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생명존중문화만들기 보고회

11년째 OECD 자살률 1위
2012년, 1만 4160명 자살
70대 이상 자살률 급증. 다른 연령대에 비해 2-3배
자살사망율이 가장 높은 나이대는 85-89살, 인구 10만 명당 84.2명
2012년 서울 강북권 한 영구임대아파트, 100일 사이 주민 4250명 중 6명 자살

지속적으로 자살률이 높아가고 있으며, 특히 취약 계층과 고연령대가 가장 많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단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현실, 교회는 과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이런 물음에 답하고자 2013년부터 시작한 ‘카리타스서울(CS) 생명존중문화만들기사업’ 성과보고회를 5월 30일에 열었다.

생명존중문화만들기사업은 ‘공동선 실현’, ‘새로운 복음화’라는 교회의 의무를 인식하고, 특히 돌봄이 필요한 취약 계층과 노인층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도록 도우며, 자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과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목표로 시작됐다.

6개 지역 종합복지관의 연대, 주민 참여를 통한 생명문화 확산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위탁운영하는 종합사회복지관 가운데, 취약 계층 거주율이 높은 지역의 6개 사회복지관(동작, 등촌7, 상계, 유락, 한빛, 신당)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 자문단으로 꾸려진 사업단은 2013년 준비 단계를 거쳐, 2014년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각 복지관 내 사례관리, 지역조직, 생명존중 활동가 양성, 고위험군 대상자 사례 관리, 캠페인과 노인들을 위한 누림학교 운영, 사회조사 등을 시작했으며, 그 대상을 북한이탈주민까지 확대했다.

궁극적 사업목표는 생명존중을 위한 ‘문화’ 형성으로 두고, 생명존중 활동가 양성과 전문성 향상, 각 지역사회의 생명존중문화 확산과 자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자살의 주요 원인인 우울증 고위험군 사례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구체적 과제를 설정했으며, 이를 위해 복지관 전문 인력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활동가’로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단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고 자살, 고독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업 성과 발표를 맡은 이철우 관장(등촌7 종합사회복지관)은 특히 주민 참여를 통해 자살과 고독사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활동가를 발굴한 것에 대해, “지역주민들을 사업을 위해 동원해야 할 자원이 아니라 주체로 내세웠으며, 이를 통해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지역 중심 생명존중 활동가의 저변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 사업성과 보고를 맡은 이철우 관장은 이 사업을 통해 자살예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자살은 개인 문제 아니야.... 자살에 영향 미치는 요인 추적조사 필요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며, 따라서 (자살과 자살예방에 대한) 관점은 자살을 시도할 사람이 아니라 자살할 개연성이 높은 집단과 대상을 추려내고 그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와 원인을 파악해 없앨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살률을 줄일 수 있는 궁극적 방향이 될 것입니다.”

또 그는, 생명존중문화만들기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 중 하나는 ‘자살예방실태조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는 지금까지 자살예방실태조사를 이미 자살을 시도한 이들을 대상으로 해 왔다.

이철우 관장은 사업단이 추진한 노인에 대한 사회조사를 근거로 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 지속적 추적조사를 함으로써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파악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소개했다.

또 자살고위험으로 우려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조사와 추적조사를 통해, 그들에 대한 자살사고, 우울감 등의 변동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대상자에 대한 전인적 돌봄에 입각한 관점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은, 대상자 스스로 존엄을 인식하고 위기상황에 대한 내적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되며, 그 역시 도움의 제공자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 발표 중에는 사업단 실천 경험 보고도 함께 진행됐다. 사업에 참여한 신당 종합사회복지관 김종민 부장은 자살위기 개입 사례, 고독사 개입 사례, 자살 고위험군 개입 사례 등을 공유하고 그 의미를 짚었다.

자살시도 개입 과정의 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서울 중구에 사는 49살 남성 손 씨는 차상위 계층으로 2남1녀와 함께 사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다. 그는 우울증과 알콜의존증을 앓고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간 불화를 겪고 있었다.

자살 위험성이 있던 그를 돌보던 활동가들은 어느 날 안부 전화 중에 그의 자살시도 사실을 알게 됐다. 손 씨를 구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간 활동가들은 병원에 동행하고 정신건강증진센터 입원 의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연계, 입원비 지원 방안 마련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 지속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초기 지원을 요청했던 경찰은 1시간 뒤에나 도착했으며, 정신건강증진센터 역시 긴급 개입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 지원을 받지 못했다. 또 자살시도자에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음독이나 가스흡입의 경우 당일 입원을 할 수 없다는 한계도 겪었다.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필요한 사후관리를 위한 사회적 자원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관계 기관의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거나 대책이 미흡한 것은 고독사도 마찬가지다. 우선 가장 먼저 상황을 확인할 가능성이 많은 자원봉사자나 활동가는 신고 외의 관여를 할 수 없다. 또 사망자를 발견한 충격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 대한 지원은 기관 차원에서나 가능하며, 특히 자원봉사자의 경우에는 이마저도 어렵다.

자살 예방 위한, 관련 기관 개입 매뉴얼 미흡

이철우 관장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자살과 고독사 예방을 위한 활동 방향을 제시하면서, 자살예방과 생명문화 확산을 위한 법률, 인프라 확대뿐 아니라 다양한 접근을 장려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료기관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실제 사업수행에서 응급의료기관과 병원의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3일 이상 자살위기자에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자살시도자에 대한 의료보험수가 미적용 부분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부장은 복지관 실무자와 지역 주민 활동가들이 지역의 자살 고위험자와 시도자 등에 개입한 활동은 자살 예방에 대한 민감성을 향상시켰으며, 무엇보다 상황 해결 중심이 아닌 각 개인 삶의 전인적 돌봄을 위한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인적 돌봄과 관련된 프로그램으로는 자살고위험군 노인에 대한 집단상담과 누리학교 운영이 있다.

사업단은 취약 계층 노인이 일반 계층 노인보다 우울 정도와 자살사고율이 높다는 자체 사회조사 결과에 따라, 노인자살의 중요한 원인인 우울증 극복을 목표로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6개 종합사회복지관이 2014년과 2015년 각각 8회기에 걸쳐 운영한 ‘어르신 누림학교’는 우울증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대인관계 증진을 위한 신체활동강화, 감정 소통을 통한 스트레스 극복, 관계 회복을 위한 활력 증진, 행복감 고취를 통한 자긍심 강화, 인생에 의미 부여를 통한 동질감 강화 과정을 통해 치료와 예방을 위한 방법론을 동시에 접근했다.

연 인원 300여 명이 참여한 누림학교를 통해 참가자들의 우울 정도는 평균 6점에서 11.4점이 줄었는데, 앞으로는 참여 대상을 확대하고, 프로그램을 타 기관에 공유하며, 참여자들의 자조모임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 생명존중문화만들기 사업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의료계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정현진 기자

사업성과에 대한 외부 전문가 평가도 이어졌다.

전명숙 서기관(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박경옥 팀장(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전양환 교수(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등은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종교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으며, 자살예방을 위해 사회복지뿐 아니라 의료 분야의 접목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이슈를 제시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여러 지역 복지관의 연대, 지속적 분석과 구체적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실무자 뿐 아니라 대상자, 지역 주민을 포함해 전반적 생명존중 문화를 조성한 점 등을 성과로 꼽았다.

더불어 이들은, 의료기관과의 연계 차원에서 가톨릭계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방안,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와 지자체의 협력, 전문가와 실무자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장 정성환 신부는 총평에서, 생명존중문화만들기사업을 통해, 현장에서 자살예방을 위해 사회복지사나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램과 교육 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이 사업이 추구하는 전인적 돌봄은 인간과 생명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아직 생명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리사회 안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사회복지사, 직원들과 첫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생명존중문화만들기사업단은 앞으로 현재까지 활동 내용과 결과물을 공유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6개 지역 외 서울시내 각 본당과 전체 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지역 거점으로 생명존중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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