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가정사목위, 교회법위 공동 세미나

신자들의 ‘이혼’ 문제에 대해 한국 천주교 차원의 통계와 상담 창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5월 28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교회법위원회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성사생활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주제로 연 공동 세미나에서 첫 발제에 나선 신정숙 수녀(인보성체수도회,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는 가톨릭 신자의 이혼 후 재혼에 대한 공식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 신정숙 수녀 ⓒ강한 기자
신 수녀는 2013년 전국 이혼 건수가 11만 5300건, 조이혼율은 2.3건이라고 소개하면서, 한 해 가톨릭 신자 부부의 이혼은 6900건 정도로 짐작했다. 이어서 그는 같은 해 천주교의 혼인 무효 판결은 606건이었다며, “많은 경우가 교회법상 비정상적인 상황의 혼인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원칙적으로 ‘이혼 후 재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근거는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면, 그 아내를 두고 간음하는 것이다. 또한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혼인하여도 간음하는 것이다”(마르 10,11-12)라는 예수의 가르침이다. 신정숙 수녀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따라 “이혼 후 재혼한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하느님의 법에 어긋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며 “성체를 모실 수 없고, 일정한 교회의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 수녀는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게 사제와 친척, 이웃들이 섬세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형제적 사랑을 증언하는 가운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정숙 수녀는 “사목적 관심과 접근이 교회의 신앙과 일치될 수 없는 태도를 실행하는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교회는 그들의 상태가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선언하는 복음을 거스른다는 것, 그리스도의 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임을 인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순미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도 이혼과 재혼에 관한 심층적인 가톨릭 통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통계를 갖는 것은 현실 파악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데도 중요하며, 가정사목의 방향 설정에도 중요한 일”이라며 통계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김순미 위원은 이혼과 재혼의 상황에 있는 신자들을 위한 상담 창구의 마련도 제안했다. 김 위원은 “저 자신의 경우에도 (고민이 있는 사람이) 와서 이야기할 때는 어떻게 도와줄지 답답하고 교회법을 잘 모른다”면서, “그들에게 사제나 수녀를 찾아가라고 하면 겁을 내거나 마지막 단계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 5월 28일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교회법위원회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의 성사생활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강한 기자

한편, 세미나에 참석한 한 사제는 발제를 들으며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죄를 범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한국 천주교는 혼인 무효 판결을 비롯해 이미 “매우 많은 사목적 배려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정숙 수녀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자들과 만나는 경우를 소개하면서, 이혼 문제에 대해 교회가 열려 있지만 모르고, 활용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신 수녀는 수도자, 사제는 신자들이 이혼과 결혼 문제를 말하기에 “너무 멀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부부 생활을 잘 알고 있는 신자들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와 교회법위의 공동 세미나는 오는 10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열리는 가운데 한국 교회와 사회의 현실을 성찰하기 위해 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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