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제수품 25주년을 맞은 천주교 신부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가족 곁에서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장위1동 선교본당 주임)의 이야기다.

천주교에서는 사제가 된 지 25주년을 은경축, 50주년을 금경축이라고 부른다. 이를 맞은 사제는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고, 소속 교구와 본당에서도 큰 잔치를 열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SNS에서는 은경축일을 앞두고 단식을 시작한 나 신부의 소식을 특별한 일로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나 신부는 1991년 8월 23일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2013-2015년 정의구현사제단 대표를 지냈으며, 416노란리본 법률지원위원회 상임대표를 맡는 등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지원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 8월 24일 오후 나승구 신부(왼쪽)가 광화문광장에서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위원장, 특조위원 등과 함께 단식 중이다. @강한 기자

8월 24일 정오 무렵 나 신부는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상 앞에 세워진 단식 천막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들이 단식 중이고, 20여 명의 시민들도 광장 바닥에 앉아 동조단식 중이었다. 세월호참사 희생자 예은 양의 아버지이기도 한 유 위원장은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과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17일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나 신부는 22일부터 단식에 동참했다. 뜨거운 낮을 단식하며 지낸 그는 밤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수도자들도 광화문광장을 오가며 동조단식에 참여하고 있다.

▲ 8월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위원장 등이 단식 중인 가운데 '동조단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앉아 있다. @강한 기자

나 신부는 사람들, 특히 세월호 가족들이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제대로 서야 할 것들이 제대로 서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며 “여당에 여당의 입장이 있다면 야당은 야당의 입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식 중인 유경근 위원장 등이 특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 공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승구 신부는 국민이 정치에 힘을 준 것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그 뜻을 외면하는 정치가 바로잡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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