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책임과 가톨릭 사회교리

한 밤중 캄캄한 어둠 속에 누군가 당신을 깨우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는 당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일어나라고 한다. 당신과 가족들은 이부자리에서 끌려 나와 광산으로 가서 몇 시간이나 쉬지도 못하고 땅을 파야 한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영화 ‘물랑루즈’에서 니콜 키드만이, 그리고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에서 마릴린 먼로가 부르던 노래처럼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다이아몬드를 캐는 일을 하는 수많은 이들에게는 친구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강제노동에서부터 이 돈으로 아동 병사를 모으는 일에 이르기까지, 많은 다이아몬드는 피와 분쟁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 험한 광산에서 원석을 얻어서 세공하기까지에 이르는 이 문제 많은 과정 가운데 일부를 해결하려는 첫 시도들이 있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이 보석과 관련된 엄청난 인간 소모에 맞서기 위해 가톨릭 신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미국 가톨릭대학 경영학과의 맥스 토레스 학과장은 “많다”고 말한다.

그는 <CNA>에 “이 경제에서는 소비자가 왕”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다이아몬드 문제를 들고 나서는 날에 이 문제는 해결된다. 그것이 어떤 문제든 간에 우리가 뿌리 뽑으려고 노력하면, 그것은 해결된다.”

토레스는 다이아몬드 문제에는 소비자에서부터 수출업자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많은 단계와 과정이 있지만, 보통사람들도 이 대규모 윤리문제를 바꾸기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반을 관통하는 공급망 결정을 좌우하는 소비자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그는 힘줘 말한다.

투명한 돌과 붉은 피

2006년에 화제가 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에서 이런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다이아몬드 산업을 둘러싼 논란을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그러는 가운데, 이 귀한 보석을 채굴하기 위해 일하는 많은 이들은 더 강한 책임성과 더 높은 윤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느끼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다이아몬드 채굴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른바 “피 묻은(blood) 다이아몬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윤이 전쟁 자금으로 쓰이는 분쟁지역에서 광산업을 하는 이들 말이다. 또한 “분쟁(conflict) 다이아몬드”도 문제인데, 앙골라,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콩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라이베리아의 내전을 지원하는 불법 산업과 연관되는 경우다. 이 나라들은 지금 모두,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국제 기준을 따르는 합법적 다이아몬드 광산업을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에 관한 가장 잘 알려진 국제기준은 킴벌리협약(2003)이다. 유엔에서 피 묻은 다이아몬드의 판매금지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만들어졌는데, 해외로 수출하는 어떠한 다이아몬드도 반군 단체의 수입원이 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원석을 개봉 불가능한 상자에 담아 운송해야 하며, 이 물건이 합법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정부 문서가 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다이아몬드 운동가들은 이 절차로서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정부의 보증서 말고는 그 다이아몬드가 분쟁과 관련이 없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 정부가 내주는 보증서를 둘러싼 부패와 뇌물 문제가 있고, 투명성의 결여 때문에 어떤 핵심 단체들은 이 절차에서 빠지게 된다.

지난 2003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다큐 “전쟁의 다이아몬드”에서 다이아몬드 산업을 통제하려는 킴벌리협약이 있음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거래가 판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시에라리온의 한 관리는 시에라리온이 수출하는 다이아몬드의 60퍼센트 가량은 공식적으로 통제된 경로가 아니라 밀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다큐에 나오는 한 전문가는 당시 전 세계 다이아몬드 거래의 20-40퍼센트는 불법 거래라고 봤다.

킴벌리협약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이 협약이 분쟁 자금이 되는 것을 막기는 하지만 다른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제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폭력, 기준 이하이거나 착취적인 노동조건, 아동 노동과 환경 문제 등이 있다.

따라서 “분쟁 없음”이라는 현재의 정의는 “관점이 너무 좁다”고 제이미 허만은 말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보석가게 “멋진 지구”의 마케팅 담당자인데, 이 기업은 윤리적으로 깨끗한 다이아몬드와 보석, 귀금속을 파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녀는 “이런 이유로, 우리는 분쟁 없음이라는 킴벌리협약의 규정보다 더 넓은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멋진 지구”는 캐나다, 나미비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러시아의 정선된 출처에서 다이아몬드를 구해서 팔고 있다. “이 다이아몬드들은 인권 침해로 얼룩지지 않았어요.”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다이아몬드 출처를 찾으면 이는 또한 어떤 나라에게는 경제적 기회가 되기도 한다. 보츠와나에서는 정부와 다이아몬드 회사인 “디비어스”가 데브스와나 광산회사의 지분을 각기 절반씩 갖고 있는데, 이 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확대되는 경제 자유를 맛보고 있다. 광산업이 발전하고 산업 기준을 잘 지키는 것이 한 이유다.

캐나다도 1990년대에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한 뒤로 광산업에 크게 투자하고 생산을 늘리면서 금세 주요 다이아몬드 생산국이 되었다.

공장에서 만드는 합성 다이아몬드도 보석용 다이아몬드 시장의 2퍼센트밖에는 차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더 윤리적인 다이아몬드 시장에 나서고 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산업 용도로 쓰인다.

사치품과 필수품의 윤리학

콜로라도 주 덴버에 있는 성 요한 비안네 신학교의 윤리신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브루거 박사는 <CNA>에 가톨릭 사회교리는 다이아몬드 산업에 대해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용주들에게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가르침은 사업체들에게는 “피고용인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고, 피고용인들의 가정과 혼인의 통합성을 존중하며, 피고용인의 신앙을 존중하고,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건설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조직할(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며, 모든 이가 고귀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정하게 얻을 수 있도록 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번 이윤을 분쟁 자금으로 대거나 강제노동을 쓰는 생산업자가 이러한 의무들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서 “윤리적으로는, 아니다”고 말했다.

유혈 분쟁에 돈을 대는 일에서부터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품위를 떨구게 하는 광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문제들은 고용주들의 도덕 의무를 완수하는 데 문제가 될 뿐 아니라고 브루거는 지적한다. 그런 불의한 방법들은 도덕 의무를 무시하면서 얻는 높은 이윤을 보고 “악당들이 꼬여 든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다이아몬드 산업에서 기업 지도자들만 윤리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도덕적으로 양심적인 사람들은 ‘윤리적으로 소비하기’에 갈수록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물건이 어디에서 오는가, 이 물건을 공급하는 사람들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 물건들이 공급되는 과정은 어떠한가 등을 살펴야 한다.”

그는 모든 가게에서 물건을 하나 살 때마다 일일이 그 물건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다 알기는 불가능하지만, 대기업이나 특정 산업에 대해 정보를 얻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생필품을 사는 사람보다 사치품을 사는 사람은 상품 공급자의 윤리적 행동에 협력하지 않을 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보통 때 우리는 다이아몬드나 초콜릿이 필요하지 않다. 사치품과 관련될 때는, 진짜로 나쁜 일을 하는 출처로부터 사는 것을 피해야 할 상당히 강한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그는 “어떤 산업과 관련된 윤리적 조건을 의식하게 되면, 이 지식을 윤리적 결정으로 전환시켜야 할 의무는 더욱 커진다.”면서 어떤 특정 산업에서 행해지는 인권 침해 사실을 모든 이가 똑 같이 접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윤리적 결함에 대한 지식이 더 널리 알려질수록 이 지식을 소비활동에 활용할 책임이 더 커진다.” 그는 지식이 많은 고객은 “자기가 사는 다이아몬드의 출처를 물어야 한다면서, 점원이 대답을 꺼린다면, 마땅히 다른 가게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시작하기 좋은 지점

허만은 정보를 모른다는 것이 “이 문제의 한 큰 부분”이라고 본다. 그녀는 보석상들이 자신들이 파는 다이아몬드의 출처가 어느 나라, 어느 광산인지를 추적해 더 윤리적으로 광산 활동을 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보석상은 자신들 가게에 있는 다이아몬드가 킴벌리협약에 따른 ‘갈등 없음’(conflict-free) 증명을 받았다는 것을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오는지는 더 이상 모른다.”

미국 천주교주교회의 아프리카/세계발전국의 스티븐 힐버트 해외정책 고문은 소비자들은 산업전자제품을 살 때도 부속품에 분쟁 관련 광산 생산품이 쓰였는지 물어봐야 한다면서, 이런 분야도 다이아몬드 산업과 상황이 마찬가지라고 했다.

“점원들은 아마 그런 정보까지는 잘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런 질문으로 문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절차도 완벽하지 않다.”

토레스는 킴벌리협약이 좋은 출발점으로서, “더 확대되고 인권과 관련해 더 강화될 수 있다”면서, 다이아몬드 원산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책임의식을 키우면서도 별 힘들지 않는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 윤리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죄의 문제로서, 그 어떤 절차나 통제로도 최종 해결될 수는 없다.

토레스는 “윤리적 행동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 마음이 인간이기 때문”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답”이라고 했다.

기사원문: http://www.catholicnewsagency.com/news/a-bloody-secret-still-haunts-the-diamond-industry-63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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