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전축제 생태캠프 열려

로켓 화덕은 나무를 때는 보통 화로와 같은 양의 나무를 넣어도 훨씬 효율이 좋은 신종 화덕이다. 어느 유명한 보일러업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운동가가 발명한 간단한 것인데, 요 몇 년 새 “환경”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대세”가 되었다.

이 로켓 화덕을 직접 만들어보고 톱밥탄을 활용하는 등, 화석연료 없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최소한의 물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태 캠프가 오늘부터 7일까지 진행 중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인 6월 5일 천주교 창조보전연대가 시작한 아홉 번째 창조보전축제다. 이 축제는 캠프 기간에 화석연료나 화석연료로 만드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 지낸다는 원칙이 핵심이다. 경기도 양평군 비룡리에서 7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한국 천주교 곳곳에서 환경사목,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30여 명이 참여했다.

▲ 6월 5일 창조보전축제 참가자들이 로켓화덕을 이용해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다. ⓒ강한 기자


축제 기간 동안은 자연적인 삶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실험하는 생활을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영화 감상, 하승수 변호사의 강의, 태양열 조리기를 이용한 간식 만들기 등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음식을 만들 때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빈 그릇 운동(발우공양)을 실천한다. 수세식 화장실 대신 왕겨와 허브식물을 방향제로 활용한 생태 화장실에서 똥오줌을 눈다. 캄캄한 밤에도 전기를 쓰지 않고, 전기가 필요한 경우 참가자들이 직접 자전거발전기 페달을 밟아 만든 전기를 쓴다.

캠핑장 입구에서 천연재료를 활용해 모기향 만들기를 도와주고 있던 박선희 씨(힐데가르트, 대구대교구)는 거의 매번 창조보전축제에 참여했다. 그는 ‘화석 연료 없이 살아 보기’에 대해 “처음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 과연 살 수 있을까 불안했는데, (생태)화장실 등 모든 게 편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쓰지 않고 사는 게 그리 불편한 것은 아니구나, 조금 불편할 뿐이구나 하고,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게 조금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 축제가 재밌다면서 최근 인기를 끈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처럼 먹기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에 따르면 창조보전축제에서 화석연료 없이 지내 본 경험은 축제를 마치고 일상에 돌아가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지나치게 쓰지 않고도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다고 말해 줄 수 있는 등 영향을 준다.

이번 축제를 주관한 창조보전연대는 각 교구의 환경사목위원회나 환경사제모임, 정의평화위원회 생태분과와 수도회 등 14개 단체가 모인 연합단체다.

창조보전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양기석 신부는 창조보전축제가 ‘화석연료 없이 살기’를 원칙으로 열린 것은 5번째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조보전축제가 교육의 장이기보다는 환경활동을 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친교를 나누고 즐기고 쉬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기석 신부는 오는 12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회의 총회가 열리며, 현재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핵발전소’를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 신부는 핵발전소가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축제에서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천주교의 환경사목이나 환경운동에 대해서는 “5-6년 전에 비하면 내실 있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그런 것이 눈에 안 띄는 것은 통합적으로 서로 연대하는 게 좀 약해서”라고 말했다. 양기석 신부는 “교회는 어떤 때는 나아진 것 같다가 어떤 때는 퇴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고, 조금 정비하는 차원에서 움직임이 적어 보이는 것뿐이지, 앞으로 훨씬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화석연료 없이 2박3일을 지내는 것이 일반 참가자에게도 쉽지 않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자에게는 더더욱 보통 일이 아니다. 창조보전축제 준비 실무에 참여한 최순영 창조보전 나눔터 마중물 실장은 준비된 숙소에서 지내는 1박2일 피정에 비해 챙겨야 할 물품과 음식물을 준비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도 환경이 문제가 된다”면서 “그러니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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