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귀 신영복선생님 삼우제를 맞으며

 (사진 출처 = ko.wikipedia.org)

낮고, 옅고, 깊고, 사무친,

-쇠귀 신영복선생님 삼우제를 맞으며


이 나라에 올림픽이 열리던 해
선생님은 광복절특사로 가석방되었지요
이제 감옥으로부터의 온전한 석방을 축하드립니다

며칠 후학들이 소리 내어 우는 동안
선생님이 오래도록 씨 뿌리고 품어 온 숲을 생각했습니다
큰 나무 작은 나무 곧은 나무 부러진 나무가
더불어 살고 있는 숲 안에 깃든 공기를 마셨습니다
여백을 만드셨군요
여지를 만드셨군요
쉼터를 만드셨군요
함께를 만드셨군요
진실을 만드셨군요
그 공기를 마시며 선생님 뿌린 씨가 만든 것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을 맛보았습니다
그 공기, 낮고, 옅고, 깊고, 사무친,

절반折半과 동반同伴을 살아 내라고
그것이 같은 말이며 품어야 한다고
꽃은 최후가 아니라 씨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그것은 연속이며 뿌리내리는 거라고
글로, 붓으로, 강의로, 삶으로
끝내 가석방과 온전한 석방을 오가며 씨를 뿌린 선생님

세상 사람들은 선생님 묻힌 곳을 모르지만
선생님은 분명 숲으로 가셨습니다
더불어 숲으로 살자고 이제 그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쇠귀 선생님, 선생님이 감옥에서 사신 날들처럼
20년 20일 후 저희도 숲으로 가겠습니다
그날 온전한 해방동이가 되어

 
 

김유철(스테파노)
한국 작가회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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