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토]

▲ ⓒ장영식

오체투지란 신체의 다섯 부위가 땅에 닿게 하는 절을 말한다. 먼저 두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하는 절이다. 오체투지는 마음을 하늘을 품되, 몸은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절박한 기도이며 실천의 표현이다. 쌍용차, 기륭전자, 스타케미칼, 콜트콜텍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오체투지단은 이 처절한 기도와 실천을 위해 하얀 소복을 입고 배밀이로 언 땅의 닫힌 길을 열며 나아갔다.

오체투지단이 입은 하얀 소복은 마치 비정규직화와 정리해고 과정에서 죽어 가야 하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상징하는 상복으로 보였다. 노동자가 땀에 절은 작업복 대신 흙먼지로 얼룩진 소복을 입고 배밀이로 세상을 걷는 침묵의 평화적 행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의 모진 세월을 살아가는 노동자와 민중의 역동적이면서도 가장 처절한 절규였다. 이 가난하고 서러운 땅에서 더 이상 억압과 차별, 배제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고 함께 살자는 역설의 절규였다. 주인 잃은 스물여섯 켤레 신발의 의미를 잊지 말자는 약속의 절규였다. 그러나, 마침내 청와대로 향하던 오체투지단의 행진은 경찰에 제지받았다.


장영식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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