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거 100주년, 순국 99주기에 즈음하여

 

안중근기념관 정문 앞에는 세워진 기념비에 ‘민족정기(民族正氣)의 전당(殿堂)’이라는 글씨가 이른바 ‘사령관체’(박정희의 글씨체를 이르는 별명)로 쓰여 있다. 이것은 1979년 9월 박정희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 탄생 100돌을 기념해 쓴 글씨를 새긴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일본군 장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를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에 세운 것은 민족혼을 짓밟는 행위”라며 “하루빨리 이 글씨를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 터는 1920년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고 내선 일체를 실현하기 위해 ‘조선신궁’을 세운 자리이기도 하다.(출처: 한겨레신문 2005.3.24)
올해는 안중근 의사 99주기와 의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오는 3월 26일 순국 99기를 맞이하여 안중근의사 의거ㆍ순국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3월 25일 오후 2시에 서울 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안중근 의사 99주기 추모식과 순국 100주년 기념사업 선포식을 갖는다. 현재 안중근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에서는 현재 안중근 의사 전집 20권을 완간할 목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이번에 그중 몇 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 안중근 추모 관련단체는 '안중근 숭모회'와 '안중근기념사업회'가 있는 셈인데, 안중근을 비롯해 독립운동가를 기념하는 사업회 가운데 본래 정신과 배치되는 사례가 많아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에 따르면, "1963년 설립된 ‘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 황인성)’의 초대 이사장을 지낸 윤치영씨는 대표적인 친일파 인물이다. 윤씨는 일제 침략전쟁을 찬양해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윤씨의 형제들은 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내는가 하면 일본군 기병 중장을 하기도 했다. 숭모회 이사장을 맡았던 이은상, 백두진 등도 친일 경력이 구설에 올랐다. 이후 숭모회 이사장을 맡은 이들은 안 의사의 정신에 부합한다기보다는 권력의 양지만을 좇은 사람이 대다수"(2008.08.12)라고 한다. 이에 대해 당시 숭모회 측은 "안 의사는 이념가가 아니라 평화주의자다. 안 의사가 숭모회 분들의 친일에 대해 이해해주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안창호 선생인데, “안창호씨를 존경한다”라고 말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으며, 이 대통령은 대선 직전까지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있었다. 또한 부회장에 한나라당 의원이 대거 포진하고 있으며, 현재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이 맡고 있다. 주진우 기자에 따르면,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백낙환 인제학원 이사장이 맡고 있으며, 백씨의 부친 백붕제씨는 조선총독부 관리 출신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할 예정인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현재 안중근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함세웅 신부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979년 9월 2일 명동성당에서 안의사 탄신 100주년기념 대미사를 노기남 대주교 집전으로 봉헌했으며, 1987년에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처음으로 새남터에서 순국 추도미사를 올리고, 1995년에는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안의사 순국 85주기 추도미사를 올리는 등 안중근 의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왔다.

한편 함세웅 신부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에 독립유공자협회에서 숭모회의 태생적 문제점을 지적해 왔는데, 숭모회 인사들이 대부분 군장성이나 중앙정보부 출신, 친일파 등이 주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숭모회 개혁을 위해 이창복, 방제명 선생 등이 주축이 되어 500여명의 개혁적 인사들이 숭모회에 참여해 왔으나 기존 세력들의 무시와 반대로 좌절되었다고 한다.

한편 박정희 전대통령이 이순신을 독재정권을 위해 악용했듯이 안중근을 군인의 사표로 내세워 남산에 '민족정기'라고 새긴 비석 제막식을 하면서 성역화 사업을 추진했으나, 10.26 사태로 무산됐다고 전한다. 이에 함 신부는 "덕분에 안중근 의사가 때묻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중근기념사업회는 항일독립운동단체협의회 등과 협력하여 안중근의 독립정신과 평화사상을 전파하고 교육하며 기념하는 시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중근
함세웅 신부는 안중근에 관하여 만 18세에 입교하여 유교문화권에서 교육받고 천주교신앙을 결합시킨 "토착화의 귀감"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당대의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을 전수받아 "신앙생활을 하느님의 잔치"로 비유하며 "좋은 음식은 이웃과 나누어 먹어야 하듯 구원의 은혜 역시 나누어야 한다는 구원관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편 안중근은 삼흥, 돈의학교 등을 세운 교육사상가이기도 한데, 뮈텔 주교에게 민립대학 건립을 요구하다 좌절되었던 사건을 예로 들면서 "성숙한 신앙인의 귀감"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뮈텔주교에게 대학건립이 거절되었을 때도 신앙이 흔들리지 않았다. 보통 주교와 사제에게 실망하면 신앙 자체도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안 의사는 오히려 신앙에서도 프랑스 선교사들을 능가했다"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의병활동을 이해하지 못한 원산의 브레 신부가 안중근 의사에게 성당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감옥에 갇혔을 때는 뮈텔 주교의 금지에도 아랑곳 없이 찾아와 준 빌렘 신부에게 성사를 받고 감사의 정을 표시했다. "가족들을 오히려 위로하고, 장남 분도는 사제가 되게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으며, 뮈텔 주교에게도 편지를 써서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한것을 보면 안중근은 큰 인물이고 위대한 신학자인 셈"이라고 함 신부는 말한다.

이어 함세웅 신부는 그동안 한국천주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안중근을 인정한 적이 없지만, "안 의사의 존재 자체가 의로운 데 구태어 누구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있겠는가?"하고 물었다. "중고등학교 때 역사공부를 하면서 중세 가톨릭교회의 부패상 때문에 조롱을 받아 왔다. 그 죄악을 아직도 교회가 솔직히 고백하고 있지 않지만, 역사는 이미 판결을 내렸다"고 하면서 "사순절에 안중근을 보면서 죽음을 묵상한다. 하느님을 믿는 경건한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죽인 사건이 십자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 고위성직자는 아니지만, 일부 사제들이 이미 안중근을 인정하고 모범으로 따르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교회공동체가 그분처럼 사는 것이다. 다만 부끄러운 것은 안중근숭모회나 우리 교회가 아직도 친일 역사를 반성하지 않은 채 안중근을 그저 상업적으로 선교목적으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상봉/ 지금여기 편집국장

 

오는 3월 26일은 안중근의사께서 순국하신 지 99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의사의 독립정신과 평화사상을 되새겨보며, 높은 뜻을 이어가고자 추모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의사께서 국권 침탈의 원흉인 이토오를 척살하여 조선의 독립 의지를 만천하에 알린 의거 100년째이며, 내년은 의거의 당위성과 동양평화를 역설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은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역사를 돌아보고 오늘의 현실을 자성해야 할 이 의미 있는 시기에, 여러 선생님들을 모시고 의사를 기리는 뜻 깊은 사업에 지혜와 힘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바쁘시더라도 부디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2009. 3. 6.

안중근의사 의거ㆍ순국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때|
곳|
주최|
주관|

 2009년 3월 25일 (수) 오후 2시
서울역사박물관 강당
안중근의사 의거ㆍ순국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항일독립운동단체협의회

 순서 

14:00~14:30 : 추모식
14:30~15:00 : 안중근의사 의거ㆍ순국100주년 기념사업 선포식
15:00~15:10 : 중간 휴식
15:10~17:00 : 학술토론회
17:00~18:00 : 다과회

문의|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전화 :(02)911-1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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