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평위 유 주교, "국정화는 보조성 원리 위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을 19일 발표했다.

성명에서 정평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민주주의 훼손, 자율성 침해, 사회적 논의 없음을 이유로 정부에 국정교과서 정책을 거두라고 요구했다.

유 주교는 우선 “가톨릭교회는 정당한 방법과 절차로 선출된 정부와 지도자를 존중한다”고 밝힌 뒤, 그렇다고 국가권력의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1972년 10월 유신 쿠데타를 일으켜 종신집권 토대를 닦은 뒤, 1974년 1학기부터 국정 국사교과서를 쓰도록 한 박정희 전 대통령.(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그는 “간추린 사회교리”에 나온,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범위와 한계가 설정돼야 한다는 ‘보조성의 원리’를 들며 국가는 학문 영역에 보조하는 방식으로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교과서를 독점하려는 것은 보조성의 원리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며, “권위주의 시절의 사고”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종교, 정치 등이 인간이나 사회,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사 교과서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역사학계과 역사학자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과서에 담길 내용이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목적과 관련된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유 주교는 정부가 이 문제를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이듯 강행”하고, 반대하는 국민을 ‘종북’ 또는 ‘좌파’라는 이념 공격을 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국민과 역사학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고 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며 국정화 정책을 거두고 새롭게 논의하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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