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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아름다운 어머니입니다[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아름다운 마을이 사라지고, 폐허가 되고 있는 만덕5지구에는 밤새 비가 내렸다. ⓒ장영식

부산에는 밤새도록 비바람이 거셌습니다. 봄비라기보다는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만덕주민공동체 최수영 대표는 철탑 고공 농성 15일차를 맞습니다. 그가 철탑을 짓고 고공 농성을 선택한 것은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고 머리 둘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만덕주민공동체 주민들은 LH공사에 속았고, 부산광역시에 속았으며 법원에 속았습니다. LH공사는 ‘헌 집 주면 새 집 줄게’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주민들을 속였습니다. 부산광역시는 현지 조사를 한답시고, 마치 주민들의 편에 서서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처럼 주민들을 속였습니다. 법원은 주민들이 재개발사업 인가 취소 소송을 낸 것에 대해 주민들의 부당한 처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의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진행된 재개발 사업을 중단하게 되면 더 큰 손실이 우려되므로 공공복리 차원에서 주민들의 소송을 기각한다는 판단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 철탑 고공 농성 15일차를 맞는 날, 비바람에 펄럭이는 젖은 깃발 소리만 요란했다. ⓒ장영식

우리는 만덕5지구로 알려진 만덕주민공동체 주민들의 억울한 사정을 오랫동안 듣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를 참조하였습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을 옮길 때는 그들의 고통이 가중되지 않도록 사전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여 알맞은 주거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직접적인 관련자들을 그 과정에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82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인간 존엄과 가정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며, 이는 인간 생태론의 핵심 과제라고 역설합니다.(“찬미받으소서” 152항) 또한 우리의 집이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같다는 것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1항) 그는 가난한 이들이 “더 존엄하게 덜 고통 받으며 살아가도록”(“찬미받으소서” 112항)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축물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에, 초대형 건축물과 획일적으로 지어진 주택 단지는 세계화된 기술 정신을 표현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에 굴복하지 말고 모든 것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113항)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수호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인본주의적 참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원주민들을 통해서 원주민들과 함께 원주민들 안에서 자본과 이윤 중심을 넘어 사람 중심의 신념과 철학으로 재개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 재개발 사업은 자본과 이윤을 넘어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장영식

   
▲ 집은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이며 생명이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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