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가 ‘포도청’을 주제로, 천도교인과 건축, 고전학 연구자 등을 초청해 천주교 신자, 동학인의 순교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서소문 밖 순교 터에 대한 논의에 이어 포도청에 대해서도 천주교와 천도교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두 종교는 최근 서울 서소문공원의 "천주교 성지화"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11월 10일  연 심포지엄에서는 ‘조선후기 포도청의 성격, 1894년 갑오개혁 때 경무청으로의 전환, 좌포도청 터의 변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번 심포지엄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서소문 성지’와 함께 특히 많은 천주교 순교자가 나온 곳으로 ‘좌포도청’ 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대학원 건축설계학과)의 발표에 따르면 좌포도청은 창덕궁에 이르는 종로 초입에 있었다. 지금은 신축된 단성사 건물과 소방서,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 입구 등이 있는 자리다. 포도청은 오늘날의 경찰청 역할이라고 볼 수 있으며, 좌포도청은 한성부의 동부, 중부, 남부, 경기좌도 지역에서 범죄단속과 야간순찰을 맡았다.

서종태 전주대 교수는 ‘포도청에서 순교한 천주교 신자’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을묘박해(1795) 때 최인길, 윤유일, 지황이 좌포도청에서 매를 맞아 죽으면서, 좌포도청은 천주교 순교지로서 의미를 지니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서 교수는 박해시기 순교자 중 포도청과 관련된 신자 전체를 조사했고, 이 가운데 400명이 넘는 신자 명단을 제시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참여한 차기진 천주교 청주교구 양업교회사연구소장은 서종태 교수가 정리한 천주교 신자 명단을 모두 포도청 순교자와 증거자로 볼 수 있는지 질문했다. 교회 순교록에 수록돼 있지만 순교 여부가 불분명한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한편, 정정숙 천도교 중앙총부 교화관장은 ‘19세기 포도청에서 순교한 동학인’을 주제로 발표했지만, 그의 글에 언급된 많은 동학인들 가운데 제2세 교조 해월 최시형을 제외하면 포도청 터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 11월 1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포도청’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 참여한 발표자와 토론자들. 왼쪽부터 원재연, 서종태 전주대 교수, 원종현 순교자현양위 부위원장 신부, 양홍준 국가보훈처 서기관, 정정숙 천도교 중앙총부 교화관장, 이원명 서울여대 교수, 차기진 양업교회사연구소장, 안창모 경기대 교수, 방상근 한국교회사연구소 연구실장, 이상식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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