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주관 학술토론회

서울시 중구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의 천주교 편향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됐다.

이번 ‘서소문공원 역사적 가치발굴 학술토론회’는 5월 21일 충무아트홀에서 열렸다. 평일 낮 시간에 열리는 토론회였지만,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과 천주교 신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양측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 줬다.

▲ 5월 21일 열린 '서소문공원 역사적 가치발굴 학술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강한 기자

제1주제 발표자로 나선 채길순 교수(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는 특히 조선 후기의 “반봉건 개혁 투쟁과 정변지도자들”이 서소문 밖에서 처형된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하며, 서소문 공원은 하나의 “특정 종교”만 관련된 장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소문 일대는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권에 도전하는 ‘민중을 효시하여 경계하는 처형 터’”였다는 것이다.

▲ 채길순 교수 ⓒ강한 기자
채 교수는 “1801년 신유박해 때부터 1866년 병인박해 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참수치명을 당했다”면서, 한국 천주교회의 성인 103위 중 44위, 복자 124위 중 27위가 서소문에서 순교한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채 교수는 허균과 홍경래,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동학 지도자 중 많은 수가 서소문 밖에서 처형됐다고 소개하면서, ‘서소문’의 역사에 대해 “한 지역이나 특정 종교의 이해 경계를 넘어 한 국가와 민족사의 총체적인 담론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종태 교수(전주대 역사문화컨텐츠학과)는 “서소문 밖에서 처형된 천주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처형자들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확대한 것은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채 교수가 “서소문 공원 내의 역사적 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처형까지 모두 서소문 공원의 공간 안에 담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독립협회와 서소문 감옥, 구한말 군대 해산과 관련된 전투, 전봉준과 손화중, 김덕명 등 동학지도자의 재판과 처형, 동학 2세 교주 최시형의 서소문 옥중 생활과 처형은 ‘서소문 공원’ 또는 ‘서소문 밖 형장’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 서종태 교수 ⓒ강한 기자
서 교수는 허균이나 동학 지도자들의 처형 장소에 관해 다른 의견을 제시됐다. 역사학자 이이화가 2014년 12월 칼럼에서 성삼문이 서소문 밖에서 처형됐다고 주장했으며, 채길순 교수가 “국역 광해군일기”를 근거로 허균이 서소문 거리에서 처형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서종태 교수는 이들의 처형 장소를 서소문 밖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역 세조실록”에 따르면 성삼문은 군기감 앞길에서 처형됐으며, 허균이 1618년 처형됐다는 “서쪽 저자거리”도 당시는 아직 서소문 밖에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므로 그의 처형 장소를 서소문 밖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서종태 교수는 조선시대 서소문 밖은 형장으로 151번 이용됐으며, 모두 383명이 참수형, 효수형, 능지처사형으로 처형됐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의 ‘천주교 편향’ 논란이 반복됐다. 성주현 청암대 연구교수는 이 사업에서 “서소문 공원을 천주교 박해 및 순교성지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과 “(계획된) 전시 공간에서 천주교 성당과 추모장소 등 종교적 장소가 중심”이라고 비판했다.

전희식 천도교 한울연대 공동대표도 “천주교 현양탑”을 언급하며 “천주교는 이미 서소문 공원의 점령자가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로 옆에 약현성당이 있음에도, 그것도 모자라 천주교 종교시설을 800제곱미터 크기로 지하에 또 하나 짓고자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구청은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 대표는 “(공원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관광지’라는 말은 빼는 게 좋겠다”면서 “관광지가 없어서 학살터를 관광지 운운하는가” 하고 비판했다.

반면 박문수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이 사업이 어떤 이들에게는 마치 ‘2014년 교황 방한을 계기로 급조된 사업이고’, ‘국가와 지자체가 천주교를 위해 국고를 헌납하는 사업’ 정도로 비치고 있다”면서 “내가 아는 범위에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부원장은 자신이 문화관광부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한국교회사연구소에 발주한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실태 조사 및 활용방안”(2012) 연구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은 서울시와 중구청, 정부(문화관광부) 공동으로 2011년부터 구상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사업의 시작은 천주교와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문수 부원장은 “이 사업은 천주교를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면서 “‘지하 성당’이 그런 오해를 사는데, 천주교가 이를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부원장은 “천주교 입장에서는 성지 지척에 순교 터를 굽어보고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해 이미 오래 전에 세운 중림동(약현) 성당이 있고, 오래 전부터 매주 금요일 서소문 공원에서 미사를 드려오던 터”라면서 “굳이 성당 신축에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청에 따르면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은 서울 의주로 2가의 2만 3300여 제곱미터 서소문공원에 지상 역사공원, 지하 기념 및 전시공간, 시민광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460억 원(국비 50퍼센트, 시비 30퍼센트, 구비 20퍼센트)을 사용하며,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2018년 3월 시설물을 개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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