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전성모병원 노동조합 전 사무장 박민숙 씨

▲ 벌써 10년전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박민숙 사무장은 지금도 그 당시 일이 삼삼하고, 끝까지 노조에 남았던 조합 간부들은 현재 아무도 대전성모병원에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평에 있는 인천성모병원이 노조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8개 CMC(가톨릭의료원) 소속 병원 가운데 노동조합이 무너진 곳은 아직까지 대전성모병원 뿐이다. 대전성모병원은 1988년에 민주화의 분위기 속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1999년 4월에 노조가 와해됐다. 1993년부터 줄곧 대전성모병원 노동조합 사무장을 맡아 왔던 박민숙(41세)씨를 만나보았다.

노동조합 설립이후 1991년 이후로는 대전충남지역에서 성모병원은 간호사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직장이었다고 한다. 산별노조가 시행되기 전에는 대전성모병원 역시 단일노조였던 CMC산하의 다른 사업장과 동일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적용받아서, 서울지역 병원과 비슷한 임금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 당시 조합원 450명으로 2명의 전임자가 있었다.  

그런데 1996년에 정리해고를 합법화하는 개악노동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것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민주노총에서 파업을 결의했다. 1차파업에는 노조가 참여하지 않았으나 1997년 1월 7-8일 사이에 실시된 2차파업에는 참여했다. 그당시 파업은 55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30만명이 참가했고, 그중 30개 병원 노조가 참여했으며 CMC 산하의 노조들도 동시파업했다.

이에 대전성모병원(병원장 윤주병 신부)측에서는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책임을 물어,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부장과 사무장 등 3명을 징계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손배가압류와 임금가압류 등을 통해 압력을 가하고, 조합원 탈퇴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박민숙 씨에 따르면 "당시 윤주병 신부는 '이번 참에 노조를 깨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일이 있은 지 6개월 만에 300명의 노조원들이 노조에서 집단탈퇴를 하게 되는데, 정식으로 노조에 와서 탈퇴원서를 쓰는 게 아니라 총무과의 안내를 받아 탈퇴한다는 내용증명을 노조에 보내주는 방식을 취했다. 당시 수간호사들은 일일이 부서내 간호사들을 면담하여 탈퇴를 강요했다고 한다.

▲ 인터뷰를 하는 동안 등 뒤로 보이는 "돈보다 생명"이라는 말이 선연하다.

이렇게 탈퇴한 직원을 중심으로 구사대를 조직했는데, "원목신부를 대장으로 기획팀, 총무팀으로 나누어 조직했으며, 150여 명의 비조합원이 결합되어 전체 650명의 직원 가운데 400여 명이나 되었다. 이들은 행동요령을 만들어 노조집회시 병원로비에 비상대기하다가 몸싸움을 하곤 했다"고 한다. 박민숙 씨에 따르면, 이렇게 공을 세운 직원들은 승진 등의 보상을 해주고, 탈퇴작업에 부진한 직원은 보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대전성모병원 노사 문제는 한 주일에 한번 꼴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화제였다.

그후 병원측은 축소된 노조를 상대로 교섭위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교섭 거부나 해태로 나아갔다. 조합원들의 90%가 가톨릭신자임 점에서 대전교구의 입장이 중요했는데, 당시 경갑룡 교구장 주교는 병원측의 입장에 동조하고, 성당에서는 주일미사에서 '강성 노조' 이미지를 부각시켜 병원측의 처사를 옹호했다고 한다. 

박민숙 씨는 대전성모병원의 노동조합이 와해된 이유를 들면서 "모든 노조를 악(惡)으로 규정해서 신자들이 태반인 노조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성당에 있는 모든 기구를 동원해서 노조 탈퇴를 권하고, 종교적 신념을 이용해서 노조를 무력화시켰다"면서 구사대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분개했다. "대부분이 여성인 노조 간부들이 구사대의 폭력으로 입원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노조에 남아 있으면 누구나 다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했고, 간부들에겐 '밤길 조심하라'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노조원들이 노조를 탈퇴한 뒤로도 5호담당제 식으로 서로 감시하게 해서 노조이야기를 아예 막아버리고, 해당 부서에 노조원이 남아 있으면 그 부서가 불이익을 보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결국 병원측의 집요한 노력으로 1999년에 가면 조합 간부 15명만 조합에 남게 되었다고 한다. "노조간부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식판을 엎기도 했다." 한편 노조의 집회를 방해하려고 병원측에서 병원앞에 1년치의 집회신고를 내버리고, 아침 7시에 자율정화대회나 청소대회 등을 열었다고 한다.

한편 법원에서도 병원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면, 해당자가 천주교 신부이며 초범이라고 사안을 기각시키거나 무혐의 처리하여 "가톨릭교회의 힘이 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김민숙 씨는 말한다. 이른바 "가톨릭과 전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밝혀지고, 특별근로감독을 받아도 무혐의처리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당시 새천년국민회의 의원이었던 노무현 씨가 부당노동행위특위 위원장으로 대전성모병원에 방문했을 때 박민숙 씨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윤주병 신부가 "여기까지 와서 청소부 역할 하느냐. 나는 순교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면서 노조 간부들에게 "포기하라"고 했단다.

결국 1999년에 노조가 와해된 이후에, 대전성모병원은 노동조건이 악화되었다고 한다. 2003년에는 수간호사 이상급에 전년도보다 10-20% 삭감된 액수로 연봉제를 실시하고, 2004년에는 전직원에게 연봉제를 실시하여 사실상 임금삭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1999년 이후 단체협약은 무효가 되고, 생리휴가는 사라지고, 분만휴가는 당시 60일이던 것이 30-45일로 줄었다. 대학교까지 전액보조하던 학자금은 직원투표롤 통해 없애버렸다. 한편 "대전성모나 인천성모는 유별난 예이기는 하지만, 강남성모병원 등 CMC 산하의 모든 병원이 대체로 노조활동이 어려운 편이다"라고 호소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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