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사진 출처 = pixabay.com

착한 목자

- 박춘식

그분 그림자 뒤에 서서

착한 목자 되려다가 엎어졌다

일어나 모랫길을 걷다가

또 엎어졌다 다시 일어나 절망기도를 바치면서

멀찌감치 그분을 뒤따라갔다

그가 넘어질 때마다 주위 양들은 부동자세

그가 일어날 때에는

양들이 평화를 먹고 풀밭을 뒹굴었다

그는 어제도 밤늦게 십자가를 부여잡고

저는 착한 목자 자질이 없는 듯합니다

침묵과 어둠을 곱씹으면서 울었다

슬프게 윽윽 울었다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현재 이 땅의 성직자 중, 착한 목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추정되는 소수의 사제를 위해 시를 지어 보았습니다.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겸손한 사제는 10퍼센트도 안 된다고  많은 신자들이 말을 합니다. 이 말을 바탕으로 하면 소수의 사제가 착한 목자가 되기 위해 겸손에 몸부림치는 거룩한 사제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교, 신부를 오만하게 만드는 것도 신자들의 탓이고, 신부, 주교들이 베풀 줄 모르고 받기만 하는 버릇도 신자들이 만들어 줬습니다. 항상 명령하는 모습,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일 등등 신자들이 그렇게 만들어 줍니다. 어쩌다 옷을 벗는 사제도 신자들의 탓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본당 신부를 임금으로 모시는 신자들이 많이 있어서 그 임금이 더욱 신바람으로 설칩니다.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