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라르 국제회장 방한
가톨릭노동청년회(이하 가노청) 국제협의회(ICYCW) 회장 아멜리 페이라르(프랑스)와 전임 동반사제 존 마슬랜드 몬시뇰(영국)이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내년 8월 19일부터 9월1일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제9차 가톨릭노동청년회 국제총회 준비를 위해 방문한 두 사람은 한국 가노청 회원을 비롯해 염수정 추기경, 평신도협의회장, 바보의나눔 등을 찾아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바쁜 일정을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만난 마슬랜드 몬시뇰과 페이라르 회장은 총회 준비과정과 결실을 통해 가톨릭노동청년운동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청년들이 스스로 교회임을 인식하고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며, 교회 역시 청년들이 갖고 있는 재능과 가치를 소중히 여겨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슬랜드 몬시뇰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국제협의회 동반 사제였으며, 현재는 영국 가노청을 동반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가노청과 맺은 인연은 서품을 받은 1972년부터 현재까지 40여 년째다. 지역의 소그룹부터 국제협의회까지 40년의 세월을 지켜본 그에게 먼저 가노청에서 발견한 가치와 비전을 물었다.
“가노청은 희망을 잃고 잘못된 가치관에 갇힌 청년들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다시 일으켜 주기 위해 존재한다”
마슬랜드 몬시뇰은 가노청과 함께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면서, “가노청이 하느님의 눈으로 그들을 살피고 연대한다는 것, 특별한 어려움과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 청년들에게 응답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메시지이고 가치”라고 말했다.
동반사제로 활동하면서 40여 나라 가노청 회원과 청년들을 만나 온 그는, 청년들이 많은 교육을 받고 준비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왔을 때, 그들이 가진 지식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현실이라면서, “청년들이 희망과 길을 잃고 있으며, 잘못된 가치 속에서 스스로를 왜곡된 이미지로 보고 있다. 가노청은 이런 이들을 다시 일으켜 주기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총회에서 선출된 페이라르 회장 역시 가노청과 인연이 오래됐다. 13살 때부터 어린이사도직으로 가노청 활동을 시작했지만,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가노청 회원이었기 때문에 “태중에 있을 때부터 회원이었던 셈”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할머니는 2차 대전 즈음 이민노동자로 가노청 활동을 하셨어요. 할머니는 일하던 곳에서 스스로 동료들을 위해 봉사하고,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도 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조직에서 임무를 부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역할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가노청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가노청의 가치는 그것에 있어요.”
페이라르 회장에게 가노청은 “세상을 인식하고 배우게 해 준 학교이자 신앙의 은총을 체험하는 장”이다. 가노청 회원, 가족, 동료와 있는 자리 그 자체가 ‘양성을 위한 공동체’다. 그리고 그 양성은 스스로 소명과 역할을 찾는 변화와 성장의 힘이다. 페이라 회장은 이런 양성은 일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신앙인으로서도 성장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와 부모에게 수없이 들었던 가노청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가노청을 통해 체험하고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노청 회원은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이들이며, 더 많은 청년들이 가노청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봉사하는 이들이라는 가르침이 가노청에 머물도록 만들었지만, 그 다음은 삶 안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페이라르 회장은 무엇보다 가노청이 놀라운 것은 “청년 스스로, 청년을 위해 조직하고 운영하는 곳이며,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믿고 일하며 책임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노청 활동은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가노청을 시작한 카르딘 추기경은 “청년 노동자들은 온 세상의 황금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1950년대 유럽의 노동 현실이 그와 같지 않았기 때문이며, 오늘날에도 노동자들이 세상의 주변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마찬가지다.
마슬랜드 몬시뇰은 ‘관찰, 판단, 실천’이라는 가노청의 방법론을 들며, 가노청의 활동은 “시대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도 많은 청년들이 돈을 벌고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현재 지역에서 동반하는 팀의 논의 주제 역시 “일과 가정생활 사이의 균형, 국제 인신매매 문제, 생태 파괴 문제” 등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청년, 노동자들을 위한 교회의 몫은 무엇이며, 교회가 직시해야 할 현실은 무엇일까.
마슬랜드 몬시뇰은 무엇보다 분명한 한 가지는 가노청 운동을 비롯한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동반하는데,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에서 결정권을 가진 이들, 주교와 사제들이 청년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페이라르 회장은 청년 평신도의 입장에서 청년들의 자각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자체가 교회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께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으로 자본 중심의 시스템이 철저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교회가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사회교리 등을 통해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청년들의 가치와 존엄을 인식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내년 국제총회에서는 미래 삶에 대한 희망, 온전한 책임을 위해 노동을 통한 길찾기를 모색할 예정이다.
페이라르 회장은 이 같은 주제를 선정한 것은 노동을 통해 희망을 찾고,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가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겪고 있는 고민이기 때문이라면서, “함께 대안을 고민하고 만들면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총회의 결과가 50여 나라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만큼, 매일의 삶과 신앙이 연결될 때 성장할 수 있다는 체험을 더 많은 이들에게 증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노동청년회는 벨기에의 조셉 카르딘 신부가 시작한 가톨릭 청년노동자 운동으로 1925년 비오 11세가 인준했으며, 한국에서는 1958년부터 시작됐다. 관찰, 판단, 실천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신앙 안에서 자기 자신과 소속된 공동체, 나아가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실천하는 청년 운동이며, 현재 전 세계 50여 나라에서 같은 사명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2016년 8월 19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리는 제9차 국제총회는 서울 한남동 꼰벤뚜알 피정의 집에서 진행되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준비한다. 50개국 청년 리더 100여 명과 동반사제들이 참여하는 국제총회는 리더쉽 프로그램으로서 전 세계 청년들의 삶과 노동 현실을 공유, 연구하며 사회복음화를 위한 실천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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