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회 50년, 한국교회의 전망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지 50년인데, 교회는 얼마나 ‘공의회 정신’을 올바로 수용하고 열매 맺고 있는가.

서강대 신학연구소가 국내외의 가톨릭계 학자 13명을 모아 교회의 지난 과거와 앞날을 검토하고 있다. 서강대 다산관에서 9월 19일까지 열리는 이 학술대회 첫날에는 수녀 40여 명을 포함해 약 150명이 참석했다.

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중요한 용어 가운데 하나인 ‘하느님의 백성’을 구약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어원들을 찾아 설명하고, “하느님 백성의 정체성은 하느님과 백성의 상호관계뿐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에만 온전히 이해되고 수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연구원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하느님 백성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9월 18일 서강대에서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안드레아스 바틀로그 신부가 발표하고 있다. ⓒ강한 기자

독일의 <시대의 소리>(Stimmen der Zeit) 편집장 안드레아스 바틀로그 신부(예수회)는 ‘칼 라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숨겨진 기획가?’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공의회의 숨은 기획가’라는 일부의 평가와 달리 라너는 충실한 학자로서 교회에 봉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카를(칼) 라너는 공의회 전에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던 예수회 신학자로서 교황 요한 23세가 임명한 신학전문위원으로 공의회에 참여했다.

교회사학자인 샤츠 신부(예수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의 연속성, 쇄신, 그리고 불연속성’을 다뤘다. 그는 “공의회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며 “공의회보다 반세기 정도 미리 시작되었던 성서 운동, 전례 운동, 새로운 선교 개념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전에는 기존의 것들에 곁들여 존재하거나 참고 있었던 이러한 혁신적 요소들이, 규제들과 한계들로부터 해방되어 이제는 중심이 되고 주류가 되었다”고 공의회 결과를 설명했다.

또 샤츠 신부는 “교회의 전통은 정적이거나 항상 일정하거나 균일한 실재가 아니며, 그것은 신념과 선택과 실천의 살아 있는 역동적인 네트워크”라고 강조하고, “살아 있는 유기체 같은 교회는 어른이 아이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이, 진화 전단계로 돌아갈 수 없으며 현재의 삶을 유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즉, 전통이 그 안에 살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구 사제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공의회 문헌 “계시헌장”에 비춰 한국 교회의 신학적, 사목적 과제에 대해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는 “신자들의 피상적 신앙 이면에 계시 개념의 권위주의적 성격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신부는 “계시와 그 전달에 대한 경직된 권위주의적 관념은 계시된 내용을 고착화된 무엇, 영혼 구원을 위해 의무로 부과된 무엇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신앙의 본질과 대상 그리고 수용 주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아, 교회의 삶 전반을 경직되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성경과 교리서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으로, 로마 교회로부터 전해지는 법규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반복하는 것으로 진정한 전승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삶 전반에 걸쳐 계시와 신앙 사이의 살아 있는 만남이 이뤄질 때, 이 인격적 만남을 통해 실존의 진정한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질 때, 그때 비로소 교회는 계시의 전달이 이루어지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의 “교회헌장” 수용에 대해 윤정현 신부(부산교구 엄궁 성당 주임)는 이것이 한국 교회에서 잘 시도되지 않았던 연구 주제라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를 구조로만, 제도로만, 겉으로만 바라보려 했던 시각에서 교회의 모습이 지닌 신비를 바라보려는 노력의 시작”을 강조하며 “교회의 현실과 교회론은 다르다고 실망하며 낙담했던 무릎을 일으켜 세워 교회의 충만으로 나아가는 시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의회 이후 ‘혼인성사’의 변화에 대해 구정모 신부(일본 조치대 교수, 예수회)는 공의회는 혼인 개념을 계약에서 서약으로 전환했다며, 그 뒤 결혼은 ‘배타적 성교의 권리’가 아니라 ‘창조주께서 제정하신 생명과 사랑의 부부 공동체의 인격적 통교로 맺는 서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닫아걸고 있다면, 이기심에 사로잡혀서 서약의 진정한 의미, 즉 자기 증여를 살아 내지 못한다면 교회법이 말하는 대죄”라면서 “현대적 의미에서 볼 때 대죄는 재혼이라는 객관적 사실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기보다 내면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고 결혼의 인격적 통교를 거부하는 이기적 자세 안에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헌장”에 관심이 있다는 한 참가자는 “신학은 봉사하는 것이라는 말이 머리에 남는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카를 라너에 대해 “신학자이자 신부로 남았지 명예를 추구하지 않고 소신 있게 후학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남았던 것에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한 여성 참가자는 가톨릭교회의 기초를 접한다는 점에서 참 좋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신앙에는 통합된 영성, 인성, 신앙 표현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면서 개신교 신자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알 필요가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1962-65년에 전 세계 가톨릭 주교들이 모였던 세계 공의회다. 공의회에서 결정된 교회 혁신에 대한 내용은 4개 헌장과 9개 교령, 3개의 선언에 실렸다. 공의회는 교회의 자각과 쇄신, 신앙의 자유, 개별 민족과 사회 존중, 세계 평화, 인간 존엄성과 자유, 그리스도교의 일치, 종교간 대화, 전례 개혁을 촉구했다. 미사 때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를 쓰는 것, 토착화된 성모상 등장, 평신도의 역할 부각이 공의회 뒤 나타난 대표적 변화다.

이번 국제 학술대회는 19일까지 이어진다. 최현순 서강대 신학연구소 연구원이 ‘교회헌장 9항에 함축된 연대의 신학적 개념’을, 미츠노부 이치로(일본 조치대 교수, 예수회)가 “사목헌장”과 오늘날의 일본에 대해, 또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성령론적 전망, 그 계승과 과제들’을 주제로 한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수) 등의 발표가 있으며 종합 토론으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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