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영 신부] 3월 8일(사순 제3주일), 요한 2,13-25

성전 한 가운데에서 한 바탕의 소동이 일어난다. 채찍을 휘두르며 소와 양과 장사치들을 쫒아내고,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고 탁자를 뒤집어 버린다. 그리고는 “이것들을 여기서 치우라”고,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나의 기도 안에서, 예수님의 행동과 음성은 거친 분노보다 짙은 슬픔이 묻어 났다.

1. 성전의 첫 번째 이미지 : 아버지의 집

성전은 하느님이 계시는 하느님의 집입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고 하느님께 예물과 흠숭을 드렸던 장막으로부터 시작된 성전은 하느님의 지성소가 자리하고 인간의 죄를 씻기 위한 희생제물을 드리고 당신의 가난한 백성들이 하느님께 하소연하며 눈물을 쏟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집이 장사하는 집으로, 강도들의 소굴(마르 11,17)로 변했다는 것은 하느님이 중심이 될 수 없는, 하느님이 하느님으로 예배되지 않는 곳, 하여, 인간이 하느님을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느님이 계셔할 곳에 강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이 아니라 강도들의 거짓과 속임수, 그리고 약탈이 있는 곳. 그래서 성전이 더 이상 성전이 될 수 없는 곳. 당신 아버지의 집이 이렇게 변해 있을 때, 예수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혹 오늘날 우리 성당이 하느님께 기도드리고 하느님을 만나는 것에 첫째 자리를 두지 않는다면, 교회가 복음을 전하고 복음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 장사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복음의 가치보다는 세속적인 이익에 따라 변화되고 있다면, 예수님의 심정은 어떠하실까? 교회가 하고 있는 일들을 돌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2. 성전의 두 번째 이미지 :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는 곳

ⓒ박홍기
성전의 이미지를 쫓아가다가 에제키엘 예언자의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성전을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묘사합니다. “그가 나를 데리고 주님의 집 어귀로 돌아갔다. 이 주님의 집 정면은 동쪽으로 나 있었는데, 주님의 집 문지방 밑에서 물이 솟아 동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말하였다. 이 물은 동쪽 지역으로 나가, 아라바로 내려가서 바다로 들어간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에제 47,1-12 참조)

모든 것이 살아난다. 아 얼마나 희망을 솟구치게 하는 말씀인가!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인해 죽어 있던 것들이 살아납니다. 하느님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넘어져 있던 것들이 일어나고 죽은 것들이 되살아납니다. 예수님의 손길이 닿았을 때 아픈 이들이 낳고, 죽은 이들이 되살아났듯이 그렇게 하느님은, 예수님은 늘 생명의 원천입니다. 우리의 생명이신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안에 이 세상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어 주십시오.

3. 성전의 세 번째 이미지 : 인간의 몸

바오로 사도는 우리의 몸을 성령이 머무는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기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6-17). 우리의 몸이 성전이라는 말은 우리의 내면, 우리의 인격, 우리 존재 전부를 담고 있는 “몸”을 의미할 것입니다. 우리 몸 안에 하느님이 거처하시기 때문에, 내 몸도 다른 이들의 몸도 소중하게 다루어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 몸이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해서 우리 몸이 성전의 모습을 온전히 갖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성전의 본래 기능이 하느님께 기도 하는 것에 있다면, 우리 몸은, 우리 내면은 늘 기도하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늘 성당에 앉아 외적으로 기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내 삶의 방향이 하느님을 향하고, 그분께 내 삶을 의탁하고, 복음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기도하는 이의 모습이지 싶습니다.

4. 성전의 네 번째 이미지 : 세상

하느님은 성전에만 계실까? 크고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교회에만 계실까?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하느님이 진정 어디에 계신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하느님의 연민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존엄이 사라지는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자본과 국가권력에 의해 파괴되는 아픈 강정에서, 사람을 그저 소모품으로 이용하는 산업 환경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살아가는 길바닥에서 ... 새삼스레 “교회 밖으로 나가라”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하느님은 그저 교회(성당) 안에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곳곳에 계시기에,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찾고, 이 세상 곳곳에 생명과 평화가 자리하는 하느님의 집으로 만들어가라는 말씀으로 이해합니다.

오늘 복음(성전정화)은 교회를 진정 하느님의 교회로, 생명이 흘러나오는 성당으로 변화시켜 가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또한 우리 각자의 내면과 이 세상에서 하느님과 공존할 수 없는 세속적인 가치를 걷어 내라는 말씀으로 이해합니다. 우리는 그리고 우리 교회는 하느님을 부르면서도 늘 장사하는 집으로 바뀔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깊어가는 사순 여정, 우리 내면과 교회에 정화의 손길을 청합니다.
 

 
 

최성영 신부 (요셉)
서강대학교 교목사제
예수회 청년사도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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