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마을 주민 2명과 활동가 등 4명에 구속 영장 청구

제주 해군기지 군 관사 반대 천막이 강제 철거됐지만, 강정마을회와 천주교 단체가 관사 건설을 멈출 것을 요구하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제주지방경찰청은 행정대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 4명에 2월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에 따르면 이들 4명 가운데, 해군 관사 부지 입구에 천막과 망루를 설치하고 행정대집행을 방해하는 등 혐의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돼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고권일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나머지 2명은 앞서 연행돼 풀려나지 않은 이들로, 행정대집행 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돼 호송 중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와 오물을 페트병에 담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 1월 31일 국방부가 제주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앞 농성 천막에 대해 강제 철거에 나선 가운데 강정마을 주민과 반대 단체 활동가 등이 망루에 올라가 있다. (사진 출처 =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지난 1월 31일 국방부는 강정마을 군 관사 공사장 앞 농성 천막에 대한 철거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에 따르면 행정대집행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부터 시작해 15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용역, 경찰 등 1000여 명이 동원됐다.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이 농성을 시작한 2014년 10월 25일 이후 99일 만의 일이다.

강정마을회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2월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강정 주민을 비롯한 4명이 병원에 실려 갔으며 24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은 2월 2일 오후 2시 현재, 연행된 24명 중 노동자와 강정마을 평화활동가 등 2명을 제외한 22명이 석방됐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연행됐던 사람 중에는 천주교 사제, 수도자 등 신자들도 최소 7명 있었다. 정선녀 강정공소 회장은 2월 2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예수회 김성환 신부, 박도현 수사, 한국 순교복자 성직수도회 양운기 수사, 이동철 신부, 양윤모 영화 평론가와 수녀 1명 등이 연행됐다가 대부분 풀려났으며,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이동철 신부가 철사에 긁히는 등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강우일 주교 등 현장 방문해 ‘평화적 해결’ 호소

철거가 한창이던 때 주교들도 현장을 방문해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군 관사 공사장과 5분 거리에 있는 해군기지 공사장 앞 천막에서 1월 31일 오전 11시 미사를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집전했다. 현재 매일 오전 11시 강정 생명평화 미사는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봉헌하고 있으며, 오늘(2월 2일)도 김성환 신부 주례로 미사가 열렸다.

1월 31일 저녁 7시 50분쯤에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해군기지 관사 공사장 입구에 도착했다. 강 주교는 먼저 망루에서 항의 중인 마을주민, 평화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눈 뒤, 경찰 책임자와 만났다. 망루의 상황이 상당히 위험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시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망루 농성자들과 마을 주민들은 연행자 전원 석방과 법적인 문제가 어렵지 않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을 했고, 강우일 주교는 농성자와 경찰 책임자를 오가며 중재에 나섰다. 이에 대해 경찰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농성자들은 망루에서 내려와 연행됐다.

강 주교와 동행한 고병수 신부(제주교구 복음화실장)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일 오후 7시 45분께 농성장에 도착했을 때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주민들, 김성환 신부, 양운기 수사 등이 망루에 올라가 있었는데, 망루에는 발판이 없었으며 농성자 중 자기 몸을 줄로 묶은 사람도 있어서 위험해 보였다고 전했다.

“강정마을 주민, 군 거점화와 마을 공동체 붕괴 걱정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특히 ‘군 관사’에 대해 강경하게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은 “대규모 군 관사가 들어오면 해군기지와 함께 강정마을 전체가 군의 거점처럼 돼 기존의 마을 공동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발해 왔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설명했다.

2월 2일 기자회견에서 강정마을회와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은 “군 관사 건설은 당초 해군기지 건설 계획에 없던 것으로서, 마을 총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사안”이라며 “해군도 강정 주민의 동의 없이는 강정마을 내 군 관사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강정마을 한복판 해군기지 군 관사 건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수도자, 평신도 단체가 모인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도 같은 날 내놓은 성명에서 “망루를 짓고 벼랑에 오르는 저항의 방법에 대한 우려보다, 왜 위험한 방식들을 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공감을 촉구했다.

천주교연대는 “국방부는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에 대하여 강정마을에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 “해군은 강정마을 내에 추진하고 있는 군 관사 건설을 철회하고 주민들과 대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국방부는 행정대집행을 하루 앞둔 1월 30일 내놓은 입장자료에서 “이번 행정대집행은 제주민군복합항(해군기지) 완공 시점에 맞춰 이곳에서 근무하게 될 장병 중 작전필수요원과 그 가족이 거주할 군 관사 72세대 건립을 계획된 공기인 2015년 12월에 마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4년 10월 반대 측의 공사장 입구 점거로 관사 공사가 중단된 뒤, 제주도에 대체부지 확보나 민영아파트 제공 등 대안을 요청했다. 이에 제주도가 해군기지와 2.3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사유지를 제시하고 해군이 이 부지를 확보해 관사 건립을 추진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인허가 절차와 대체부지 내 묘 이장 등에 최소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수용할 수 없었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제주 해군기지 군 관사 건립은 2008년 6월 해군이 강정마을 주변에 600여 세대 아파트 확보 협조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강정마을 내 해군 아파트 건립 추진을 발표하고, 2011년 제주도는 아파트 건립이 가능함을 해군에 통보했다. 해군은 강정마을에 아파트 616세대를 세우기로 하고 주민설명회를 3번 열었지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에 해군은 2013년 계획을 변경해,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작전필수요원 거주용 72세대를 강정마을 안에 짓고 나머지 544세대는 해군기지 완공 때 서귀포 인근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강정마을 해군 관사 72세대 공사는 2014년 10월 착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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