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실태조사, "지원보다 진상규명 먼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한 피해자 지원정책임이 피해자 싵태조사로 드러났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7월 20일 세월호참사 피해자지원 실태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피해자 지원조사에 나섰고, 조사는 단원고 학생 희생자 가족, 단원고 학생 생존자와 가족, 단원고 학생 외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로 나눠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대형재난 피해자에 대한 최초의 조사였다.

연구를 맡은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재난 생존자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국가 최초의 공적 기록"이라고 이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었다. 단원고 학생 희생자 가족을 조사한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는 이들이 불면, 두통 등 신체 이상을 공통으로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단원고 학생 유가족 145명 중 80퍼센트가 스트레스로 인한 전신피로, 75퍼센트가 수면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또 참사가 일어난 뒤 2년이 지났는데도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42퍼센트로 높았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이들도 56퍼센트였다.

조 교수는 이들을 심층 면담한 결과 "현 시점에서 지원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것이 유가족의 심리 상태라며, 무엇보다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 7월 20일 세월호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단원고 생존자 학생과 심층면담을 한 김승섭 교수는 생존자들이 "구조가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여긴다고 발표했다. 특히 정부가 대학 특별 전형을 지원으로 내세운 뒤, 이들은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받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김 교수는 특별 전형은 교육부의 결정이었으며,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비난받아야 하는데 학생들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언론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 했다"며 다른 사람이라고 속이고 발언을 하게 하거나 돈을 주겠다며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학생들이 겪은 일을 소개했다.

단원고 학생 외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를 조사한 이화여대 사회복지 전공 양옥경 교수도 이들이 불면증, 초조와 불안, 무기력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가족들은 최소한의 진실이라도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양 교수는 유가족들이 참사 현장에서 정보를 전해 주는 공무원이 없어 도움을 받으려 해도 누구에게 요청할 지 알 수 없었던 혼란, 현장에 있으면서도 뉴스를 통해 정보를 들어야 하는 상황, 구호 활동 안내가 없어 생긴 혼란 등으로 어려웠다고 했다.

특조위는 실태조사를 종합한 결과, 재난발생 초기부터 희생자, 생존자, 피해자가족에 대해 국가 지원시스템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참사 초기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바닥에 방치되고 기자들의 촬영에 노출되는 등 인권 침해가 있었다. 또 특조위는 "정부가 배, 보상 금액을 과장해서 홍보해 피해자들이 사회적 공격을 받게 돼 2차 피해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조위는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며, 재난의 원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치유에 필요한) 애도 과정을 겪기 어려우며,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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