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 유경근 집행위원장 무기한 단식 시작

세월호 가족이 또 다시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1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기간 보장과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으며, 이틀째인 18일 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도 동참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단식에 앞서 낸 글에서 “사생결단을 내기 위한” ‘사생결단식’이라며, 특조위 활동 보장과 특검 실시를 위해 국회에 특별법 개정을 요청했음에도 8월 3일 국회 교섭단체 합의결과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단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8월 16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 앞서, 지난 1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모여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선체조사 주체와 시기 문제 등을 임시국회가 아닌 원내 대표 합의 건으로 미뤘다. 8월 3일,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대표가 모여 여당과 상관없이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등 8개 현안에 공조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의 태도에 발목이 잡혀 있다.

▲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이 광화문 특조위 단식 천막에서 '사생결단식' 단식을 시작했다. ⓒ정현진 기자

“호기 있게 ‘사생결단식’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사실 많이 두렵습니다. 2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건강 때문이기도 하고, 장기간 단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도 저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결국 두 야당이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침몰시키는 데 정부, 여당 못지 않은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유경근 위원장은 어렵게 국민이 만들어 준 여소야대 국회에서조차 세월호참사 진상규명특별법 개정과 특검 의결을 배제한 것을 지적하면서, 20대 국회는 여대야소를 이유로 지키지 못했던 19대 국회의 진상규명과 특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크게 보면 단식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사생결단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야3당 공조를 약속하고도 여당의 주장만 수용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국민들의 명령을 지체없이 이행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가 20대 국회의 야당에게 바라는 것은 ‘개 돼지’ 취급당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에 일말의 희망이라도 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20대 국회에 걸고 있는 희망을 절망으로 떨어뜨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 광화문 광장에서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을 촉구하며 동조단식에 나선 시민들. ⓒ정현진 기자

180석밖에 안 돼 어렵다는 야당.... 현재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

함께 단식을 시작한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이 단식은 국회, 특히 야당의 의지를 촉구하는 것”이라며, “150석밖에 안 돼 못 한다던 야당은 이제 180석밖에 안 돼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이 우리에게 와서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만, 당대표 선거로 한 달을 그냥 보냈다. 이미 늦은 대응으로 특조위 활동 공백을 2달 넘게 만들었다”며, “이미 예측된 상황이었는데 막지 못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2월까지 연장한다고 해도, 특조위 조사활동이 제대로 되고, 특별기관으로 인정을 받겠느냐”고 걱정했다.

그는 특히 짚어야 할 문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만든 특별법을 정부가 마음대로 망가뜨리며 국회를 모독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항의를 누구 하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특별법은 국회가 만든 법이다. 그런데 국회는 이런 모독을 왜 당연하게 받아들이나. 이는 정부에 국회와 국민에 대한 사과를 받아야 할 일이며,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또 국민들에게도 당부했다. 그는, 정치가 지겹고 정치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그들이 무언가를 결정해야 사회가 굴러 간다며, “국회의원들에게 국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도록 전화, 편지, SNS를 통해서 직접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정치를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유경근 위원장의 단식을 시작으로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과 특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며, 오는 24일부터는 가족협의회가 조직적으로 단식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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