 받았다”면서도, 가슴 아래로 쏘는 훈련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상황에 대한 훈련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강신명 전 경찰청장. 이들은 11월 14일 시위 진압이 적합했다고 주장했다. ⓒ정현진 기자

강신명, “순간적으로 가슴 아래에 쏠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마련”
“백남기 농민이 중태에 빠진 것은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 아닌가?”라는 물음에 “아니다”

이들이 당시 백남기 농민에게 쏜 물대포의 위력은 241킬로그램포스(kgf, 무게에 중력이 가해진 힘) 정도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전산유체역학전문가 노현석 씨는 이같은 힘은 쿵후 유단자의 펀치보다 센 것으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을 때 받은 힘은 가장 큰 상용차 엔진의 힘보다 크며, 수압으로 따지면, 물대포 압력인 15바는 약 50층 건물 높이까지 물을 쏘아올릴 수 있는 압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위력으로 사람이 상해를 입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대부분 그렇게 상해를 입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수로 인해 다친 사람은 한 명 정도”라고 답하는가 하면, “살수차는 위해성 장비다. 위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강 전 경찰청장은 살수차 사용은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경찰의 피해가 많아졌기 때문에 경찰을 부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면서, “집회, 시위는 평화적일 때만 보호될 수 있다. 당시 경찰이 처한 상황은 목전에 임박한 손해 발생 위험이 있었고, 급박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최소한 자기 방어를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살수 운용지침을 어긴 것에 대해 그는 “법에서 가려지겠지만 당시는 과격한 폭력이 있었으며, 그런 위법한 상황에서 살수한 것은 정당한 것이다. 큰 틀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살수, 비례의 원칙에 따른 것”

백남기 농민이 직수로 쓰러진 것에 대해서 강 전 경찰청장은, “살수로 인한 위해의 적법성 판단은 비례의 원칙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고 방송도 분명히 했다”며, 비례의 원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 전 청장이 언급한 헌법의 비례의 원칙은 이른바 과잉금지의 원칙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 작용의 한계를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청문회 참가자들은 오히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직수 살포가 이 비례의 원칙을 깬 것이라고 봤다. 이를테면 백남기 농민이 시위에서 불법행위를 했다고 해도, 추후 체포, 경찰 조사 등 그에 해당하는 책임을 지면 되는데도, 경찰 공권력은 현장에서 비무장 상태의 노인에게 물대포를 직사해 생명에 위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왼쪽)와 아내 박순례 씨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청문회를 지켜봤다. ⓒ정현진 기자

강신명, “갑호 명령 당연했다”
참고인 임준태, “대한민국이 이런 사유로 떠들썩해야 하나?”

또 다른 주제로 경찰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사전에 불법으로 규정한 것의 여부를 물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당시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갑호 명령을 내렸다. 갑호 명령은 계엄, 대규모 소요 사태, 국제행사의 경우 해당된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상희 교수(건국대)는 "민중총궐기는 갑호 명령 대상이 아니며, 국민들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실천하기 위해 모인 자리일 뿐이다. 갑호 명령은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민들의 집회와 시위는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이라는 의견에 대해 강 전 경찰청장은, “일반 시위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과 법적 제도가 보장되어 있는 사회에서 불법, 폭력시위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중총궐기 주최 측은 집회 전 무기에 가까운 물품을 구비했으며, “모이자 서울로, 가자 청와대로”라는 구호를 외쳐 분명한 불법, 폭력행위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에 대해서는 “백남기 농민의 사상이라는 결과가 폭력집회라는 과정을 정당화 할 수 없다. 과잉진압의 원인은 폭력집회였다”며, “쇠파이프 휘두르는 것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준태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는 과잉 진압에 대한 물음에, “경찰의 대응이 합법적이고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대한민국이 이런 사유로 떠들썩해야 하는가, 살수차가 위험해야 집회, 시위를 해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벽 설치에 대해서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폭력을 유발한 측에서 차벽이 오히려 폭력을 유발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차벽은 폴리스라인이 아니라 경찰을 방어하고 불법행진을 차단하는 즉시강제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회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책임도 경찰에게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경찰은 직무 수행을 실패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청문회 모든 과정을 지켜본 백남기 농민의 아내 박순례 씨는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인명을 존중하고 생명에 대해 존중해 달라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미안함이 없다는 것에 불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