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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들’ 꼭 봐야 할 작은 악당들의 리얼리즘[주말영화] '우리들', 윤가은, 2016
정민아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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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4  10: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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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계 최고의 영예인 끌레르몽페랑영화제 대상, 그리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실력을 입증한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를 많은 영화팬들이 고대하고 있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 상황이 전개되는 그녀의 영화적 개성은 장편 데뷔작에서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우리들’은 올해 최고의 데뷔작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이미 이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체코 즐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대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상하이국제영화제에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올랐다.

   
▲ '우리들', 윤가은, 2016. (이미지 제공 = 엣나인필름)
‘밀양’과 ‘시’의 이창동 감독이 기획총괄을 맡아, 믿고 보게 만든다. 놀라운 영화다. ‘아동영화’라는 틀에 가둘 수 없는 거대하고도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11살 어린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커다란 울림을 준다. 영화는 지나간 어린 시절을 향수 어리게 기억하게 하지 않는다. 흐뭇하게 바라만 볼 수 없는 영화인데, 우리들 모두가 지금 여기에서 고민하고 아파하는 바로 그 문제를 건드린다.

영화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른들은 이 영화를 보며 삶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며,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아이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친구 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이야기에 움찔할 것이다.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는 저 멀리 있거나 득도한 현자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마냥 놀고 싶어서 남과 맞설 시간이 없는 5살 꼬마가 전하는 목소리가 바로 정답이다.

좀처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11살 소녀 선(최수인)은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날 교실 앞을 서성이던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금방 단짝이 된 두 사람은 방학 동안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자 지아의 태도가 달라진다. 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아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보라(이서연)를 따라 자꾸만 선을 밀어낸다. 상처를 품은 두 소녀가 질투와 두려움에 서로의 비밀을 발설하기 시작하자 관계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 보라가 선을 따돌리기 시작하자 지아도 자꾸만 선을 밀어낸다. (이미지 제공 = 엣나인필름)

미움받기 싫은 아이, 사랑받고 싶은 아이, 빼앗기는 게 싫은 아이, 이들은 모두 각자의 결핍과 욕망 때문에 갈등을 겪고 힘겨워한다. 어른들은 개입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규칙에 따라 굴러가는 세계다. 그 속에서 사랑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어울리면서 크지만, 그 시절을 살아가기란 참으로 고통스럽다. 영화를 보며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규칙에 따라 아픔을 겪고 성장한 11살 그 시절이 떠오르면서 가슴에 작은 통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귀엽게 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세상에서 버텨내는 작은 악당들의 좌절과 기쁨에 함께 가슴 졸이게 된다.

아이들의 역동적인 관계를 예민하게 담아내는 독특한 영화적 형식미로 인해 영화는 아이들의 감정을 투명하게 전달한다. 작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낮은 카메라 높이, 인물을 가까이에서 담은 클로즈업 중심의 카메라 사이즈, 이들의 움직임을 바짝 따라가는 핸드헬드 카메라 때문에 상황을 관망할 틈 없이 인물들의 감정에 그대로 동화되어, 함께 웃고 슬퍼하게 한다. 클로즈업과 낮은 카메라로 인해 시야각이 좁은데, 이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의 심정을 날것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세트 없이 자연광 아래 로케이션에서 모든 행위가 이루어져, 이들이 그냥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 두 소녀가 질투와 두려움에 서로의 비밀을 발설하기 시작하자 관계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미지 제공 = 엣나인필름)

영화는 공에 맞으면 금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게임인 피구로 시작해서 피구로 끝난다. 금 밖은 외롭다. 어떻게 해서든 밀려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쳐보지만 밀어내는 아이들이 있는, 잔인한 게임이다. 봉숭아물이 든 손톱 위에 삐뚤빼뚤 바른 인공색의 매니큐어처럼 아이의 세월도 삐딱하게 흐른다. 서로 할퀴어 상처를 내고, 그 위에 반창고를 붙이며 아이들은 자란다. 얼굴의 상처처럼 마음에도 생채기가 남지만, 상처를 이겨 내는 힘 또한 아이의 내면에 자리한다.

영화는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영화 경력이 없는 아이들을 오랜 오디션을 거쳐 찾아내고, 연기술을 배우지 않도록 했으며, 워크숍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촬영장에서는 시나리오를 주지 않고 상황을 설명한 뒤, 아이들 각자의 언어로 사건을 끌어가게 했다. 두 대의 카메라가 다른 위치에서 꼼꼼하게 이들의 변화를 포착했고, 이를 통해 날것의 감정이 그대로 화면 위로 살아난다. 기존 영화들에서 연기를 잘하고 있는 아역배우들을 보고 느끼곤 했던 불편함이 이 영화에는 없다. 11살짜리 언어로 이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는 바로 현실에서 쓰는 말이므로, 이야기와 메시지는 더욱 진정성이 있다.

   
▲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는 마냥 놀고 싶어서 남과 맞설 시간이 없는 5살 꼬마에게서 나온다. (이미지 제공 = 엣나인필름)

어른의 시각에서 순수할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하며 바라보는 동시 같은 아동영화가 아니라, 상처받고 상처 입히는 사람들의 관계도가 날카롭게 투영되는 리얼리즘 영화다. 통증을 느끼게 하다가도 작은 기쁨에 설레게 하는, 놀라운 연출력이다. 영화 속 5살 남동생의 현자 같은 대사는 길이 남을 명언이다. 아이들이 알아서 잘 크고 있어 다행이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한신대 겸임교수. 옛날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 영화를 편애하며,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사유의 도구인 영화를 함께 보고 소통하길 희망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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